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OBBBA에 서명하고 증거워하고 있다. 사진=백악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경제정책은 관세폭탄과 감세정책이다. 관세를 통해 현재 연간 1조달러 이상 발생하고 있는 무역적자를 극복하고, 그 돈으로 미국기업과 미국민에 대한 세금을 줄여줘 생산을 활성화하면서 소비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는 두 개의 시계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관세폭탄 시계인 글로벌 시계이고, 또 하나는 감세를 현실화시키는 미국내 시계다.
이 두 개의 시계 가운데 관세시계는 막바지 목표점에 서서히 접근하고 있고, 감세시계는 목표지점에 도달했다. 트럼프에게 있어서 7월은 미국 독립기념일 만큼이나 의미를 지니는 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7월 4일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이다. 트럼프는 이날(현지시간) 오후 5시 백악관에서 하루 전에 하원을 통과한 감세법안인 OBBBA(One Big Beautiful Bill Act,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고지서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본인의 대선 공약 중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를 취임 6개월 여 만에 해결했다.
일명 오빠법안으로 불리는 OBBBA로 인해 트럼프는 큰 틀에서 본인의 정책을 원활하게 펼 수 있게 됐다.
이 법안에 따르면, 트럼프는 앞으로 돈 걱정 없이 재정 지출을 할 수 있게 됐다. 현재 국가부채가 36조달러(약 5경원)에 달하는 가운데 미국 의회가 부채한도를 5조달러를 더 늘려준 것이다. 국채를 마음대로 발행해 그 재원으로 부담 없이 정책을 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이번 부채한도 증액으로 미국은 앞으로 10년 간 부채가 3.3조 더 늘어날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36조달러가 10년 안에 40조달러가 된다는 전망이다.
OBBBA의 핵심은 법인세와 개인소득세를 감세한 것이다. 법인세와 개인소득세는 과거 트럼프 1기 때인 2017년 크게 낮춘 감세법(TCJA)을 계속 유지시키는 것이다. 트럼프 1기 이전인 오바마 때 법인세는 최고 38%에 달했는데 트럼프 1기때 21%로 낮췄고, 개인소득세는 약 3% 이상씩 낮췄었다. 이 두 세금은 2025년 말까지 종료될 예정이었는데, 이번 OBBBA를 통해 계속 연장하게 된 것이다.
이번 법안에서 눈에 띄는 것은 팁과 초과근무수당에 대해서는 아예 면세를 한 것인데, 이와는 반대로 메디케이드나 푸드스탬프 예산은 삭감해, 이민자 등 어려운 처지의 시민들, 고령이나 장애인들에 대한 의료서비스나 식량지원이 대폭 줄어들어 그들의 삶은 어려워지게 됐다. 이와 관련 예산 1조2000억 달러 삭감으로 1200만 명이 의료보험을 잃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계인 관세폭탄 시계는 일단 다가오는 7월 8일이 종료시점이다. 지난 4월 2일 트럼프가 세계 157개국을 대상으로 관세폭탄을 선언한 후 90일 간의 협상 시한을 줬는데, 며칠 후면 협상 시한이 만료된다.
문제는 지난 90일 동안 협상이 완성된 나라는 영국과 베트남 딱 두 나라에 불과하다. 영국은 어차피 대미 무역적자국이기 때문에 미국과 협상할 내용이 별로 없지만, 베트남은 대미 무역흑자 톱5 국가이기 때문에 최근 합의에 이른 베트남과의 협상 결과는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베트남은 당초 46%의 관세부과 대상국이었지만, 이번 협상으로 관세를 20%로 낮춘 반면 미국의 관세는 0%로 정했다. 다만 우회수출인 베트남 환적 수출물량에 대해서는 40%의 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그 외의 베트남 비관세장벽 모두를 철폐하기로 한 것이다.
영국과 베트남 외에 트럼프 관세폭탄의 주 목표인 중국과는 일단 휴전관계다. 미국은 30%를 중국은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합의했고, 희토류 관련해서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조치 완화 정도에 따라 수출을 재개하기로 한 것으로,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변수가 생길 수 있다.
나머지 나라들은 오늘(미국 4일)부터 차례로 트럼프의 관세편지를 받을 예정인 것으로 돼있다. 트럼프는 지난 3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일(4일)부터 하루에 약 10개국씩 얼마를 지불해야 할 지 서한을 보낼 것”이라면서 ““이게 당신이 미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내야 할 금액이다”는 편지를 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약 100여개 국을 상대로 편지를 보낼 예정인 만큼 10여 일 걸릴 것으로 보이고, 일정 상 7월 중순이면 대부분의 나라들이 편지를 받아들 전망이다. 과연 한국은 몇%의 관세 통보를 받게 될까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약 100여개국이 10%의 상호관세를 적용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고 있어 우리나라도 기본관세인 10%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10대 대미 무역흑자국이기 때문에 베트남의 사례를 감안해야 하고, 최근 트럼프가 일본에 대한 발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미 무역흑자 5위인 베트남에 대해서는 당초 46% 부과를 20%로 반 이하로 낮춰줘, 우리나라도 낮아질 수 있는 기대를 할 수 있지만, 베트남은 모든 비관세장벽을 철폐하는 미국에 대해 완전 무장해제를 당한 입장이 됐다.
반면 일본은 최고의 우방국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쌀을 수입하지 않는다는 표면적인 이유에 더해 미군 주둔으로 인한 방위비 증액 이슈가 맞물려 있는 상황이다. 30개월 이상 된 소고기 수입을 압박하면서 방위비 증액을 요구 받고 있는 우리나라는 일본과 형편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에 대해서 트럼프는 당초 24% 관세요구에서 36%로 더 늘릴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4월 2일 10%의 기본관세에 15% 상호관세를 더해 25%로 통보 받은 바 있다. 일본의 사례를 고려할 때 최소 당초 25%인 관세를 넘어서 30% 이상의 관세를 통보 받을 가능성도 열려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협상대표단이 현재 워싱턴을 방문해 기한 없이 협상에 임하고 있지만, 그 동안 정권 공백으로 인해 준비 기간이 짧아 어떤 편지를 들고 올 지 걱정이 앞선다. 어떤 결과든지 지금까지보다는 대미 수출환경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