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56.5%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6.8%p 낮은 수치로 이 대통령 취임 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잘못함'은 38.2%로 전주 대비 6.8%p 상승했다. '잘 모름'은 5.2%로 집계됐다.
투표 용지에서 후보자의 이름이 어디에 위치하느냐가 실제 당선에 영향을 미칠까? 1970년대부터 시작된 영국의 연구와 2010년대 한국의 연구는 모두 같은 결론을 내렸다. 투표 용지의 순서가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지방선거 연구에서는 기호 '가'번을 받은 후보가 무소속 후보보다 약 10%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고, 투표 용지에서 한 단계 뒤로 갈 때마다 0.4%씩 득표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후보자의 능력이나 정책과는 무관하게 단순히 투표 용지상의 위치가 당락을 결정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1974년 영국 연구: 마지막 순서의 불리함
런던 지방의회 선거 분석
업턴(Upton)과 브룩(Brook)이 1974년 발표한 연구는 영국 선거에서 투표 용지상 후보자 이름의 위치가 득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1964년, 1967년, 1970년 런던 지방의회 선거와 1973년 지방선거, 1964년 총선 결과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 투표 용지 마지막 순서에 있는 후보는 약 3% 정도 득표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인 선거구에서 ABC 순서대로 당선된 비율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났다. 통계적으로는 158회 정도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232회 발생했다.
후보자 인지도의 중요성
흥미로운 발견은 선거의 성격에 따라 위치 효과가 다르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지방선거처럼 후보자들이 잘 알려지지 않은 선거에서는 위치 효과가 크게 나타났지만, 총선처럼 후보자가 잘 알려진 선거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거의 없었다. 또한 선거구 규모가 클수록, 즉 의석수가 많을수록 위치 편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
1970년에는 투표 용지에 정당명이 기재되면서 위치 편향이 다소 감소하는 현상도 관찰됐다. 이는 유권자들이 후보자 개인보다 정당을 기준으로 투표하면서 단순한 위치 효과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975년 영국 연구: 2번이 최고의 자리
통념을 뒤엎는 발견
업턴과 브룩이 이듬해 발표한 후속 연구는 더욱 놀라운 결과를 보여줬다. 일반적으로 첫 번째 위치가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두 번째 위치가 가장 선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68년 런던 지방의회 선거와 1973년 지방정부 선거를 분석한 결과, 실제 선호도 순서는 2번, 3번, 4번, 1번, 5번, 6번 순이었다.
이 연구는 플래킷(Plackett) 모델을 활용한 확률 분석과 최대우도법을 통한 모수 추정을 실시했다. 런던 선거와 지방 선거 모두에서 유사한 패턴이 발견됐으며, 투표 용지 끝부분의 위치는 확실한 불이익이 있음을 확인했다.
실용적 함의
이러한 결과는 실제 정치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호주에서는 한 정치인이 성을 'Smith'에서 'Asmith'로 바꾸면 당선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Bsmith'가 더 나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2012년 한국 연구: 순서효과와 기호효과
지방선거 전수 분석
김범수와 서재권이 2012년 발표한 연구는 2006년 제4회 동시지방선거에서 나타난 투표 용지 게재순위와 기호효과를 분석했다. 연구 대상은 기초의회의원선거 후보자 전수인 7,964명이었으며, 인천, 광주,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 투표 용지에서 기재순서가 한 단계 뒤로 갈수록 약 0.4%의 득표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호 효과는 더욱 뚜렷했다. 기호 '가'를 배정받은 후보가 무소속 후보에 비해 약 10%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정당 효과도 상당했는데, 한나라당 소속 후보가 무소속 대비 약 6%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회귀분석을 통한 검증
연구진은 회귀분석을 통해 선거구 특성, 정당 효과, 후보자 개인 특성 등을 통제한 상태에서도 순서효과와 기호효과가 유의미하게 나타남을 확인했다. 이는 다른 요인들을 배제하고도 단순히 투표 용지상의 위치와 기호만으로 득표율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4년 한국 연구: 지역별 차이 발견
기초의회의원선거의 복잡한 양상
김범수가 2014년 발표한 기초의회의원선거 연구에서는 지역별로 다른 패턴이 발견됐다. 인천과 대구에서는 1순위 효과가 명확히 나타났지만, 광주에서는 오히려 2순위 효과가 두드러졌다. 이는 지역의 정치적 특성이나 유권자 성향에 따라 순서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 대상은 인천 173명, 광주 132명, 대구 191명의 후보자였다. 기호 효과는 세 지역 모두에서 나타났으며, 기호 '가'를 받은 후보의 득표율이 높게 나타났다. 정당 효과는 지역별로 주요 정당의 영향력이 상이하게 나타났다.
세 가지 효과의 중첩
이 연구는 순서효과, 기호효과, 일렬투표의 후광효과라는 세 가지 효과가 중첩되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후광효과는 같은 정당 소속의 유력 후보가 다른 후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시장 선거에서 인기 있는 후보가 있다면, 같은 정당 소속의 구의원 후보도 덩달아 더 많은 표를 받게 된다.
영국과 한국의 차이점
최적 위치의 다름
영국 연구에서는 2번째 위치가 가장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한국 연구에서는 대체로 1번째 위치가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는 양국의 투표 문화나 유권자 행동 패턴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경우 유권자들이 첫 번째 선택지를 피하고 두 번째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첫 번째 선택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광주 지역에서 2순위 효과가 나타난 것처럼 한국 내에서도 지역별 차이가 존재한다.
공통점: 끝자리의 불리함
두 나라 연구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투표 용지 끝부분에 위치한 후보의 불리함이다. 영국에서는 마지막 순서 후보가 3% 불리했고, 한국에서는 순서가 뒤로 갈수록 지속적으로 득표율이 감소했다. 이는 유권자들이 투표 용지를 위에서부터 읽으면서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
투표 용지의 순서 효과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공정성에 관한 문제다. 후보자의 능력이나 정책과 무관하게 단순히 투표 용지상의 위치나 기호가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면, 이는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특히 한국의 경우 현행 제도에서 국회 의석수가 많은 정당일수록 앞번호를 받게 되어 있어, 이미 기득권을 가진 정당에게 추가적인 이익을 제공하는 구조가 되고 있다. 영국 연구에서도 후보자 인지도가 낮을수록 위치 편향이 크게 나타난다고 했는데, 이는 지방선거나 비례대표 선거에서 이러한 문제가 더 심각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독립신문
<참고문헌>
김범수, 서재권. (2012). 투표용지의 순서효과와 기호효과: 제4회 동시지방선거 기초의원선거 분석. 한국정치학회보, 46(2), 141-161.
김범수. (2014). 순환순번제와 순서효과, 기호효과, 일렬투표의 후광효과: 2014년 기초의회의원선거 사례 분석. 선거연구, 203-228.
Upton, G. J. G., & Brook, D. (1974). The Importance of Positional Voting Bias in British Elections. Political Studies, 22(2), 178-190.
Upton, G. J. G., & Brook, D. (1975). The Determination of the Optimum Position on a Ballot Paper. Journal of the Royal Statistical Society. Series C (Applied Statistics), 24(3), 279-2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