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들어서자마자 뜨겁게 달아오른 수도권 부동산시장을 잠재우기 위해 긴급처방으로 내놓은 6.27수요억제책의 약발이 차츰 약해지면서 후속 부동산대책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두 번째 부동산대책이 빠르면 다음주 13일 있을 국정기획위원회 대국민 보고대회 직후에 공급 중심의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 발표 이후는 8월 말까지 한미정상회담을 비롯해 한미 간 추가 무역협상 등 굵고민감한 이슈가 많아 이번 주 국정기획위원회 발표 시점을 넘기면 9월에나 발표 시점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예상 때문이다.
여기에 6.27대책 이후 상승폭이 줄어들던 아파트값이 수도권은 물론 지방으로까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정부가 다급한 입장이 됐다. 부동산시장은 한번 뜨거워지기 시작하면 가속도가 붙는 특성을 지녔기 때문에 초기 진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의 주간상승률은 6.27대책을 내놓기 직전 0.54%에서 대책 직후 -0.02%로 하락 반전했다가, 그 다음주 0.53%로 바로 회복한 후 주간 단위로 0.49%, 0.13%로 상승폭이 줄어들다가 8월 들어서 0.44%, 0.15% 등 심상치 않은 상승흐름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온기는 지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6.27대책 직전 0.08%에서 대책 직후 -0.09%로 하락 반전했다가, 0.01%, 0.14%, -0.13%, 0.18%, 0.05%로 점차 상승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다.
결국 6.27수요억제책 약발은 한달 정도 간 것으로 봐야 하고, 집값 불장을 긴급하게 잡는 소방수 역할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2019년에 내놓은 12.16대책은 이번 6.27대책보다 더 강력한 수요억제책이었지만 결국 5개월만에 시장 분위기가 다시 돌아간 적이 있었다. 당시 15억 이상 아파트에 대해서는 대출 자체를 막았고, 9억이상 15억 미만에 대해서는 20%, 9억 미만은 40%의 대출한도를 정했었다.
이 정부가 이번에 내놓을 두 번째 부동산대책은 현재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세제개편안에 부동산관련 세제가 빠진 것을 보면 공급대책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세제개편을 포함한 수요억제책은 당분간 접고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적극적인 공급을 통해 수요에 맞는 공급 계획을 내놔 시장을 안심시킬 필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재 주택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에 어떤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하냐 이다.
그동안 모든 정부들이 주택공급책을 내놨지만 실제 공급으로 이어진 실적은 미미하기 때문에 자칫 구호에만 그칠 수 있고, 그럴 경우 시장은 더욱 이상한 방향으로 튈 수 있다.
지난 5년 간 정부가 발표한 공급대책은 총 492만9000가구에 달한다. 주요 내용은 2020년 5월 6일 7만가구, 2020년 8월 4일 26만2000가구, 2021년 2월 4일 83만가구, 2022년 8월 16일 270만가구, 2023년 9월 26일 20만가구, 2024년 1월 10일 14만가구, 2024년 8월 8일 72만7000가구 등이다.
그러나 실제 공급으로 이어진 것은 30%정도에 그치고, 특히 서울에 대한 공급은 연 평균 2만가구 정도에 머물다 보니 절대적인 공급부족 현상이 누적되면서 집값 상승세가 만성화됐다.
이번에 나올 공급대책은 지난 2020년 8.4대책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당시에도 수도권 집값 잡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기 때문에, 수도권에 집중적으로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심 내 군부대 이전, 공공기관 이전, 태릉CC 개발, 3기신도시 고밀화 및 조기 분양, 서울시내 재건축 단지 고밀개발, 공공분양 확대, 서울 도심내 유휴부지 추가 확보 등의 범주 내에서 공급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딱 5년 전 8.4대책이 실패한 것은 실제 실행 과정에서 수많은 장벽을 지금까지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 훼손이라는 주민 반대, 군부대나 공공기관은 이전 부지 미확보, 서울시내 고밀화 등은 타 지역이나 단지들의 형평성 요구, 공공분양은 규모 자체가 민간에 비교가 되지 못할 정도로 미미해 효과 측면에서 의미가 없는 등의 이유로 공급계획은 거의 무산된 수준이 됐다. 이번에 내놓을 대책 역시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이유들이다.
이 중 가장 성공가능성이 높은 것은 3기신도시 추진에 속도를 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기신도시는 거의 서울과 인접해있는 등 지리적 선호도가 높아서 본격적으로 분양이 시작되면 서울 부동산시장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서울 도심 주택공급 방안에 힘을 쏟기보다는 3기신도시의 일정을 당기는 대책에 비중을 두고, 교통인프라를 비롯해 자족기능을 갖춘 청사진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도심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 관련해서는 장기적 마스터플랜을 준비해 이번 정부에서는 계획만 세우더라도 부작용 없는 종합적인 계획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 계획 안에는 현재 선도지구까지 지정됐지만 재건축이 어설프게 추진되고 있는 1기신도시의 종합개발까지 포함돼야 한다.
그러한 큰 틀에서 만들어진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용적률 인센티브도 정하고, 도시 인프라 계획도 세우고, 도시별 기능이나 특성도 살려야 제대로 된 미래형 도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당장은 서울 수도권 주택수요에 맞는 공급을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도심 및 1기신도시 개발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바로 3기신도시의 조기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3기신도시 추진과 관련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있지만,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속도를 내고 공급을 서두르지 않으면 서울 부동산시장은 엄청난 거품이 생기고, 결국 전국의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켜 부동산 침몰과 함께 나라가 침몰할 가능성까지 우려된다.
정권 초기인 만큼 좀 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3기신도시 추진 속도를 올리는 데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
이대로 두면 수도권 집값은 오를 일만 남았다. 집값과 가장 관계가 깊은 금리는 계속 내려갈 추세이고, 공급이 중단되면서 수요초과 현상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번 이 정부 두 번째 부동산 대책의 내용과 실현 가능성에 따라 수도권 부동산시장의 흐름이 결정될 것이고, 그 결과가 이재명 정부 임기 전체의 부동산 시장 색깔을 정해줄 것이다. 역대 집값을 최고로 올려놓은 때로 돌아가는 ‘문 어게인’은 막아야 할 것이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