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기획재정위에 나와 답변하고 있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사진=연합뉴스
 
30일 상임위별로 종합감사가 진행된 국정감사는 우선적으로 기획재정위원회의 한미무역협정 내용과 관련된 질문과 답변에 관심이 쏠렸다.
국회 기재위의 기획재정부 국감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관세협상 타결에 따른 대미투자특별법을 신속하게 준비해 국회에서 발의되도록 하겠다고 밝혀, 빠른 시간 내에 한미무역협정 내용이 국회로 넘어갈 것을 예고했다.
이날 구 부총리는 “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 주력 수출 상품의 관세 인하와 수출 경쟁력 유지에 직결되는 만큼 의원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한다”면서 “협상 타결로 대미 수출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국과 동등한 수준의 관세율을 확보해 우리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로 점유율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대한 직접투자에 대해서도 야당 측의 선불에서 할부로 지불할 뿐 외환부담 등 나아진 것이 전혀 없다는 질문에 대해 “금융 패키지 연 납입 한도를 최대 200억달러로 조정했고 외환시장 여건에 따라 납입 시기와 금액 조정을 요청할 근거도 마련했다”며 “외환시장에 대한 실질적 부담은 크게 완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29일 체결한 한미무역협정에서는 철강 등 일부 품목이 15%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고, 여기에 한국측과 미국측 간에 반도체에 대한 대만 수준의 관세부과 여부와 농산물 수입에 대한 100% 개방 여부를 두고 시각 차이가 있어서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어서 섣부른 낙관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왕시 등 조정대상지역 선정 부적합 지역들 행정소송 가능성
이날도 10.15부동산대책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10.15부동산대책에서 지정한 조정대상지역 선정 기준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현행법상 조정대상지역 지정 기준은 지정하는 날이 속하는 달의 바로 전달부터 소급해 3개월간의 해당 지역 주택가격상승률이 그 지역이 속하는 시·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한 지역 등이다.
천 의원은 "10월 15일에 지정을 했으니까 그 전달이 9월이다. 그때부터 소급해서 3개월, 1.3배 요건을 충족하는지 의원실에서 확인한 결과 서울에서도 중랑구, 강북구, 도봉구, 금천구, 그다음 경기 의왕시, 수원시 장안구, 팔달구 주택가격 상승률이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3배를 넘지 않는다"면서 "이번 지정 자체가 위법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구 부총리는 "저희가 받은 통계로는 최근 3개월이 6~8월"이라며 "강북 전 지역에서 지정 요건이 충족된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천 의원은 "10월 15일의 전달이 8월이냐, 9월이냐"면서 "국토부에서 9월분 통계가 아직 안 나와서 8월분 통계를 썼다고 하는데, 통계가 없으면 전전달 것을 써도 된다는 얘기가 여기(현행법) 어디에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천 의원은 "제가 봤을 때 중랑, 강북, 도봉, 금천, 의왕, 장안, 팔달 등에서 조정대상지역 아예 풀어달라고 하는 행정 소송이 들어와도 정부가 질 것"이라며 "소송에서 패소하면 소송비용 부총리께서 다 낼 것이냐, 부총리 이 문제 책임질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10.15부동산대책은 서울 25개 전 구와 경기도 12개 시·구를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등 3중으로 규제를 한 것인데, 서울 상당수 지역과 경기도 의왕시, 수원시를 포함 상당수 지역이 지정에 대해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나선 상태다.
■SPC삼립에 대해 "공공인프라에서 배제해야" 한 목소리
기후에너지환경고용노동위원회 종합감사에서는 중대재해에 지적이 집중됐다. 특히 베이커리 업체 ‘런던베이글뮤지엄’의 20대 직원 과로사 관련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질의와 함께 국내 베이커리 시장점유율 1위인 SPC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한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환노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국정감사 기간에도 산업현장에선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계속되고 있다”며 경주의 아연공장의 질식사고, 런던베이글뮤지엄의 과로사 의혹, 삼성물산 건설현장의 하청노동자 사망사고를 언급했다.
같은 당 김태선 의원은 런던베이글뮤지엄 사망사고와 관련해 “유족에 따르면 사망 전 최근 주 평균 60시간 이상을 일했다고 하는데 유족 주장대로라면 과로사 대상”이라며 “법상 주 40시간 근로가 원칙이고, 연장근로를 포함한 상한이 주 52시간인데 주 52시간 위반 사업장은 매년 늘고 있고 윤석열 정부에서 노동시간 연장 흐름이 노골화했다”며 “장시간 근로가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데 대해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노동자 사망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던 SPC그룹을 “악덕 기업”으로 칭하면서 “바뀌지 않는 한 국가 인프라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중대 재해가 반복되는 요주의 기업에 대해선 노동부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정보를 선제적으로 전달해 조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산업 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기업은 공공 인프라에 절대 들어올 수 없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년엔 인천공항에서 SPC 계열사를 안 보면 좋겠다”고도 했다.
이 외에도 새벽배송으로 인한 과로 방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여야의원 한 목소리로 비난의 대상이 된 SPC삼립은 수년째 공장에서 근로자가 기계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고, 올해에도 지난 5월 시흥공장에서 제빵기계 윤활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기계에 끼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해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한 달도 안돼 시흥공장에 방문해 사고에 대해 질타를 하고 철저한 제재를 지시한 바 있었다.
여기에 더해 사망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윤활유 용기에서 염화메틸렌과 이소프로필알코올 성분이검출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감정에 들어갔지만, 업계에서는 봐주기식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염화메틸렌은 중추신경계질환, 심장독성 등을 유발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센터(IARC)에서 인체 발암 추정물질로 분류하고 있고, 이소프로필알코올은 소독제 원로로서 중추신경 기능을 떨어트려 졸음이나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는 절대적인 인체 유해물질이다.
국과수는 “검출된 양이 적어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이러한 발표 태도 역시 문제점이라고 지적하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투입한 윤활유의 양이 빵에 들어갔을 수도 있는데, 남아있는 최소의 양을 기준으로 양이 적다고 판단한 것 자체가 문제의 심각성을 완화시키는 태도라는 지적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SPC삼립은 오래전부터 근로자들의 무덤이 된 기업으로 야간근무가 많고 2일 1조로 근무하게 돼있는데 규정을 어기고 1인 근무 중에 사고가 다수 발생하고 있는 안전불감증의 대표적인 기업이다”면서 “대통령까지 나서서 문제를 지적한 중대재해처벌 가능성이 높은 SPC삼립에 대해 모든 결정권을 가진 허영인 회장을 국감장에 부르지 않은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