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에프앤비 권원강 회장 자서전 '최고의 상술'
사진=교촌애프앤비
1991년 구미 송정동 10평 남짓한 작은 가게에서 시작된 ‘교촌통닭’이 34년이 지난 2025년 현재 전국 13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외식 프랜차이즈 강자인 교촌에프앤비로 성장했다. 처음 개업을 했을 당시 하루 통닭 한마리도 팔리지 않는 날이 허다했지만, 지금은 수 많은 매장에서 하루 100마리 이상의 치킨이 팔리는 국내 1위의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성장했다.
창업주 권원강 회장이 마흔 살에 시작해 국내 최고 치킨 프랜차이즈로 성장시킨 자서전 ‘최고의 상술’을 통해 그의 경영철학과 성공 이유를 짚어보고자 한다.
음식에 문외한이던 권 회장이 오늘날 치킨 업계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기업으로 성장시킨 배경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그의 ‘고집과 간절함’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고집은 ‘정직’과 ‘원칙’을 지키기 위한 고집이고, 간절함은 고객이 감동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고 ‘차별화’를 유지하기 위한 간절함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권 회장이 자서전 ‘최고의 상술’을 통해 밝힌 고집과 간절함을 담은 그의 경영철학들이다.
“내 앞에 앉은 손님들이 내 치킨을 맛볼 때 단순히 ‘맛있다’고 느끼는 것을 넘어, 그 한 조각을 통해 나의 진심이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원칙을 고집해왔다.”
“여기 치킨은 참 정성이 들어가있네요” 그 한마디가 세상의 어떤 칭찬보다 더 감동적으로 들렸다. 내가 만족하지 못하는 제품을 내놓지 않는 이유, 내가 내 기준에 따라 완성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그 한마디에 있었다.”
“내가 지향하는 목표는 업계 1위가 아니었다. 최고의 치킨을 만드는 것이었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맛과 품질. 시스템을 갖춘다면 업계 1위나 매출 1위는 저절로 따라온다고 믿었다. 장사가 너무 안되던 초기부터 질 좋은 채종유만 고집했던 것도 일류가 목표였기 때문이었다.”
“창업을 한다면 절박함과 간절함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들면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때 사람이 얼마나 절박해지겠어요. 그런데 그 절박함은 이 위기를 이겨내야겠다, 반드시 해내야겠다는 간절함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그 다음은 열정입니다. 끝없는 열정으로 나만의 것을 만들어가야죠.”
“그날도 하루 종일 손님이 없었다. 유난히 더운 여름이었다. 오후의 햇볕이 뜨겁게 달아오를 무렵, 그토록 간절히 기다리던 주문이 들어왔다. 열심히 튀긴 통닭 두 마리를 소중히 들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창문을 모두 닫은 자동차 안은 거의 50도에 가까웠지만, 에어컨을 켜지 않았다. 아니 켤 수 없었다. 갓 튀긴 치킨이 행여 에어컨 바람에 식을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머릿속에는 오직 치킨이 식기 전에 배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식기 전에 가져다드려서 다행이다.
그런데 이날 저녁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저녁 무렵 손님 세분이 가게에 와서 다섯 마리를 포장해간 것이다. 아까 낮에 주문했던 분들이었다. 하루 매상이 4만2000원이었다. 얼마나 좋았는지 돈을 세고 또 세보았다. 나한테는 백배 천배 가치가 있는 돈이었다. 내일도 장사를 계속해도 된다는 희망을 준 돈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114에 열심히 전화를 걸었던 것은 광고를 할 만한 돈이 없어서였다. 돈이 없다는 건 분명 불리한 제약이었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오히려 새로운 아이디어와 전략을 고민하도록 만들었다. 제약이 있으면 더 창의적으로 되고, 기존의 틀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스포츠 선수들이 엄격한 규칙 안에서 경기를 하지만 매 순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가? 규칙을 깨버리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규칙이 바뀌기 전까지 그 선을 벗어나면 바로 탈락이다.”
“(동물원에서 관람객을 향해 먹이를 달라고 하는 곰들 가운데 유난히 손을 흔드는 곰을 보고) 곰도 먹고 살려고 저렇게 다른 동작을 하는구나. 이런 게 차별화가 아니면 무엇이 차별화겠는가.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방법으로 더 많은 먹이를 얻고 있는 곰에게 크게 한 수 배운 날이었다.”
“지금도 내 머릿속은 ‘고유성’, ‘차별화’와 같은 말로 가득 차있다. 어디서 본 듯, 누군가 한 듯, 비슷해서도 안된다. 우리만의 차별성 있는 전략을 세워서 독보적인 위치에 서는 게 보람 있는 일이다. 타사보다 조금 나온 매출이 나온들 그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
권원강 회장은 1951년 대구 남문시장의 소금과 고추를 판매하던 부유한 상점주의 막내아들로 태어났지만, 소금에 대한 전매권이 없어지면서 가업이 기울어 어려운 청년기를 맞았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권 회장은 생계를 위해 철물점, 노점상, 과일장사, 포장마차 등 잡다한 일을 전전했고, 독립유공자인 할아버지 덕에 개인택시면허를 일찍 받아 생계를 꾸려가던 중 생활고를 벗어나기 위해 마흔 살 나이에 통닭집을 열게 됐다.
그의 경영철학을 넘어서 인생철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정직’인데, 결혼 초기 큰 집에서 제사를 마치고 큰누나가 권 회장의 딸에게 용돈으로 5000원을 주었는데, 당시 가치로 라면 40개 가치였다. 어려운 처지의 권 회장에게는 3인 가족이 10일 이상의 끼니에 해당하는 돈이었다.
제사를 마치고 집까지 오는 내내 그 5000원을 어떻게 하면 딸에게서 뺏을까를 고민했는데, 막상 집에 와서 보니 딸이 오는 도중에 그 돈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그 때의 부끄러운 생각과 함께 평생 ‘정직’하게 살겠다고 다짐한 것이 오늘날까지 인생 철학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권 회장은 일러준다.
권 회장은 자서전을 통해 교촌에프앤비의 성장 과정은 ‘정직’을 지킨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