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여론조사회가 종전 80년을 앞두고 지난 6∼7월 18세 이상 남녀 3천 명(유효 응답 1천888명)을 대상으로 우편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2%가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해야 한다”고 답했다. “참배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은 33%에 그쳤다. 시진은 자료사진

투표 용지의 순서가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확인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작됐다. 2014년 교육감선거에서 처음 도입된 순환순번제는 기존의 순서 효과를 상당 부분 해소하는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정당 기호 효과와 후광 효과는 남아있어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행 한국의 투표 용지 후보 순서는 국회 의석을 보유한 정당의 후보자, 무의석 정당의 후보자, 무소속 후보자 순으로 정해진다. 이는 이미 기득권을 가진 정당에게 추가적인 이익을 제공하는 구조로, 공정한 선거 경쟁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현행 투표 용지 순서 규정의 문제점

기득권 정당 우대 구조

현재 한국의 선거에서 투표 용지 후보 순서는 명확한 위계가 있다. 국회 의석 보유 정당의 후보자가 먼저 배치되고, 그 중에서도 의석수가 많은 순서대로 기호가 부여된다. 무의석 정당의 후보자는 정당 명칭의 가나다순으로, 무소속 후보는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의 추첨으로 결정된다.

이러한 방식은 여러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의석수가 많은 정당일수록 앞번호를 받게 되어 순서 효과의 이익을 독점하게 된다. 지역구 의석 5석 이상 보유 또는 직전 선거 비례대표 득표율 3% 이상인 정당에게는 전국 통일 기호까지 부여되어 기호 효과까지 더해진다.

기초의원 선거의 복잡성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같은 정당 후보자들이 정당 번호와 함께 '가나다'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1-가, 1-나 형태로 표기된다. 이는 정당 효과와 기호 효과가 동시에 작용할 수 있는 구조다. 반면 교육감 선거에서는 별도 기호 없이 추첨으로 결정된 순서대로 후보자 이름만 기재된다.

이러한 복잡한 규정은 선거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편향을 만들어낸다. 어떤 선거에서는 정당 효과가, 어떤 선거에서는 순서 효과가 더 크게 작용하는 등 일관성이 부족한 상황이다.

2014년 교육감선거: 순환순번제의 도입

혁신적 제도 변화

2014년 교육감선거에서는 순환배열방식, 즉 순환순번제가 처음 도입됐다. 이는 선거구마다 후보자 게재 순서를 다르게 하여 순서 효과를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A선거구에서는 김철수-이영희-박민수 순서로, B선거구에서는 박민수-김철수-이영희 순서로 인쇄하는 식이다.

김범수가 2014년 발표한 서울시 교육감선거 연구는 이 제도의 효과를 분석했다. 연구는 159개 선거구별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산분석과 회귀분석을 실시했다. 순서효과, 정당기호효과, 후광효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순환순번제의 실제 효과를 검증했다.

부분적 성공과 한계

연구 결과 순환배열방식 도입으로 순서효과로 인한 불공정성이 일부 해소됐다. 모든 후보에서 첫 번째 순서에 게재된 선거구의 득표율이 가장 높게 나타나기는 했지만, 그 격차가 이전보다 줄어들었다. 특히 조희연 후보의 경우 두 번째 순서 게재시에도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기호 2번 효과 때문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여전히 한계도 드러났다. 정당기호효과와 후광효과는 지속됐다. 문용린 후보는 정몽준 후보의 후광효과를, 조희연 후보는 박원순 후보의 후광효과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순환순번제만으로는 모든 편향을 해소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순환순번제의 작동 원리와 효과

기술적 구현 방법

순환순번제는 비교적 간단한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다. 전체 선거구를 후보자 수만큼 그룹으로 나누고, 각 그룹에서 서로 다른 순서로 후보자를 배치한다. 3명의 후보가 있다면 첫 번째 그룹에서는 A-B-C 순서로, 두 번째 그룹에서는 B-C-A 순서로, 세 번째 그룹에서는 C-A-B 순서로 배치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각 후보자가 받는 순서 효과의 이익과 손해가 균등하게 분배된다. 모든 후보가 동일한 비율로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위치에 배치되므로 순서로 인한 편향이 상쇄된다.

실증적 검증 결과

2014년 서울시 교육감선거 분석에서 순환순번제의 효과가 실증적으로 확인됐다. 기존 방식에서 나타났던 뚜렷한 순서 효과가 상당 부분 완화됐다. 특히 첫 번째 위치의 압도적 우위가 줄어들면서 후보 간 경쟁이 더 공정해졌다.

다만 완전한 해소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여전히 첫 번째 순서에 게재된 선거구에서 해당 후보의 득표율이 높게 나타났지만, 그 차이가 이전보다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는 순환순번제가 순서 효과를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하지만 상당한 개선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

여전히 남은 과제들

정당 기호 제도의 문제

순환순번제가 도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당 기호 효과는 여전히 존재한다. 2014년 교육감선거 연구에서도 조희연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의 기호 2번 효과를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순환순번제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다.

현행 정당 기호 제도는 의석수가 많은 정당일수록 낮은 번호를 받게 되어 있어 기득권 정당에게 유리하다. 전국 통일 기호 제도 역시 일정 규모 이상의 정당에게만 부여되어 중소 정당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후광 효과의 지속

같은 정당 소속 유력 후보의 영향을 받는 후광 효과도 여전히 존재한다. 시장이나 도지사 같은 단체장 후보가 인기가 있으면 같은 정당 소속의 기초의원이나 교육감 후보도 덩달아 득표율이 높아지는 현상이다.

이는 유권자들이 개별 후보자보다는 정당을 기준으로 일괄 투표하는 경향에서 비롯된다. 특히 후보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선거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추가 개선 방안

정당 기호 제도 개선

보다 공정한 선거를 위해서는 정당 기호 제도의 전면적 개선이 필요하다. 현행처럼 의석수 순으로 기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추첨을 통해 무작위로 배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또는 아예 정당 기호를 폐지하고 후보자 이름만 표기하는 방안도 있다.

전국 통일 기호 제도 역시 재검토가 필요하다. 현재는 일정 규모 이상의 정당에게만 부여되고 있지만, 이를 모든 정당에게 확대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순환순번제의 확대 적용

2014년 교육감선거에서 효과가 입증된 순환순번제를 다른 선거에도 확대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기초의회의원선거처럼 후보자 인지도가 낮은 선거에서 순환순번제를 도입하면 상당한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회의원 선거에도 순환순번제 도입을 검토해볼 수 있다. 비록 후보자 인지도가 높아 순서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므로 공정성 제고를 위해 필요한 조치다.

국제적 사례와 비교

영국의 해결 방안

1970년대 연구에서 순서 효과를 발견한 영국은 이후 다양한 개선 방안을 시도했다. 투표 용지마다 후보자 순서를 다르게 인쇄하는 방안이 제안됐고, 일부 지역에서 시범 도입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쇄 비용과 복잡성 때문에 전면 도입에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에는 전자투표 시스템을 통해 유권자마다 화면에 표시되는 후보자 순서를 무작위로 바꾸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는 기술적으로는 구현 가능하지만 전자투표 시스템의 보안 문제와 함께 논의되고 있다.

호주의 경험

호주에서는 '동키 보트(donkey vote)' 현상으로 불리는 순서 효과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주에서는 로바발(Robson Rotation) 방식을 도입했다. 이는 한국의 순환순번제와 유사한 방식으로, 선거구마다 후보자 순서를 체계적으로 바꾸는 제도다.

호주의 경험은 순환순번제가 기술적으로 충분히 구현 가능하며 실제 효과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유권자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충분한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는 교훈도 제공한다.

단계적 개선 전략

투표 용지 순서 효과를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우선 순환순번제를 모든 선거에 확대 적용하여 순서 효과를 최소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정당 기호 제도의 전면적 개편을 검토해야 한다.

특히 기초의회의원선거에서 순환순번제 도입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선거는 후보자 인지도가 낮아 순서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행 정당번호-가나다 방식의 복잡성도 해소할 수 있다.

정당 기호 제도 개선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급격한 변화는 유권자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전국 통일 기호 제도의 개선부터 시작하여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독립신문

<참고문헌>

김범수. (2014). 투표용지의 순서효과, 기호효과, 후광효과: 2014년 서울시 교육감선거. 한국언론학보, 5호, 253-2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