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말 베트남 전쟁에 참여한 미국 병사들은 2차세계대전이 끝난 후 태어난 부머 세대였다. 베트남 전쟁은 미국 부머 세대를 상징한다.

서울대 관악 캠퍼스가 문을 연 1975년은 우리나라 부머 세대가 대학에 들어가기 시작한 해였다. ‘부머 세대’는 미국에서 나온 용어인데, 2차 대전 후 참전 용사 1000만 명이 귀국해서 가정을 갖게 되자 아이들이 많이 태어나서 그 후 미국 사회와 정치 문화 등에 큰 영향을 미쳤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미국에선 신생아 출산이 급격히 늘어났는데, 이를 베이비 붐(baby boom)이라고 부르고, 이 시기에 태어난 세대를 '부머(boomer)'라고 부른다. 2차 대전이 끝난 다음 해인 1946년부터 출산율이 급격히 올라가서 1957년까지 지속되다가 그 후로 서서히 떨어져서 1964년에는 2차 대전 전 수준이 되었다. 이 기간 동안 태어난 인구는 7600만 명으로 미국 역사상 출산이 가장 많았던 20년이었다.

부머 세대는 대통령을 여럿 배출됐는데,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도널드 트럼프가 모두 1946년생이다. 1946년~53년 사이에 태어난 부머 세대의 남자들은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본격적으로 개입한 1965년부터 징병제가 폐지된 1973년까지 징집됐기 때문에 베트남 전쟁은 ‘부머 세대’의 전쟁이었다. 1960년대는 반(反)체제 반(反)문화 운동이 대단했지만 그 시기에 활약한 대중문화 스타들은 부머 세대 보다 몇 년 앞서 태어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한국전쟁이 끝난 후에 출산율이 높아졌기 때문에 대체로 1954년부터 1970년대 초까지 태어난 세대를 한국의 부머 세대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1949년 신생아 출생은 68만 7천 명이었고 6.25가 발생한 1950년은 통계를 찾기 어렵다. 1951년에 72만 8천명이 태어났고 1953년에는 83만 명, 1954년에는 89만 명, 1955년에는 96만 명, 1956년에 99만 9천명, 그리고 1957년에 101만 명, 1960년에 108만 명으로 정점(頂点)을 찍었다. 그 후 100만 명 수준을 유지하다가 1980년에 86만 명, 1990년에 65만 명, 2000년에 64만 명, 2010년에 47만 명, 그리고 2020년에 27만 명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나는 6.25 전란 중 피난지 부산에 태어난 1951년 생이다. 즉 출산율이 역대급으로 낮았던 시기에 태어난 셈이다. 한국 전쟁이 일어났던 기간 중에 태어난 아이가 적었기 때문에 대학 입시 등 인생 경쟁에서 수월했다고 말할 수 있다. 더욱이 (나처럼) 서울의 4대문 안의 중산층에서 태어난 경우라면 타고난 여건이 매우 좋았다고 할 수 있다. 65학번~73학번이 대학을 졸업할 1970년대는 수출산업과 중화학공업이 한창 일어나던 고도성장기여서 대학 졸업생이 취직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때였다.

서울대 관악 캠퍼스가 문을 연 1975년 이야기를 하면서 장황하게 베이비 부머 세대를 설명했는데, 나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대학생 정원 증가에 왜 그렇게 인색했는지를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나 같은 70학번이 태어난 1951년 신생아가 72만 명이고, 75학번이 태어난 1956년 신생아가 100만 명이니까 서울대 정원도 이 비례를 유지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관악 캠펴스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한 75학번에서 전두환 정권이 서울대 정원을 늘려주기 전에 입학한 79학번, 80학번은 가장 어려운 입시 경쟁을 뚫고 서울대에 입성한 집단이다. 그랬기 때문에 1970년대 후반기에는 학원 등 사교육이 심했다. 당시 속사정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1970년대에 대학 증원을 하지 못한 이유는 박 대통령 때문일 것이라고 나는 이해하고 있다.

1970년대 중반기에 대학생 증원을 하지 못한 것이 대학정책의 실패였다면 김영삼 정부 시절에 박세일 수석이 주도해서 사립대학 설립 준칙주의를 채택해서 지방에 사립대학이 난립하도록 한 조치는 또 다른 대학정책 대실패였다. 1970년대 후반기부터 출산이 줄기 시작해서 2000년대 말부터는 대학 신입생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 분명함에도 그렇게 우후죽순(雨後竹筍)식으로 대학을 세우더니 오늘날 폐교 위기에 처한 대학이 넘쳐 흘러나고 말았다. 우리나라 대학 사정은 아파트 시장과 닮았다. 정부는 수요가 있는 서울은 아파트 신축을 억제하고 균형발전을 한다면서 수요도 없는 지방에 아파트를 짓도록 해서 오늘날 이 지경을 만들었듯이 대학도 학생이 오지 않을 지방에 대학을 세우도록 해서 지방대 폐교 사태를 초래했다.

이상돈, 전 중앙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