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으로 자리를 굳힐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비트코인

국내외 모두 요즘 화두는 ‘안전’이 아닐까 싶다. 국내에서는 산업현장의 안전, 특히 건설현장에서의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대통령까지 나서서 올 들어 연속으로 사망사고를 낸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건설업 면허를 반납하고 공공공사 입찰을 금지시키는 방안을 찾으라는 지시를 내릴 정도니 건설사는 물론이고 제조업체 전체가 비상이 걸렸다.

포스코이앤씨 현장 사망사고에 이어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DL건설은 대통령이 한마디라도 할까봐 서둘러 전 현장 공사를 중지시키고 전체 안전점검에 들어갈 정도고, 모회사인 DL이앤씨도 전 현장을 대상으로 특별 안전점검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현재까지 전 현장의 공사가 중단돼있고, DL건설도 현장 공사가 중단돼있으니, 안그래도 공사원가 상승으로 죽을 맛인 건설사들이 ‘안전’ 원가로 때아닌 된서리를 맞고 있다.

대통령이 근로 현장의 ‘안전’을 처음 강조하고 질책한 SPC삼립도 사고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과도한 야간작업 시스템을 10월부터 바꾸겠다고 했는데, 이 역시 원가상승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이고 회사에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회사의 이익보다 근로자의 생명이 더 중요한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국내가 현장의 근로자 ‘안전’을 외칠 때 국제 금융시장은 ‘안전자산’ 찾기에 분주하다. 현재까지 가장 안전한 자산은 뭐니뭐니해도 미국의 달러와 국채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직도 금본위제도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금’이 가장 안전자산이라고 할 수 있지만, 금은 거래의 수단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가치저장성이 높은 금 자체의 안전자산 가치에는 한계가 있다.

달러의 안전자산 역사는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부터니까 80년 역사가 돼가고 있다. 며칠 후 8월 15일이 우리나라 80주년 광복절인데, 우리나라 독립의 역사와 함께한다.

브레턴우즈 체제는 2차세계대전이 끝나기 직전인 1944년 미국이 우방 44개국과 미국 뉴햄프셔 브레턴우즈에 모여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대신 35달러를 가져오면 금 1온스로 바꿔줄 것을 약정하면서 달러-금태환제도가 시작된 것이다. 화폐로서의 달러가 1819년부터 금태환 화폐로 쓰이던 영국 파운드를 꺾고 안전자산이 된 시점이다.

그러나 미국이 60년대 베트남전쟁으로 달러를 무한정 찍어내면서 달러가치가 하락하자 여러 나라가 달러를 들고와 금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1971년 금이 모자란 미국 닉슨 대통령이 달러와 금을 교환해주는 금태환 포기를 선언했고, 이에 달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시점에 페트로달러가 등장했다.

1974년 미국 국무장관인 헨리키신저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워싱턴-리야드 밀약을 맺은 것이다. 석유수출 1위인 사우디가 모든 석유거래를 달러로만 하는 대신 미국은 사우디 왕가와 국가의 안보를 책임져준다는 약속이었다.

안전자산으로서 기축통화의 지위를 상실할 위기에 사우디가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페트로달러 이후 지금까지 50년 기축통화 지위를 누려온 미국이 달러를 무한정 찍어내다가 근래 들어 미국연방정부의 국가부채가 우리 돈으로 5경원(36조2200억달러)에 이르자 미국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고, 영원한 안전자산일 것으로 여겼던 미 국채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국채 금리가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게 되면서 달러패권이 흔들리게 됐다.

이 상황만 놓고 보면, 미 달러와 국채는 더 이상 안전자산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상황 속에서도 미국은 매년 1조달러 이상의 무역적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결국 이 부족부분을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찍어내서 해결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부채는 계속 늘어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자칫 달러가 안전자산으로서의 역할을 잃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부채를 해결하면서도 미 달러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내놓은 정책이 바로 관세폭탄이고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활성화라고 할 수 있다.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미 달러와 국채의 수요를 늘리고, 관세폭탄을 통해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시키려는 것이다.

트럼프가 달러의 안전자산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내놓은 스테이블코인이 또 하나의 안전자산을 만들어냈다. 바로 비트코인이다. 당초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 거래를 원활히 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지만, 현재는 미 달러의 지위를 지켜주는 기능으로서의 역할이 더 큰 것으로 돼있다. 모든 알트코인은 주인이 있고, 그 주인들의 통제가 가능한 데 반해 비트코인은 어느 한 명이 주인이 아닌 권리가 완전히 분산된 가상화폐로서 채굴량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디지털골드라고 불린다.

권력이 분산돼 주인이 없다는 측면에서 화폐로서 기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서 이더리움의 가격이 역대 최고치에 근접할 정도로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이더리움의 블록체인을 이용해 테더나 서클 등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 발행규모가 늘면 늘수록 이더리움 수익이 늘게 되는 구조이다 보니 이더리움이 현재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화폐로서의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안전자산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2조3780억달러로, 뉴욕증권시장 기준으로 보면 4위인 아마존의 2조3800억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더리움은 5167억달러이고, 스테이블코인인 테더는 1646억달러, 서클은 656억달러로서 스테이블코인 전체 시가총액은 2302억달러로 돼있다. 앞으로 미국이 부채 36조2200억달러의 10%만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고 해도 3조6220억달가 돼, 그 수혜는 고스란히 이더리움이 가져갈 수 있다는 가정을 해볼 수 있다. 영업적으로는 매력이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 가정으로 비트코인이 화폐로서의 기능을 하기 위해 그 규모를 현재 금의 규모까지 올라간다고 가정하게 되면 현재 미국 부채 규모인 36조달러 수준이 된다. 단순 계산으로 현재 시가총액의 15배 정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비트코인이 화폐자산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려면 시가총액이 늘어나야 하고,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늘수록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늘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미국이 달러패권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안전자산은 달러, 미 국채, 스테이블코인 등 달러 베이스 자산들에 더해 금과 디지털금이라고 하는 비트코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산업현장에서의 안전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돼있다. 마찬가지로 금융시장에서도 안전은 시장의 생명과 직결돼있다. ‘안전’이 가장 중요한 시대가 됐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