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이 11일 서희건설 압수수색에 나섰다. 2022년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를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했고, 그 대가로 맏사위가 총리 비서실장에 앉았다는 특검의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지역조합주택사업(지주택)의 대부분을 시공하면서 국내 1위 지주택 건설사인 서희건설이 김건희 특검팀에 의해 압수수색을 받아 그동안 뒷돈영업 및 뇌물 인사청탁으로 이익을 챙겨온 비리 고리가 밝혀질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11일(오늘) 아침 김건히 특검팀이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희건설 본사와 관계자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나토 순방 직전에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의 맏사위인 박성근 전 부장검사를 한덕수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앉혔는데, 대선 직후 서희건설 측이 전달한 거액의 목걸이에 대한 대가가 아니냐는 의혹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2022년 6월 나토 순방 당시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를 착용했지만 재산신고에서 누락했다는 논란이 있었는데, 지난달 25일 김 여사 오빠의 장모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이 목걸이를 발견했지만 가품으로 밝혀진 바 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 수사 과정에서 진품이 따로 있고, 이 진품을 서희건설 측이 지난 20대 대선쯤 김여사 측에 전달한 정황을 포착해 이날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건희 특검은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의 맏사위인 박성근 전 검사에 대한 인사청탁 대가로 목걸이가 전달됐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조만간 반클리프 아펠 매장에서 목걸이를 구매한 서희건설 회장 측근과 회장 사위 등, 더 나아가 이봉관 회장 등을 줄줄이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서희건설은 이번 김건희 특검 수사 외에도 지주택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각종 비리로 인해 수사기관의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고,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특별히 조사를 지시할 정도로 경계 대상 기업으로도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첫 민생 경청행보인 6월 25일 광주타운홀 미팅에서 한 여성이 “금융권 고리대금으로 고사 직전”이란 손팻말을 들고 지주택 사업이 현재 파산에 몰리고 있다면서 “수년간 분담금을 냈는데도 현장은 멈춰있고, 추가로 수천만원을 요구있다”면서 절규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서희건설 얘기죠? 해당 건설사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면서 “대통령실 차원에서 조사 중이며 국토교통부도 실태조사를 마친 상태다”고 밝힌바 있다.
이어 이 대통령은 7월 9일 국무회의에서도 “지역주택조합의 문제는 단순히 운영미숙의 차원이 아니라 구조적인 위기상황으로 봐야한다”고 강조하면서 지주택사업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대통령이 내린 일련의 지시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전국 618개 지주택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30%가 넘는 187곳에서 심각한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업계에 따르면 그 중 대부분이 서희건설 사업장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서희건설의 영업 방식은 지주택사업의 조합장에게 뒷돈을 대는 대신 공사비 증액을 터무니없이 올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조합원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건이 지난 7월 31일 밝혀진 용인시 처인구 유방동 ‘보평역 서희스타힐스 리버파크’ 지역주택조합(지주택)의 뇌물제공 사건이다.
시공사인 서희건설 부사장 A씨는 전 조합장 B씨에게 13억7500만원의 뒷돈을 주고 정상적인 물가상승분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분 142억원보다 243억원 더 높은 385억원으로 올려줘 서희건설이 243억원의 부당 수익을 챙겨가게 해준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방음벽 공사업자 C씨는 조합장 A씨에게 3억원, 당시 용인시장인 이정문 시장에게 1억6500만원에 더해 차량리스비 2900만웢, 17·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우제창 전 의원에게 9억9000만원의 뇌물을 건넸다. 대신 C씨는 방음벽 공사비를 부풀려 받아냈다.
지난해 4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1963가구의 이 단지는 2020년 서희건설과 2964억원에 시공계약을 맺었지만 2023년 3447억원으로 3년 만에 공사비는 16.3% 상승했다. 공사비 상승을 주도한 것은 바로 서희건설과 조합장, 그리고 인허가에 따른 이권에 개입한 시장과 전직 국회의원 등이었다.
이 대통령 첫 타운홀미팅에서 직접 서희건설을 거론하면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고, 이어서 국무회의에서까지 지주택사업의 무용론을 거론한 만큼, 이번 김건희 특검의 압수수색과 서희건설 비리가 연계될 경우 사태는 일파만파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더해 대통령이 제도 자체를 문제삼고 있기 때문에 지주택사업 제도 자체가 없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뒷돈을 주고 공사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영업을 해온 서희건설의 영업이익률은 건설업계의 최고 수준이다. 2024년 말 기준 서희건설은 매출 1조4736억원, 영업이익 2357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16%에 달한다. 대부분의 건설사 영업이익률이 5%를 넘지 못한 것과 크게 차이가 난다.
서희건설은 지주택사업 과정에서 각종 불법 및 탈법을 저지르다 보니 법적인 보호막이 필요한 관계로 딸 만 셋인 이봉관 회장은 사위 세명 모두 법조인으로 채웠다.
맏사위는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거쳐 부산에서 총선에 출마했다가 떨어진 박성근 전 부장검사이고, 둘째와 셋째 사위 모두 판사다.
한편 서희건설은 직원을 싼값으로 쓰고 필요 없으면 언제라도 해고하기 위해 직원 반 이상을 계약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서희건설의 비정규직 비중은 2012년 26.5%에서 2020년 46%까지 올랐다가 2022년 51.2%, 2023년 53.0%, 2024년 52.0%로 증가추세에 있다.
이번 김건희 특검 관련 수사로 서희건설이 그동안 뒷돈과 뇌물을 통해 각종 청탁과 공사비 조작 등까지 밝혀질 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