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경주 APEC 행사에서 함께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미가 총 3천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금 중 2천억 달러를 현금 투자하되 연간 한도를 200억 달러로 제한하기로 29일 합의했다.

상호관세 세율은 지난 7월 합의한 대로 15%를 유지하기로 했고, 여기에 양측이 대미 투자에 대한 '상업적 합리성'을 문건에 명시하기로 하는 등의 안전장치를 확보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대미 금융투자 3천500억 달러는 현금 투자 2천억 달러와 조선업 협력 1천500억 달러로 구성된다"며 "일본이 미국과 합의한 5천500억 달러 금융 패키지와 유사한 구조이지만 우리는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 달러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과 일본이 합의한 5천500억불 규모의 금융 패키지와 유사한 구조이지만,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 달러로 설정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연간 200억 달러 한도에서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투자하기 때문에 우리 외환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 있으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다"며 "국내 외환시장에 충격이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연 김용범 정책실장의 말처럼 우리에게 충격은 없을까?

이번 한미무역협정 관련해서 전국민주노동자총연맹이 “한·미 관세협상 타결은 국민 기대를 저버린 굴욕적 합의이며, 그 부담은 장기적으로 노동자와 국민에게 돌아오게 된다”고 30일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참담한 사대굴욕 관세 협상 타결...대미 종속 구조 거부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정부가 25%에서 15%로 ‘관세 인하’라 홍보한 자동차·부품 부문은, 실제로 한·미 FTA에 따라 유지되던 0% 무관세가 15%로 인상된 것으로 명백한 조건 악화”라고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없던 관세가 생겼는데 공치사는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또한 “정부가 자랑하는 ‘연간 200억 달러 상환’ 본질은 국가 부채 해외 이전”이라며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해외 금융시장에 ‘보증채’를 발행해 돈을 빌리면, 해외 국채 매입자에게 갚아야 하는 부채가 되는 것이니, 결국 빚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지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지지기반인 민주노총마저도 이번 한미 무역협상 결과에 대해 정부의 공치사는 잘못된 것이고, 앞으로 3500억달러 대미 투자가 국민과 국민경제에 얼마나 큰 부담이 될 지를 걱정하고 있는데, 정부는 승전보 전하듯 하니 참으로 어이가 없는 상황이다.

한미 협상을 마치고도 한국측과 미국측의 설명이 다른 점도 개운치 않은 기분이다. 우리 정부측은 반도체 관련 대만과 똑같이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했다고 하지만, 미 상무장권 러트닉은 반도체는 협상 대상에서 빠졌다고 하고, 농산물 개방 관련해서도 우리는 지켰다고 하지만 미국은 100% 열었다고 하면서 혼선일 일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확한 협상 내용을 국민에게 알리고 그에 대해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정부가 투자하겠다는 돈과 모든 무역 관련 결과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미 백악관을 통해서 협상 내용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어차피 모두 알려질 바에는 정부의 입에서 공식적으로 국민에게 알리고 평가를 받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김상민, ‘좌파는 무슨 생각으로 사는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