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상승을 이끈 강남 아파트 단지들. 사진=수도시민경제 DB

세상은 매우 복잡하다. 그래서 어떤 사안이나 어떤 사람을 단면적으로 파악해서는 곤란하다. 대체로 좌파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세상을 단순하게 본다. 자기편은 좋은 사람, 상대편은 나쁜 사람으로 나눈다. 좌파사회주의 국가에서 정적 암살과 숙청이 끊이지 않는 이유이다.

스탈린은 트로츠키를 도끼로 죽였고, 마오쩌뚱은 류소기와 임표를 죽였고, 김일성은 박헌영 등 수많은 반대파를 죽였고, 김정은은 고모부 장성철을 죽였다.

반면 우파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세상을 매우 복잡하게 본다. 사람은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이므로,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정책에 매우 유연성이 있다. 좌파가 경제를 망가뜨리고, 우파가 경제를 성장시키는 이유가 바로 이런 기초적인 사고의 차이에 기반한다.

지난 10월15일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정책이라고 내놓은 게 바로 전형적인 좌파사고에 기반한 경제정책이다. 집값을 잡겠다며 부동산대출을 사실상 완전히 막은 것은 '시장경제의 기초인 돈의 흐름'을 막아버린 것이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돈의 흐름이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이지 않으면, 그 돈은 반드시 엉뚱한 데로 흐른다.

무엇보다도 부동산시장에 돈이 돌지 않으면서 부동산과 관련된 업종, 즉 건설업과 각종 서비스업이 망가질 위험이 크다. 특히 부동산 의존도가 높은 지방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서울과 경기 일부를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어 ‘갭투자’를 봉쇄했는데, 전세 끼고 집 사는 갭투자자는 매매시장의 수요자지만 전세시장에선 공급자라는 양면성을 가졌다. 갭투자로 수요가 늘면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반면에, 그렇게 집을 사는 사람이 있어야 전세 물량이 시장에 풀려 임대료가 안정된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도 정반대 성격 규정이 가능하다.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꾼일 수도, 어떻게든 미래의 내 집을 장만하려 주거 사다리를 힘겹게 오르는 소시민일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투기 세력으로만 보았는데, 이재명 정부는 그 이상의 족쇄를 매긴 것이다.

서울에서 평생 살아온 사람들이 “이젠 포기하고 싶다”, “살고 싶은데 길이 없다” "이생망(이번 생애는 망했다."는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물론 반대쪽에서 “기회는 또 온다”, “지금은 버텨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얼마나 가나? 기다리는 사람이 반드시 이긴다." 는 의견도 있었다.

이게 바로 시장의 현실이다. 규제를 발표하면 할수록 공포가 퍼지고, 공포는 다시 ‘패닉바잉’으로 번진다.

누구나 알고 있다. 한 번 규제가 나오면 신규 매수자는 움츠러든다. 문제는 기존 보유자들은 더 강하게 버틴다는 점이다. 팔면 다시 못 산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세금, LTV, DSR, 전세대출까지 모두 막히면 집을 팔고 나서 다시 살 길이 없기에 결국 시장에서는 거래량이 줄고 매물이 사라진다.

결국 남는 건 ‘거래절벽’뿐이다. 그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수요가 들어오면? 가격은 다시 튀어 오른다.

지금 시장의 공포는 단순히 대출규제 때문이 아니다. "못 살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기회를 잃을까 봐, 결국 더 비쌀 때 뛰어드는 게 사람 심리다. 정부가 규제를 강화할수록 ‘진짜 살고 싶은 사람’들은 “이제는 영영 기회가 안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규제는 시장 전체를 ‘패닉셀러’가 아닌 ‘패닉바이어’로 만든다. 최근 거래를 보면 단기적으로 멈춘 듯 보이지만, 가격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급매 몇 개가 소화되면 다시 매도자 우위로 돌아선다. 집을 이미 가진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팔 생각 없다, 규제는 잠깐일 뿐이다.”

무주택자들은 반대로 “이젠 끝났다”고 말하지만 실거래가는 다시 꿈틀거린다. 보유자들은 시장을 안다. 금리도 언젠가 내려간다는 걸 알고,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안다. 그래서 규제가 나오면 오히려 더 잠긴다. 무엇보다도 이재명 정부 기간이 시장의 흐름에 비해 그리 길지 않다는 점을 너무도 잘 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서 가장 큰 차이는 '소음(시끄러움)'에 있다. 사회주의는 조용한 반면, 자유민주주의는 시끄럽다. 예컨대 중국 정치는 늘 조용하고, 미국 정치는 늘 시끄럽다. 트럼프 대통령을 보면 미국이 금방 엉망진창이 될 것 같다.

그렇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자유민주주의가 시끄러운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 끊임없이 서로 부딪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가 조용한 것은 틀린 방향으로 가더라도 윗사람의 지시에 무조건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유민주주의는 조금만 아프면 병원에 다니는 반면, 사회주의는 암덩어리가 튀어 나올 때까지 병원에 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주의는 그리 잘 나간듯 보이다가도 한순간에 폭망한다. 옛소련과 동유럽이 그랬고, 쿠바와 베네수엘라가 그랬다. 중국은 덩샤오핑이 방향타를 돌렸기에 간신히 폭망을 면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좌파들은 미국이 망할 것 같다고 얘기한다. 참 무지한 사람들이다.

김상민, ‘좌파는 무슨 생각으로 사는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