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금처럼 안정성을 갖출 경우 달러를 대신할 수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그럴 경우 현재의 가치는 10배 이상 올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비트코인을 디지털 골드라고 부르지만 사실 비트코인은 아직은 안전자산이라기 보다는 투자의 성격이 강한 리스크를 어느정도 안고 있는 투자상품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직 등락 변동폭이 크기 때문이다. 근래 금값이 고공행진을 한 것에 비해 비트코인은 12만4000달러를 기록한 이후 하락해 11만달러 밑에서 조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때 금과 비트코인은 함께 오르고 내리는 커플링(coupling) 현상을 보였는데, 비트코인이 역대 최고가를 찍은 이후부터는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을 보여 두 자산간의 성격이 아직은 많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 2025년 초에는 두 자산이 꽤 같이 움직이다가, 2월에 급격히 디커플링(decoupling)된 후 빠르게 재연결(recouping)된 적이 있다

그러나 두 자산 모두 희소성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상품이라는 측면에서는 장기적으로는 커플링 할 수밖에 없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받아왔지만, 금 역시 올해만도 60% 이상 올랐고, 지난 21일(현지시간) 하루 사이에 5.5% 폭락하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비트코인의 변동성만을 문제로 볼 것은 아니다.

이들 두 상품의 가치가 계속 오르는 이유는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미국을 비롯해서 대부분의 나라들이 재정적자를 보이고 있는데, 이들 나라들이 돈을 계속 찍어대면서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36조2000억달러의 부채를 안고 있다. 우리나라 돈으로 5경원이 넘는다. 이 부채만큼 국채를 발행했는데, 미국 연준 이외에 일본을 비롯해서 영국, 중국 등 여러 나라들이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언젠가는 미국이 달러를 주고 국채를 회수해야 한다.

같은 개념으로 우리나라도 재정적자 규모가 계속 늘고 있는데, 재정적자 부분을 국채를 발행해 메운다. 이것 역시 장기적으로 화폐가치를 떨어트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나라들이 돈을 풀다 보니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 돈 가치가 똥값이 되면서, 우선 부동산값이 올랐고,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이 올랐다. 주가도 크게 올랐다,

이러한 모든 금융상품 값이 오르는 현상을 두고 에브리씽 랠리(Everything Rally)라고 한다. 화폐로 계산되는 모든 상품 가격이 올라간 것이다. 그 중에서 특히 총량이 정해진 금과 비트코인이 지속적으로 오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에브리씽 랠리는 금융 시스템 전반에서 화폐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딩(Debasement Trading)’에 대한 우려에서 나온 결과인데, 화폐가치 하락에 가장 민감하게 움직이는 것이 금이고, 이 과정에서 금값이 급등한 것이고 이어서 비트코인 등 희소성을 가진 자산에 돈이 몰릴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현재까지 채굴된 금의 총량은 전 세계적으로 21만톤 정도이고, 총 23조달러어치에 이른다. 앞으로 채굴 가능한 금이 5만톤 정도 남아있는데, 매년 3600톤 정도를 채굴해 약 14년 후에 금광은 사라지고 그때부터는 채굴된 금을 가지고 가공해서 써야 한다. 현재도 매년 1700톤 정도는 기존의 금을 재활용해서 쓰고 있다.

비트코인은 총 2100만개가 한계다. 현재까지 1900만개 이상 채굴됐고, 연간 평균 16만4000개 정도가 채굴되니 이것 역시 10여년 후면 채굴이 끝난다. 현재 시가총액은 2조 달러를 조금 넘는다. 금 시가총액의 10% 정도에 머물러있다.

전 세계 달러의 총량은 M2(총 통화) 기준으로 22조2000억달러다. 금 본위제를 베이스로 하고 있다보니 현재 금의 총량과 달러의 총액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그동안 달러를 계속 찍어댄 만큼 금값에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구조를 놓고 볼 때 비트코인이 글로벌 화폐로서 자리를 잡으려면 현재 금의 총 가격이나 달러의 총량 정도 규모로 올라가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화폐로서의 안정성과 기능을 갖춘다는 것이 전제조건이기는 하지만 단순 계산으로 지금보다는 10배 이상 가격이 올라야 글로벌 화폐 수요량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비트코인 전문가는 현재 비트코인 가격이 10만달러 선을 지키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7만달러 선까지 무너진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그보다 현재 10만달러 선 위에서 다지기를 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오태민 한양대 비트코인화폐철학과 교수는 “비트코인이 반감기가 끝난 후 폭등 장이 온 후 폭락을 하는 것을 반복해왔는데, 현재 10만달러 선 위에서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변동성이 줄어든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면서 “폭락 후에 폭등이 오는 식의 형태의 불안함 보다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흐름을 가져야 신뢰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결국 비트코인이 화폐 기능 중 중요한 안정성을 갖출 경우 비트코인은 달러를 대신하는 글로벌 화폐로 자리를 잡을 수 있고, 달러를 쓰지 않는 나라들의 경우 스테이블코인의 베이스를 달러 대신 비트코인을 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고도 할 수 있다.

금과 비트코인 간에는 보완 또는 대체 관계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애널리스트 알리 마르티네즈(Ali Martinez)는 “금과 비트코인은 안전자산의 대체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금의 지지선이 견고할수록 비트코인 자금 유입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서의 지위에 다시 오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비트코인이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구간을 거치겠지만,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장기적 가치저장 수단으로서의 신뢰를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장기적으로 ‘디지털 금’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급등락보다는 안정적인 박스권 유지가 시장 체력을 탄탄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화폐가치는 지속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 화폐로 표시되는 금, 비트코인, 부동산 가격은 상대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비트코인은 변동성을 어느 정도 최소화시켜 안정적인 자산으로서 자리를 잡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 될 것이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