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동결 발표는 이미 예상했던 결정이기 때문에 새로울 것이 전혀 없지만, 그동안 우려했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높이는 전망치가 나오면서 미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이 국제 유가에 미칠 영향을 감안하면, 미국 발 경기침체가 글로벌 경제를 덮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연준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4.25%~4.50%를 유지하는 등 금리동결을 발표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인 1월 29일 동결 이후 4회 연속 동결을 이어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한 연준의 주요 인사들은 트럼프의 관세폭탄과 감세 정책, 그리고 이민 제한 등으로 미국의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보고 한동안 금리를 유지하면서 상황을 지켜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문제는 미 연준이 3개월마다 발표하는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와 함께 내놓는 경제전망보고서를 보면 금년부터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져 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 예상된다.
일단 19명 연준 위원 및 주요인사들이 올해 금리변화를 전망하는 점도표를 보면, 7명이 동결, 2명이 1회 인하, 8명이 2회 인하, 2명이 3회 인하에 점을 찍었다. 전체적으로 2회 인하가 8명으로 가장 많지만, 지난 3월 점도표에서 동결이 4명이었는데 7명으로 3명이 늘어난 것을 보면 시간이 갈수록 금리동결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매파의 세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 점도표와 함께 발표된 경제전망보고서를 보면 연준위원들이 금리동결에 무게를 싣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올해 경제성장률은 1.4%로 지난 3월 전망치인 1.7%에서 0.3p 내려갔다. 지난 2024년 12월 전망치인 2.1%에 비해서는 0.7p 내려간 것이다.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락과 함께 연말 실업률 전망치는 올라가 지난 3월 전망치인 4.4%보다 다소 상승한 4.5%로 내다봤다.
이 두 전망치만 보면 기준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경기 하강 신호와 함께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인하가 쉽지 않게 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은 지난 3월 전망치인 2.7%에서 3.0%로 올라가 연준의 관리기준인 3.0%대로 올라섰다.
특히 변동성이 높은 식품과 에너지 품목을 제외한 근원PCE 전망치는 지난 3월 2.8%에서 이번에 3.1%로 발표해,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웠다.
이 보고서대로라면 미국은 올해 저성장, 고실업, 고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의 국면에 진입한다고 봐야 한다.
관세폭탄이라는 관세정책으로 미국을 무역적자로부터 해방시키겠다고 호언장담하던 트럼프 대통령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G7정상회담 중간에 서둘러 귀국한 트럼프에게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에 대한 이슈도 중요했겠지만, 6월 연준의 기준금리 발표를 앞두고 파월 연준 의장을 압박하기 위한 것도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트럼프는 파월을 향해 지금 미국 경제에 불황의 요소가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대폭 낮춰 기업들에게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트럼프는 현재 미국 기준금리 4.5%를 2~2.5%p 내려 2.0%까지 내려야 한다고 압박을 가했다. 종전 1% 인하 요구에서 한발 더 나갔다.
금리를 내릴 경우 시장에 유동성이 풀리면서 물가가 올라간다는 당연한 경제학적 이론과는 달리, 트럼프는 금리인하가 기업의 수익성을 올려 그 여력으로 물건을 더 싸게 많이 시장에 공급하면서 물가를 내리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궤변 논리를 펴고 있다.
이는 경제 기초이론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논리라고 할 수 있다. 금리가 내려가면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리고 결국 돈의 가치가 떨어져 물가가 올라가게 되는 것과 함께 소비자들은 풍부한 유동성으로 물건을 더 많이 사게 되면서 당연히 물가는 올라가는 것이 경제 기초이론이기 때문이다.
급기야 트럼프는 파월을 향해, 멍청한 사람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썼다. 트럼프는 파월이 금리동결을 결정한 18일(현지시간)과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2% 인하해야 한다. 2.5% 인하한다면 더 좋다”면서 “연준에는 멍청한(stupid) 사람이 있다”고 파월을 멍청한 사람으로 몰아붙였다.
근래 파월을 향해 금리인하를 너무 늦추고 있다는 의미인 ‘Mr too Late’ 란 표현에서 한참 더 나간 인신공격성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파월은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 굳건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파월 역시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 관세정책 리스크가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상태다”면서 “정책 조정 검토에 앞서 향후 전개과정을 파악해야 하는데, 수개월 내에 인플레이션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일축했다.
실업률과 경제침체를 우려하는 트럼프의 금리인하 요구와, 역사적으로 미국 경제를 괴롭힌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파월 간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가 내년 6월까지 임기인 파월을 대신할 연준 의장을 물색하고 머지않아 후임을 인선하겠다고 연기를 피우고 있어서 실제 실행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으로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 여부에 따라 세계 경제 흐름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