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삼립 허영인 회장의 장남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 이 대통령의 공장 방문 이후 SPC그룹은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이 ‘쇄신안’을 발표지만, 순간의 위기를 임시방편으로 넘기기 위한 쇼잉인지 두고 봐야 할 대목이다. 사진=SPC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제조공장을 방문한 첫 사례는 바로 지난 5월 야간 근로자가 기계에 끼어 사망사고를 낸 SPC삼립 시화공장이었다. SPC삼립은 지난 2022년부터 올해 5월까지 3건의 근로자 사망사고에 더해 수 차례 기계 끼임 사고로 손가락이 절단되는 등 사고가 이어지고 있어서 이재명 정부 들어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3명의 근로자가 과로사 한 것으로 밝혀져 SPC삼립이 근로자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지난 25일 이 대통령이 방문한 경기도 시흥 SPC공장에는 SPC삼립의 허영인 회장, 김범수 SPC삼립 대표, 김지형 SPC컴플라이언스위원장, SPC삼립 안전보건총괄책임자, 김인혁 SPC삼립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SPC측 임직원과, 동종업계 공장 책임자들도 참석했다.

“이런 저런 사고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는 것이 아쉽다”는 말을 시작으로, 근로자들의 무리한 야간근무가 사고의 원인이 되는데, 기업들은 비용만 생각하고 개선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의 경고성 지적을 이어갔다.

특히 이 자리에서 김범수 SPC삼립 대표를 향해 “사고 시간이 몇 시였나요?”, “끼어서 사망한거죠?”. “왜 그렇게 이야기하세요? 알지도 못하면서. 모르면 모른다고 하세요” 등 수십차례 문책성 질문들을 던졌다..

이 대통령이 산재사고 등에 대한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SPC삼립 공장을 찾아 한 이유는 바로 SPC삼립 공장에서 사망사고 등 산재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떨어져서 죽고, 깔려서 죽고, 끼어서 죽는 산재가 불가피하게 우발적으로 예측 못한 상태에서 발생하면 이해되지만, 똑 같은 현장에서 똑 같은 방식으로 똑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바로 SPC의 반복적인 사망사고가 일어난 것을 직접 경고하기 위해 이 공장을 찾았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SPC삼립은 오래전부터 안전사고가 빈번히 발생한 곳이지만, 특히 2022년부터 사망사고 등 안전사고가 집중적으로 일어나면서, 국민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회사다.

2022년 10월 15일 경기 평택 제빵공장에서 23세 여성근로자가 소스 교반기에 끼어 사망한 것을 비롯해, 2023년 7월 12일에는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서 50대 근로자가 반죽기계에 배가 끼어 사망했고, 올해 5월 19일에는 경기 시흥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가 윤활유 작업 중 컨베이어벨트에 상반신이 끼어 사망했다. 이 외에도 손가락 끼임으로 인한 절단, 골절 사고가 다수 일어났고, 20대 근로자 머리 위로 철제 컨베이어가 내려앉아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떨어지고, 깔리고, 끼어서 죽는 사례와 딱 들어맞는 사례들이 SPC삼립에 모여있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 더해 과로사까지 다수 발생해 SPC삼립의 사망사고는 명백한 인재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

SPC삼립은 2022년부터 공장 작업 중 사고를 당해 사망한 근로자 3명 외에도 12시간 맞교대 방식의 업무와 주당 52시간 초과 등 과로로 사망한 근로자도 3명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공장 업무 관련 사망자는 정확히 3명이 아닌 6명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뉴스타파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학영 의원실 자료를 바탕으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2023년과 2024년 SPC그룹 산하 제빵공장에서 3명의 노동자가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해 산재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뇌혈관질환 사망 2명, 심장질환 사망 1명 등이 산재로 인정받았는데, 이들 사망 근로자들은 발병 전 4주동안 1주 평균 근무시간이 64시간을 초과하거나, 교대제 근무로 야간(밤 10시~익일 오전 6시) 근무 등을 하는 등 주야간 맞교대 노동을 한 것이 발병의 원인인 것으로 인정된 것이다.

실제로 SPC그룹이 지난달 국회에 보고한 ‘에스피씨 안전경영 혁신방안’을 보면, 에스피씨 전체 계열사를 통틀어 하루 12시간씩 맞교대(2조 2교대)하는 노동자의 비율은 지난 4월 기준 53.7%에 달한다. 전체 노동자 가운데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일하는 야간근무자의 비중도 29.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SPC삼립은 제빵 과정에서 산업용 윤활유를 사용한 혐의로 현재 조사도 받고 있고, 이미 인체 유해성분이 검출됐음에도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편, 관련 조사나 수사기관도 시간을 끌면서 SPC삼립 봐주기 의혹도 받고 있다. SPC의 사고발생에 정부당국의 책임론도 나오고 있는 이유다.

지난 5월 제빵기계에 대한 윤활작업을 하다 사망한 50대 근로자가 사용했던 윤활유통이 식품용이 아닌 산업용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는데, 이 통에 남아있는 윤활유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염화메틸렌과 이소프로필알코올 성분이 검출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 결과가 나왔다. 이들 성분은 발암 추정물질이나 중추신경 기능을 떨어트리는 인체 유해물질이다.

국과수는 이러한 사실을 발표하면서 “검출 양이 적어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SPC삼립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린 시절 근로자 경험이 있는 이 대통령이 직접 사고 다발 공장을 방문해 산재에 대한 의지를 보인 만큼, 이번 기회에 SPC삼립의 고질적인 인명경시 악습의 고리를 끊는 계기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번 이 대통령의 공장 방문 이후 SPC그룹은 허영인 회장의 장남인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이 ‘쇄신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순간의 위기를 임시방편으로 넘기기 위한 쇼잉인지 두고 봐야 할 대목이다.

SPC삼립은 근래 사망사고 및 산업용 윤활유 사태와 관련 언론사에 대해 관련한 내용을 보도할 경우 광고를 끊어버린다는 식의 압력을 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몇 푼의 광고협찬비에 입을 다물고 있는 언론도 문제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편법을 자행하는 SPC삼립은 대한민국이 선진 사회로 가는 길을 막는 독버섯이 될 수 있다.

대통령이 나선 만큼 확실한 결과가 나와, 돈이면 다 해결된다는 천민자본주의식 발상을 몰아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