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우리금융그룹의 끊임없는 횡령 및 비리와 부당대출 등 부패의 이면에는 임종룡 회장의 연세대 경제학과 출신 인사들과, 그룹 실세인 이해광 부행장의 부산 대동고 인맥들이 그룹을 주도하는 등 정도경영에서 벗어난 편법경영의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처남 등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47억원의 부당대출금액을 추가로 포착해 지난달 18일 손 전 회장의 처남인 김 모씨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이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넘긴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손 전 회장의 처남 등 일행은 지난 2021년에서 2022년 사이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상가주택을 담보로 총 4차례에 걸쳐 47억 원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매매가를 실제보다 부풀린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 등은 실소유 법인 2곳에 대해 총 4건, 47억 원을 부당대출 받는 과정에서 매매가를 실제보다 부풀린 가짜 계약서를 토대로 대출 심사를 받고 대출을 받은 것이 경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이들은 이미 2021년 9월부터 2023년 8월까지 23차례에 걸쳐 517억4500만 원을 부당대출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는데, 이번 부당대출 적발로 인해 총 부당대출 규모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지난 2월 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검사 결과에 따르면, 손 전 회장 처남 등에 대한 부당대출은 총 730억원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한 2023년 3월 이후 이 중 61.8%인 451억원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은행 전체 부당대출 가운데 약 절반인 338억원은 부실화돼 회수가 불가능한 것으로 금감원은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손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 외에도 전·현직 임직원(본부장 3명, 지점장 24명)이 부당대출 1604억원을 취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 회장이 쇄신과 도덕성을 강조했던 지난해만해도 4건의 금융사고가 터졌다. 지난해 3월에는 외부인의 허위서류를 바탕으로 25억원의 불법대출이 이뤄진 것이 11월에 발견된 바 있고, 9월에도 비슷하게 외부인의 허위서류 제출에 따른 55억590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우리금융그룹이 이렇게 도덕적으로 심각한 결함을 보이고 있는 배경에는 임 회장 자체가 정도경영이 아닌 인맥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임 회장은 임기 초부터 본인의 출신 대학교인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출신들 중심으로 주요 보직을 꾸려 경영을 이끌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현재 그룹의 외환그룹장을 맡고 있는 이해광 부행장인데, 임 회장의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후배로서 연세대 인맥을 관리해왔다. 여기에 더해 이 부행장 출신고교인 부산 대동고 인맥도 주요 보직에 포진시켰다. 임 회장 취임 시 이해광 당시 상무가 그룹 인사를 총괄했다.

연세대 경제학과 인맥으로서 금융경험이 전무한 매일경제 기자 출신인 장광익 부행장도 임 회장이 취임 직후 영입해 그룹 브랜드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겼다. 이해광 당시 상무의 대동고 동문인 이명수 부행장은 우리은행 인사 총괄을 맡았고, 역시 부산 대동고 출신인 박구진 부행장이 준법감시인을 맡았었다. 그룹의 인사, 감사, 브랜드를 이들 연세대와 대동고가 독점하다시피 한 것이었다.

현재도 우리금융그룹에서는 연세대 경제학과 출신이 성골이고 부산 대동고 출신이 진골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지난해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 이후 감사, 인사, 브랜드 등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있었지만, 이들 성골과 진골 인맥은 자리만 이동할 뿐 영향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핵심 중의 핵심인 이해광 상무는 현재 그룹 외환그룹장을 맡고 있고, 당시 준법감시인으로서 부당대출 등 도덕성 해이의 직접적인 책임자인 박구진 부행장은 현재 IT그룹의 IT솔루션 ACT로 영전해있다. 언론사들과 부딪히면서 갈등을 빚었던 장광익 부행장은 우리금융경영연구소 특임연구원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의 끊임없는 횡령 비리와, 부당대출 등 도덕성 해이 뒤에는 실력과 경력에 따른 정도경영 인사시스템이 아닌 임종룡 회장의 학맥 및 인맥경영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 관료 출신인 임 회장은 이러한 심각한 우리금융그룹의 문제점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보다는 임기를 끝까지 채우겠다는 욕심이 앞선 모습을 보여, 많은 금융권 후배들의 불만도 사고 있다.

임 회장은 지난해 10월 10일 국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한 현 경영진 책임론에 "제가 잘못해 책임져야 할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면서 횡령 등 사태에 책임지고 사퇴할 용의가 있냐는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우리금융의 신뢰를 떨어뜨린 데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지만 조직의 안정과 내부 통제 강화, 기업 문화 혁신 등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실질적으로는 사퇴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돈을 취급하는 신용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할 은행이 도덕적으로 망가졌을 때 자칫 사회적으로 엄청난 금융재난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정부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경영책임을 묻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