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두 건의 건설현장 근로자 사망사고를 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옥 전경. 사진=삼성물산

2025년 건설사의 실적에 건설현장 사망사고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나, 가뜩이나 건설경기 침체와 맞물려 건설사들이 설상가상의 어려운 해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재명 정부 들어서 산업현장 및 건설현장 사망사고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 대통령의 강력한 제재 흐름 속에, 건설사들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현장 외에도 전 현장 공사를 모두 중지시키는 바람에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해 경영악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30일 포스코홀딩스의 3분기 잠정실적에 따르면, 계열 건설사인 포스코이앤씨의 건축부문의 대손 및 안전점검 관련 비용 등으로 인해 2881억원의 비용을 반영하면서 이번 3분기 19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까지의 누계 영업손실은 2616억원으로 매출 5조877억원 대비 영업이익률은 -5.1%로 크게 악화됐다.

포스코이앤씨의 영업이익은 2024년 4분기 -628억원으로 적자전환한 이후 올해 1분기 239억원 흑자로 돌아선 이후 2분기 -908억원으로 다시 적자를 냈다가 3분기 적자폭을 크게 키웠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4월 신안산선 현장 붕괴사고로 인해 상당기간 공사가 중단됐고, 국토부의 사고원인 조사 결과에 따라 재공사를 할 경우 내년에 반영해야 하는 추가 공사비용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열려있다.

이 회사는 신안산선 현장 붕괴사고 외에 7~8월에도 공사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등 안전사고가 잇따르면서 관련 리스크가 크게 부각되었으며, 금번 3분기 실적에 이로 인한 공정 지연, 안전점검 비용 등을 일정 부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사 중단 및 미분양 현장 등과 관련하여 4분기에도 약 2300억원의 추가 비용 반영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이를 포함할 경우 연간 영업손실 규모는 4000억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안전사고 관련 자금소요로 인한 재무적 부담도 예상된다. 과거 양호한 영업현금흐름에 힘입어 보유 현금이 차입규모를 상회하는 마이너스(-)의 순차입금 구조를 유지한 동사는 2023년 이후 영업자산 누적 등으로 순차입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충당금 등을 반영한 손실이 실제 지출될 경우 향후 재무구조 개선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 산업1실 전지훈 연구위원은 “올해 말까지 손실 반영이 완료될 결우 2026년부터 개선된 수익성을 시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나, 기존 공사원가 부담 외의 안전사고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직·간접 비용과 지방 분양경기 부진에 따른 리스크로 본격적인 수익성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현장 안전사고가 발목을 잡은 또 하나의 건설사는 현대차그룹의 현대엔지니어링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월 세종-안성 고속도로의 상판이 무너지면서 4명이 한꺼번에 사망하는 대형 중대재해가 발생하면서 회사는 이 후 수주활동 자체를 자제하면서 경영악화가 본격화하면서 지주사인 현대건설의 실적까지 악화시켰다.

현대건설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700억원대까지 줄어들어 어닝쇼크가 예상되는데,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해외 사업장에서 2000억원 대의 손실을 반영한 것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은 지난해에도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사업장 손실 1조2000억원을 반영하면서 연간 영업성적자가 1조2634억원 발생한 바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들어서 1분기 2136억9700만원, 2분기 2170억100만원의 분기별 흑자를 거뒀지만, 3분기 현대엔지니어링의 영업적자가 발목을 잡으면서 어닝쇼크에 빠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의 3분기 실적 악화 주요 원인은 ‘본드콜’(Bond Call)로 보인다. 본드콜은 발주처가 건설사에게 도급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 이행 보증금을 몰수하는 조치를 말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폴란드에서 짓고 있던 범용 플라스틱 생산 플랜트와 말레이시아의 전력 생산 플랜트 현장에서 본드콜이 요청됐다. 지난 8월 폴란드 사업장에서 본드콜이 요청돼 계약이행 보증금이 지급됐고 말레이시아 사업장은 현지 법원에 보증금 지급 집행정지 가처분 처분을 받아 아직 지급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본드콜 규모를 폴란드의 경우 1700억원, 말레이시아의 경우는 400~5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본드콜 등 직접적인 손실 원인 이면에 지난 2월 발생한 대형 사망사고 이후 정비사업 등 건축사업 수주를 전면 중지하고, 안전 중심의 경영을 이어가면서 관련 비용이 경영악화를 가속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 플랜트 공사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국내 주택이나 개발사업 이익으로 커버하는 방식인데, 현대엔지니어링이 국내 사업 전반을 접으면서 그런 완충효과가 없어지면서 손실이 회사 전체실적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올해 들어서 2건의 건설현장 사망사고를 낸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3분기 실적 역시 크게 나빠졌다. 삼성물산은 지난 6월 27일 경기도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현장에서 50대 여성이 추락사한 사건이 발생해 3년 만에 처음 사망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10월 29일에도 경기도 성남 판교의 ‘판교641 PSM타워’ 건설현장에서 하청업체 60대 근로자가 철골운반 작업 중 굴착기에 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즉시 국내 전 현장의 공사를 중단하고 사고요인 제거에 나서는 한편, 오세철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2023년과 2024년 사망사고 제로(0)였던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해 들어서 두 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안전을 위해 전 현장 공사를 중단하면서 당연히 원가가 상승해 역시 경영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올 3분기 실적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조3920억원 줄어든 3조900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역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50억원 줄어든 1110억원을 기록했다.

2025년 들어 건설현장 사망사고가 급격히 늘어난 3개 대형 건설사들이 안전관련 대응책으로 인해 실적 악화로 이어지면서 영업실적이 급격히 나빠진 모습을 보였다.

이재명 정부 들어 건설현장 사망사고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진행되면서 건설사들의 안전사고가 회사의 경영실적으로 직결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가 산업현장 및 건설현장에서의 사망사고에 대해 징벌적 규제를 강화한 만큼 앞으로는 안전경영이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문제는 사회 전반적으로 안전 관련 비용을 충분히 원가에 반영시킬 수 있는 구조가 돼있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만 강화하는 것이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