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1분기(1~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대비 0.2% 하락해 트럼프 관세폭탄과 비상계엄 및 탄핵에 따른 불확실성이 국내 경제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것이 입증됐다.

한국은행이 이미 지난 17일 ‘경제 상황 평가’에서 “1분기 성장률은 2월 전망치 0.2%를 밑돈 것으로 추정되며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을 내놨기 때문에 이번 역성장 발표는 충분히 예견이 됐었다.

1분기 부문별 성장률을 보면, 수출은 화학제품·기계 및 장비 등이 줄어 1.1% 감소했다. 수입도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류를 중심으로 2.0% 감소했다.

민간소비는 오락문화·의료 등 서비스 소비 부진으로 0.1% 감소했다. 서비스업은 금융 및 보험업, 정보통신업 등에서는 늘었지만 운수업·도소매 및 숙박음식업 등이 줄며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설비투자도 반도체 제조용장비 등 기계류 중심으로 2.1% 줄었다. 이 밖에 특히 어려움을 겪고있는 건설투자는 건물건설을 중심으로 3.2% 감소했다. 정부소비 역시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이 줄어 0.1% 축소됐다.

1분기 역성장의 가장 큰 요인은 건설투자(-0.4%p), 설비투자(-0.2%p) 등이 마이너스를 기록해 전체 성장률을 하락시켰다. 업종별로는 운수업 등은 -4.4%로 악화됐지만, 전기가스 및 수도사업은 7.9%, 농림어업은 3.2% 성장했다.

1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도 0.4% 감소해 실질 GDP 성장률(-0.2%)을 하회했다.

이번 1분기 역성장은 분기기준으로는 지난 2024년 2분기 -0.2% 성장률 이후 9개월 만이지만, 실제 내막을 살펴보면 9개월 전과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지난해 2분기 역성장은 그 전분기인 1분기 성장률이 1.3%로 지난 3년 간 분기 기준으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다음 분기였기 때문에 기저효과에 따른 역성장 수치로 봐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1분기의 역성장은 지난 2024년 4분기 0.1%의 미미한 플러스 성장에 이은 것이기 때문에 중장기 경기침체의 조짐으로 봐야한다는 시각이다.

결국 지난해 2분기부터 시작된 저성장 기조가 올해 들어서 더욱 심화되는 모습을 띠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지난해 2분기 -0.2%에 이어 3분기 +0.1%, 4분기 +0.1%에 이어 올 1분기 -0.2% 역성장으로 이어진 것이다.

올해 한국 성장률에 대한 부정적 전망 역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IMF(국제통화기금)은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에서 한국 2025년 실질 성장률을 1.0%로 기존 2.0% 성장에서 반으로 낮춰 잡았다

씨티은행의 전망치는 더욱 암울하다. 23일 씨티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의 관세에 따른 한국 의 성장률 전망치를 내려잡았다.

씨티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의 한국에 대한 관세폭탄이 현재 25%에서 기본관세인 10%로 조정되고, 중국에 대해서도 145%가 100%로 낮춰진다고 해도 올해 한국의 성장률은 0.5%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관세가 10%로 그리고 중국에 대해서는 60%로 대폭 낮아지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상할 경우에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2%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씨티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내놨기 때문에, 결국 0.5%나 0.2% 추가 하락할 경우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은 0.2~0.6%가 되는 것이다.

씨티 이외에도 국내외 기관들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4월 10일 기준 각 조사기관들의 전망치를 보면,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0.7%, 캐피탈 이코노믹스 0.9%, 하이투자증권 0.8%, IM증권 0.8%, ING그룹 0.8%, JP모건 0.7% 등으로 그나마 2.0%에서 1.0%로 대폭 내린 IMF 전망치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2월 1.5% 전망치를 내놓은 한국은행도 5월에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금리 조정과 관련해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그에 따라 기준금리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의 불확실성에 더해 리더십 부재가 한국경제를 덮친 먹구름을 점점 두껍게 만들고 있다.

한 경제 전문가는 “경제에서 가장 위험한 변수는 불확실성인데, 현재 우리나라가 가장 큰 불확실성 한 가운데 있는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인데, 앞으로 관세를 비롯해 환률 등의 엄청난 변수들이 실제 작동이 될 경우 가장 먼저 수출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고, 안그래도 움추려들고 있는 소비가 더욱 위축될 경우 과거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우리나라에 닥칠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