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각국별 상호 관세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폭탄은 엄포용이고 결국 상호간에 관세 치킨게임을 벌이다 트펌프는 막판에 항상 꼬리를 내리고 물러선다는 의미를 지닌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는 트럼프의 별명이 됐다.

이 TACO는 트럼프 1기 때 기자들에 의해 붙여진 별명이다. 당시에도 트럼프는 취임과 동시에 관세폭탄을 무기로 내놨지만, 여소야대의 의회와 측근들의 반대로 제대로 관세폭탄 공격을 하지 못했고, 그런 트럼프의 모습을 기자들이 그렇게 표현했던 것이다.

그런 트럼프에게 최근 기자들이 백악관 식사 자리에서 음식에 왜 TACO가 없느냐고 농담을 건넸고 이에 발끈한 트럼프가 이제 진짜 관세폭탄을 퍼부을 작정인지 6월 4일부터 철강에 대해 기존 25% 관세를 50%로 올리기로 했다.

TACO는 전통적인 멕시코 음식으로 고기와 채소 등 여러 가지 재료를 올리고 소스를 얹어 먹는 음식의 이름으로 우리나라에도 들어와있다.

트럼프는 항상 치킨게임에서 막판에 핸들을 꺾는다는 영어 문장의 앞 글자를 모은 표현의 TACO란 별명이 붙게 됐는데, 기자들은 짓궂게 식사 자리에서 트럼프에게 TACO 요리가 왜 없냐고 했으니 트럼프 심기가 불편하게 됐다.

자신은 결코 TACO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인 지 트럼프는 곧바로 철강 관세를 두배로 올리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미국 철강 수입국 3위인 우리나라 철강기업들에 비상이 걸리게 됐다.

2일 오전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철강협회 사무실에서 포스코, 현대제철, KG스틸, 세아제강, 동국씨엠, 동국제강, 넥스틸, 비철금속협회, 노벨리스코리아, 롯데알루미늄, 동일알루미늄 관계자들과 함께 회의를 열었지만 뾰족한 수가 있을 리 만무이고 트럼프가 별명대로 또 핸들 꺾기만 기다릴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트럼프가 지금은 후퇴했지만 중국에 내렸던 145% 관세나 이번 철강에 대한 50% 관세는 사실 서로가 같이 죽자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은 죽음의 레이스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원상 트럼프가 말하는 관세란 의미의 Tariff는 과거 지중해를 무대로 약탈을 하던 해적들이 통행세로 거둬들인 세금을 의미한다. 당시 해적들은 통행세를 내지 못하면 노예를 삼거나 목숨을 뺐거나 해서, 당시 Tariff는 죽음을 대신하는 무서운 단어로 통용됐었다.

트럼프는 세금의 의미를 가진 Customs나 Duty 대신 Tariff란 단어를 쓰는 데는 이 단어의 역사를 알고 쓰는 듯 보인다. 즉 트럼프 머릿속에는 이 관세를 내지 않으면 목숨을 내놓을 각오를 하라는 뜻이 아닐까? 만일 그렇다면 그는 결국 해적에 불과한 것이다.

Tariff는 스페인 남단 지부롤터 해협 가장 좁은 곳에 위치한 지명 Tariffa에서 유래한 말로서, Tariffa는 서기 700년 대 무어족의 장군인 타리크 이븐 말릭(Tariq ibn Malik) 장군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이 Tariffa 지역은 타리크 장군이 점령하기 전에 유럽과 아프리카 경계지점으로서 해적들의 핵심 본거지였는데, 해적들이 유럽과 아프리카를 오가는 배들을 상대로 통행세를 받는 곳이었다.

통행세 협상이 안되면 사람들을 노예로 팔기도 하고 노예로서의 가치가 없을 경우에는 목숨을 뺐기도 해서 이 지역은 죽음을 각오하고 지나야 하는 공포의 해협이었다.

서기 711년 무어족인 타리크 장군이 이 곳을 점령하면서 약 700년 간 질서를 잡았지만 이 후 1400년 대 기독교 세력이 무어족을 쫓아내면서 질서가 다시 깨져 1500년대 이후 해적들이 다시 창궐한 곳이다.

무어족이 물러나면서 남긴 유적이 바로 700년 간 이슬람문화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함브라궁전이다.

이 지역의 해적들에게 로마의 영웅인 케이사르도 붙들린 적이 있었다. 케이사르가 지중해 로도스 섬으로 유학가던 중 해적들에게 잡혔는데, 케이사르는 몸값으로 20달란트를 요구하는 해적들에게 “감히 나 케이사르 목숨 값이 20달란트에 불과하단 말이냐”면서 50달란트를 주고 풀려났는데, 풀려난 후 군사들을 데리고 가서 해적들을 모두 십자가에 매달아 처형했다고 한다. 이 내용은 리비우스의 로마사에 소개돼있다.

당시 이들 해적들 중 가장 강력한 해적은 동지중해를 무대로 약탈질을 한 킬리키아 해적이었는데, 케이사르와 함께 3두정치를 했던 폼페이우스에 의해 완전히 소탕되기도 했다. 케이사르와 정적이었던 폼페이우스는 이곳 지부롤터 해적을 몰아내고 이집트로 건너가 클레오파트라의 치마폭에 싸여 살다가 결국 클레오파트라에게 살해당하고 인생을 마감했다.

1500년대에는 돈키호테를 쓴 세르반테스도 이곳 해적들에게 붙들려 노예로 팔려가 5년동안 노예생활을 한 후 가족들과 수녀회가 마련해준 돈을 지불하고 풀려나기도 했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Tariff는 알고보면 무서운 말인 것이다. 통행을 위해서 엄청난 대가를 치르든지 목숨을 내놓든지 노예로 팔려가든지 하는 의미로 쓰였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Tariff를 처음 강조한 것은 트럼프 정부 1기 때인 2018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에서였다. 당시 트럼프는 중국 시진핑과 만찬을 마친 후 트윗을 통해 “중국과 무역협상이 잘 되지 않을 경우 90일 후 무역전쟁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면서 “Tariffs are Greatest, I am Tariff man”이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그의 별명대로 TACO를 계속 해주길 바랄 뿐이다. 진짜 관세폭탄으로 치킨게임을 끝까지 하면 너도 죽고 나도 죽는다.

트럼프의 관세폭탄 대상이 전 세계인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 보다는 미국 외의 지구촌이 유리해진다는 것을 트럼프가 모를 리 없을 것이다.

트럼프 상호관세 협상 기간 90일 만료가 한 달 후로 다가왔다. 미국 법원에서는 상호관세폭탄의 근거인 IEEPA(국제비상경제권한법) 적용 부당성을 놓고 대법원까지 올라가겠지만, 그와는 별도로 무역법이나 관세법으로 트럼프가 관세를 올릴 방법은 수없이 많다.

트럼프가 해적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 수준에서 멈추지 않을까? 우리 정부나 기업들이 너무 겁먹지 않길 바란다. 겁 먹으면 트럼프는 목숨 값을 더 올릴 것이다. 어쩌면 그는 해적일지 모른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