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오른쪽 끝) 사진=금융감독원

이재명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이찬진 변호사가 금융감독원장에 새로 취임하면서 은행권의 고질적인 비리와 횡령 등 모럴해저드가 얼마나 고쳐질 지, 그리고 감독기관 인사들이 금융기관으로 이직해 금융기관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전관예우 먹이사슬도 끊어낼 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임 이복현 금감원장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렸지만, 결국 고질적인 은행권의 병폐를 개선시키지 못하고 물러났기 때문에 신임 금감원장에 대해서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은행권의 비리가 반복되고 있는 배경에는 감독기관과의 유착이 강해 제재의 칼날을 피해가는 것이 큰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민간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금감원, 국세청, 국정원 등 감독기관 공무원들을 방패막이로 쓰기 위해 기회만 있으면 관련 기관 공무원들을 영입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우리금융그룹의 경우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에만도 7명의 관련 공무원을 영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 2023년 3월 임 회장이 취임한 이후 현재까지 채용한 권력기관 공무원7명을 채용했다. 2025년 1명, 2024년 5명, 2023년 1명 등이다.

구체적으로 2025년 3월 금감원 2급 간부가 우리카드 상근감사위원에 영입됐다. 2024년에는 12월 우리금융지주가 경찰청 간부를 윤리경영실장으로, 3월 우리은행이 국세청 6급을 조사역으로, 2월 우리은행이 국방부 육군대령을 부장으로, 2월 우리금융저축은행이 금감원 2급을 내부감사 전무로, 2월 우리펀드서비스가 예금보험공사 임원을 상근감사로 영입됐다. 2023년 10월 우리은행이 국세청 7급을 차장으로 각각 영입했다.

한편, 2024년 1월에는 우리은행이 국방부 육군대령을 부장대우로 영입 시도했지만, 인사혁신처의 퇴직공직자 취업심사에서 제한 판정을 받아 취업이 보류되기도 했다.

이러한 관행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금융기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이해충돌 방지 규제에 따라 이직 절차를 인사혁신처가 따지기는 하지만, 이직 이전에 담당업무를 세탁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직 기준을 맞추고 있는 실정이어서 이직 심의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는 1%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영입된 전직 공무원들은 감독기관으로부터 전관예우를 받으면서 감독기관의 칼날을 피하는 방식으로 금융기관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게 되고, 그로부터 감독기관과 피감기관 간의 먹이사슬이 형성되면서 결국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훼손되고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우리금융그룹은 권력기관 인사의 채용비리 사건으로 과거 은행장이 실형을 산 적도 있다.

지난 2015~2017년 금감원이나 국가정보원 고위 간부의 청탁으로 그들의 자녀나 친인척 30여 명을 부당 채용하는 인사비리를 저질러 당시 이광구 행장이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살기도 했다. 특히 은행장 연임 시기에 집중적으로 부당채용이 발생했다. 당시 수사결과를 보면, 자질이 안되는 청탁 대상자를 별도로 점수를 줘서 순위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억지로 합격시켰다. 이로 인해 합격해야 할 수십명이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었다.

권력기관과의 유착으로 웬만한 금융사고는 제재 없이 넘어가다 보니 우리금융그룹 임직원들의 모럴해저드는 선을 한참 넘어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 현직 회장이 나서서 부당대출을 일으키는 사고도 냈다. 손태승 전 회장은 본인이 회장 시절에 자신의 처남에 대해 수백억원의 부당대출을 해줬고, 이 후 다음 회장인 임종룡 현 회장 임기 내에서도 부당대출이 계속 이어지는 등 그룹의 최고 수장부터가 부당한 행위를 해오고 있다 보니 임직원들 역시 도덕성을 외면하는 은행문화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손 전 회장의 재직 기간인 2021년 9월부터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인 2023년 8월까지 손 전 회장의 처남인 A씨가 23차례에 걸쳐 517억4500만원의 부당대출을 일으킨 혐의로 재판을 받는 가운데, 추가 금액이 발견돼 총 730억원의 부당대출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중 61.8%인 451억원이 임종룡 현 회장 재임 기간에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금감원 추정에 따르면 손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 730억원 중 338억원은 회수 불능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그룹 회장들부터 비도덕적인 모습을 보이자 이러한 분위기는 회사 전체로 확산돼, 손 전 회장 부당대출 외에도 1604억원의 부당대출이 취급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 3명의 본부장과 24명의 지점장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당대출 외에도 임 회장 취임 후 지난해 말까지 임직원 횡령 등 비리가 수없이 저질러졌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그융그룹에서 총 9건에 141억7500만원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우리금융그룹은 2014~2023년 국내 은행 횡령사건 1위의 불명예도 안고 있다. 그 기간 동안 772억7780만원의 횡령 사고가 터졌는데, 특히 2023년에만 595억원의 횡령사고가 발생해 전국 17개 은행 중 1위를 차지했다.

전임 이복현 전 금감원장이 임직원 횡령과 부당대출 등 대표적인 비리은행이란 오명을 쓰고 있는 우리금융그룹에 대해 말로만 문제점을 거론할 뿐 결국에는 우리금융그룹과 임종룡 회장에 대해 어떠한 규제도 가하지 못하고 임기를 마쳤기 때문에, 신임 금감원장은 과연 우리금융그룹의 고질적인 병폐를 치유하고 건전한 금융기관으로서의 모습을 찾아줄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연수원 동기이면서 민변과 참여연대를 거쳐 국민주권정부 국정기획위원회 사회1분과장을 지낸 이찬진 신임 금감원장이, 과연 이복현 전 금감원장이 시도했지만 결국 항복하고 물러난 우리금융그룹에 쇄신의 칼날을 휘두를 수 있을 지에 금융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