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주요 발전원인 풍력발전소. 오스트리아의 풍력발전단지. 사진=수도시민경제
이재명 정부가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로서 AI(인공지능)을 선정하고 향후 100조원을 투자한다고 해 관련 업계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AI 산업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고 중국이 엄청난 속도로 추격해가면서 상대적으로 우리나라가 뒤쳐진 것이 현실인데, 이 정부의 AI 투자 집중 투자는 우리나라 산업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AI 산업은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이 정부가 추진하기로 한 에너지 정책을 보면 AI 산업에 저해되는 부분을 담고 있어 생각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최근 AI와 재생에너지 산업에 예산을 대거 투입하기로 하고, 에너지 관련 예산 대부분은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금융 지원 사업에 집중시켰다. 원전 관련 예산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에너지 정책의 무게추가 재생에너지 쪽으로 옮겨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9일 “경기 회복과 미래 먹거리 산업에 대한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총 4956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마련한 추경안에는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 1118억원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재생에너지 보급 사업에 118억원, 금융 지원 사업에 1000억원이 편성됐다. 증액된 예산은 주택·건물의 태양광 보급 확대와 태양광 생산·시설 자금에 대한 융자 지원에 사용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러한 에너지 정책의 변화가 이재명 정부가 대통령실에 AI미래기획수석을 신설하면서까지 AI를 중점 육성하는 정책과 배치되는 모습이고, 결국 에너지 부족으로 인한 AI산업 구축에 한계를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우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릴 경우 전력생산비가 크게 늘어나 비용 측면에서 AI 산업경쟁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 발전원별 생산단가를 비교해보자. 1Kwh(킬로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하는데 가장 비용이 싼 발전원인 원자력발전소 생산단가는 60~80원인 데 반해, 대표적인 재생에너지인 태양광발전소는 130~160원이고, 풍력발전소는 120~150원이다. 지상 풍력의 불안정성과 반대 민원으로 해상풍력을 건설하고 있는데 이 경우는 생산단가가 200~250원까지 올라간다.
특히 태양광발전소의 경우는 국토 훼손 범위가 너무 넓고, 수상태양광의 경우는 수질오염의 주범이 되기도 하고, 날씨에 따른 에너지 효율 불안함도 안고 있다.
단순계산으로 태양광발전소 생산단가는 원자력발전소 대비 2배 이상이고, 해상풍력발전소는 3배 이상이다.
세계적으로 미국 빅테크기업들의 데이터센터가 상당부분 자리잡고 있는 아일랜드가 전력부족으로 국가 정전사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급속한 AI산업 발전과 함께 엄청난 규모로 들어서고 있는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양의 전력을 필요로 한다. AI기기 자체도 엄청난 양의 자료를 빠른 속도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전력을 소비하지만, 데이터센터는 냉각시스템까지 필요하기 때문에 전력 사용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일랜드는 비교적 선선한 날씨와 낮은 법인세를 이유로 구글, 아마존, 메타 등 글로벌 AI 기업들이 이 곳에 데이터센터를 주로 지어왔다. 현재 아일랜드에는 90여 개의 데이터센터가 운영되고 있고, 현재 준비중인 것들이 완공되면 총 130여개까지 늘어나게 된다.
그런데 이들 데이터센터가 갖다 쓰는 전력이 늘어나다 보니 현재 국가 생산 전력의 20% 이상을 이들 데이터센터가 소비한다고 한다.
2015년부터 데이터센터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는데, 지난 10년 간 이들 데이터센터가 가져간 전력량은 4배로 늘어났다. 2026년에는 국가 전력량의 30% 이상을 데이터센터가 가져간다는 전망치도 나왔다.
결국 국가 전체적으로 전력이 부족한 현상이 발생했고, 일반 국민들의 전력요금이 지난 2~3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국가 먹거리로 유치한 데이터센터가 국민들에게는 전력 부족에 따른 부담으로 돌아갔고, 급기야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아일랜드는 이제 전력이 부족한 나라가 돼, AI기업들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고 발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다. 지난 2022년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은 아일랜드에 데이터센터 계획을 철회하고 다른 나라로 발길을 돌렸다.
현재 아일랜드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40%인데, 아일랜드 정부는 앞으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70% 이상으로 늘릴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재생에너지 비중 40%를 가지고도 전력 대란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서 70%까지 늘릴 경우의 전력 생산성으로 자칫 국가 전력부도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아일랜드 정부는 현재 소규모 발전, 주택에너지 개선을 통한 에너지절감 등 다양한 해결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전력 부족 속에 AI 데이터센터만 유치하다보니 국제사회에서는 아일랜드를 데이터 덤핑장(Data Dumping Ground)란 별명이 붙었다. 빅테크 기업에게 막대한 전기를 제공하는 역할만 할 뿐 수익이나 일자리 창출은 별로 없다는 의미의 별명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발전원 별 구성을 보면, 원자력 32.5%, LNG 29.8%, 석탄 29.4%, 신재생 6.9%로 돼있다.
원자력 비중은 과거 2000년대 중반까지 40%대를 유지하다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23.7%로 떨어졌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 다시 올라가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발전효율이 가장 높은 원자력발전소 없이 전기 먹는 하마인 AI산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생산단가가 태양광이나 지상 풍력과 비슷한 석탄화력발전소나 LNG발전소를 대폭 축소하고 그 대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고, 발전효율 높은 원자력발전소 비중도 40%대로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 기술은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지닌 만큼. 글로벌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비중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
이재명 정부 초기의 경제정책 방향이 앞으로 재임 4년은 물론 그 이후의 한국 산업구조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만큼, 신중하고 조화 있는 구상으로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