10.15부동산대책에 따라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3중규제를 맞은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수도시민경제 DB
이재명 정부의 세 번째 부동산대책인 10.15대책이 발표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정부가 의도하는 부동산시장 안정과는 달리 시장의 불안정에 따른 실수요자들의 민원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규제지역으로 묶는 기준을 정하는 기간산정의 오류에 따른 정당성이 정당성이 훼손돼 향후 법적인 싸움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높아져 자칫 대책을 철회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일단 이번 강력한 수요억제책으로 인해 수도권의 거래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 시장의 구매력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집을 구입할 때 대출을 끼고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소한의 대출만 허용하면서 매수자들이 구매행렬에 나서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현금부자들이 선호하는 강남3구를 비롯한 한강벨트의 거래량은 크게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10.15대책이 나왔을 때 “현금부자들만 신나겠다”라는 예상이 들어맞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 주말 기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10.15부동산대책에 따라 토지거래허가구역의 효력이 발휘된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6일까지 서울에서는 398건의 아파트 거래가 이뤄져 9월 매매거래 8964건 대비 약 95%가량 감소했다.
그러나 이 중 공공기관이 공급한 청년안심주택 거래 50건을 제외한 348건 중 강남3구와 용산구에서 286건이 거래돼 서울 거래량의 82%를 차지했다. 현금부자들의 거래가 10채 중 8채 이상이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은평구 구로구 등 비한강벨트에서는 27건이 이뤄지는 등 비한강벨트 거래비중은 7.89%이 그쳤고, 나머지 거래 역시 가격이 비싸고 인기가 높은 양천구, 광진구, 성동구, 영등포구 등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규제 직전인 9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에서 강남3구와 용산구의 거래 비중은 10%에 불과했기 때문에 10.15부동산대책이 부자들의 리그를 만들어 준 셈이다.
일단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은 꺾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소수점 첫째자리 상승률이라는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어서 시장이 안정됐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규제발표 직전인 10월 13일 기준 한국부동산원 주간주택동향에 따르면 전 주 대비 0.54% 상승에서 대책 후인 10월 27일에는 0.23%로 크게 떨어졌고, 지난주 11월 3일 기준으로는 0.19% 상승했다. 점차 상승폭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여전히 높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역시 인기지역의 상승률이 비인기지역 상승률보다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강남 11개구는 0.26%로 강북 14개구 0.11%의 두배 이상 높았다. 양극화가 더 뚜렷해졌다.
풍선효과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경기도 12개 규제지역 이외로 매수세가 늘어나면서 동탄신도시가 있는 경기도 화성은 전 주 0.13%에서 0.26%로, 서울 강남과 가까운 경기도 구리시는 0.18%에서 0.52%로, 용인시 기흥구도 0.05%에서 0.21%로 각각 상승폭을 늘렸다.
경기도에서 규제지역으로 묶였지만 기존에 인기가 있고 가격이 비싼 지역인 과천, 분당, 광명, 하남 등은 상승세가 다른 지역의 두 배를 넘어섰다.
전세시장 역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라 실거주가 전제된 매매시장이 형성되면서 가격상승세가 유지됐다. 서울 전체 0.15% 상승을 기록했는데 전세가 역시 인기 지역인 송파 0.34%, 강동 0.28%, 양천 0.27%, 서초 0.23%, 용산 0.21%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경기도 역시 성남 분당구 0.59%, 구리 0.52%, 과천 0.44%가 높은 상승세를 이어갔고, 하남 0.40%, 화성 0.26%, 안양 동안 0.27%도 상승폭이 컸다.
분양시장은 한파를 맞았다. 중도금대출과 잔금대출에도 주담대 한도가 적용되면서 이 역시 현금부자들만 청약을 할 수 있는 시장으로 바뀌면서 분양전망지수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8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20~29일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1월 수도권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지난달보다 26.9포인트 급락한 73.3으로 집계됐다.
서울은 전월 111.1에서 84.8로 26.3포인트, 경기도는 97.1에서 69.7로 27.4포인트, 인천은 92.3에서 65.2로 27.1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서울도 100 이하로 내려가면서 서울 분양 불패란 말은 사라지게 됐다.
서울과 경기도 주요 지역을 3중규제로 묶고 대출규제를 강화하면서 매수심리가 급격히 냉각된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가 강력한 대책을 내놨지만, 별 효과는 보지 못하는 가운데, 한편 10.15부동산대책에서 규제지역으로 묶는 기준을 정하는 과정에서 위법성 논란이 일면서 대책 철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규제지역 지정 기준을 놓고 9월 주택통계가 나오기 전이기 때문에 6~8월 3개월 주택통계를 기준으로 물가상승률과 비교해 규제지역을 지정했다고 발표했지만,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10월 15일 이전에 한국부동산원이 국토부에 9월 주택 통계를 통보한 것이 밝혀지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김은혜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은 대책 발표 이틀 전인 10월 13일 오후 4시에 국토부에 9월 주택통계자료를 넘겼다고 밝혀진 것이다.
즉 월간 통계 기준을 6~8월 대신 7~9월로 할 경우 서울에서는 도봉구, 은평구, 중랑구, 강북구, 금천구 등 5개 구가 제외된다. 그리고 경기도에서는 의왕시, 수원 장안구, 수원 팔달구, 성남 수정구, 성남 중원구 등 5기 시·구가 제외된다.
현재 이들 지역은 집값이 오른 것도 없는데 토지거래허가구역까지 포함한 규제지역으로 묶은 것에 대해 철회를 요구하고 나서고있는 상황이어서 향후 법적인 대응까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는 “10.15부동산대책은 부동산 시장의 원리를 무시한 무리한 수요억제책으로서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책인데, 그럴 경우 공급에 대한 안정적인 구상과 함께 보유세 등 세금규제책을 함께 쓰면서 실수요자들의 거래 숨통을 틔웠어야 했는데 투기와의 전쟁에만 몰입하다보니 벌써부터 부작용이 노출되는 것 같다”면서 “특히 통계수치 등 대책을 위한 기본 자료를 쓰는 과정이나 자료에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한국부동산원 9월 통계자료를 무시한 것은 이재명 정부의 정책 전반에 대한 국민 저항의 근거가 될 수 있어서 빠른 시간 내에 바로잡고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