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

이재명 정부 들어서 드디어 국민과 기업들의 주요 관심사인 세제개편안에 대한 기본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진 세제개편안의 핵심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증권거래세 인상,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이다.

그러나 이번 세제개편을 두고 대통령실에서는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걸었던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식의 표현을 쓰면서 자칫 세제의 현실화가 아닌 전 정권 흔적 지우기란 오해를 받을 수 있어 국민적 저항이 우려되고 있다.

민주당과 대통령실이 검토하고 있는 세제개편안은 큰 틀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재 24%에서 25%로, 증권거래세는 현재 0.15%에서 0.25%로,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배당성향 35% 이상 상장사로부터 받은 배당소득에 대해 종합소득과 분리해 구간별로 과세하는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여야 합의를 본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는 ‘부자감세’란 지적이 나오면서 추후 논의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 중에서 법인세 최고세율과 증권거래세 인상은 분명 세수부족을 메우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지난주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하고 있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13조9000억원을 포함한 이재명 정부 들어 첫 추경(추가경정예산) 30조5000억원(세입경정 10조3000억원 포함) 관련 세수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것이라는 것은 국민 대부분이 이해하고 있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은 이번 세제개편을 두고 ‘조세 정상화’란 표현으로 굳이 과거 정부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식의 표현을 쓰고 있어서 국민적 호응은 고사하고 반감 정서까지 일까 우려 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2년 대통령에 취임한 후 ‘공정과 상식’을 강조하면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표방한 모습을 생각나게 하는 장면이다.

최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최근의 세제개편 검토에 대해 “이번 세제개편 검토는 법인세 인상이 아니라 조세형평성의 회복이고 조세 정상화의 개념으로 봐야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보통사람의 시대’를 비롯해 과거 여러 대통령들도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했었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전 정부의 부동산 시장 왜곡, 탈원전, 내로남불 등등을 뜯어고치겠다면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해서 부르짖었다. 큰 틀에서 윤 전 대통령은 탈원전 중심의 에너지정책을 다시 되돌려, 원자력발전소를 다시 돌리고, 중단된 공사발주를 재개하면서 원전 산업을 되돌려 놨다.

그러나 이러한 탈원전을 친원전으로 바꾼 것을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할 수 있을까? 이것은 에너지 정책에 있어서의 효율적인 에너지믹스이고, 대한민국 현실을 반영한 정책의 변화로 봐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하면서, 정작 스스로는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엄청난 돈을 추가로 들여 청와대를 포기하고 국방부로 대통령실을 옮기면서 군 지휘체계를 흔들었고, 새로운 관저를 만들면서 온갖 편법적인 수단을 동원했다. 영부인이 국정에 관여할 수 없음에도 국회의원 공천을 비롯해 인사 개입 정황으로 수사를 받는 상황이 됐고, 무속인들 관련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결국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 비정상 행보를 보이면서 총선에서 대패했고, 결국은 계엄을 선포하는 전무후무한 비상식적 결정으로 본인을 비롯해 여러 관련자들이 형무소 생활을 하게 됐다.

과연 윤 전 대통령은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기준이 서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백과사전적 정의로 상식은 정상적인 사람들의 일반적인 지식·이해력·판단력·사리분별 자질을 말하는데, 중요한 것은 여기에서 정상적인 사람들의 기준이다.

정상(正常)은 다수의 사람들이 가진 공통적이고 평균적인 생각을 말하는데, 그것을 ‘보통’이라고도 한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나와 새롭게 대통령실을 꾸미는 것, 영부인이 국정에 개입하는 것, 무속인들이 대통령 근처에 얼씬거리는 것. 이것들을 보통이 아니라고 본다.

그러면 지금 대통령실의 강유정 대변인이 이번 세법개정안에 대해 강조한 ‘조세의 정상화’는 옳은 생각이고 표현일까?

이번 ‘세법개정안’은 윤 정부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4%로 내린 것을 이재명 정부에서 원위치 시키는 것인데, 법인세 최고세율은 정권별로 변해왔다. 김대중 28%->27%, 노무현 27%->25%, 이명박 25%->22%, 박근혜 22%, 문재인 22%->25%로 대부분 줄였는데, 유독 문 전 대통령만이 유일하게 인상했었다. 상식적이고 정상적이라고 할 만한 기준이 없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봐도 현재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 24%는 결코 낮다고 할 수 없다. OECD 평균은 21.5%이고, 대미 무역흑자규모가 큰 일본 23.2%, 대만 20%, 독일 15.8%다.

국가 규모 대비 법인세 부담 역시 세계 상위권이다. 2022년 기준 GDP 중 법인세 비중은 5.4%로서 OECD 평균 3.8%, G7(선진 7개국) 3.1%의 두 배 가까운 수준이다. 전체 세수 가운데 법인세 부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 16.8%에 비해 OECD 평균은 11.7%, G7 7.9%다.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 24%나 25%를 두고 정상이냐 비정상이냐란 표현은 어느 것과 비교를해도 맞지 않는다.

이제부터는 정부가 ‘정상’ ‘비정상’이란 표현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확한 비교표와 파급효과를 가지고 국민을 설득하고 정책을 펴길 바란다. 지금 국민들은 무엇이 정상이고 비정상인지 헷갈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 정부가 미국의 관세폭탄과 환율인상 압박에 더해 법인세 인상까지 추진하려니, 기업에 큰 부담을 주는 것이 향후 경기침체로 이어질까 하는 우려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그럴수록 정면돌파 할 필요가 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상해야 하는 정확한 이유를 솔직하게 오픈 한다면 대부분의 국민들도 인정할 것이다.

정상화니 비정상화니 하는 식으로 과거 대통령들이 물타기놀이를 했던 것을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 적어도 국민주권정부에서는.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