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파월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의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성장률은 낮추고,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올렸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감도 나나탰다. 사진=연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시장의 예상과 같이 미국 기준금리를 동결함과 동시에 연말까지 두 차례 인하할 것이라는 예상치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시적인 현상이고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 따른 불안한 경제전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단 연준은 기준금리를 종전과 마찬가지로 4.25%~4.50%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함께 발표한 점도표를 통해 올해 기준금리를 2회 인하할 계획임을 밝혀 지난해 12월 발표한 횟수와 변화가 없어 시장의 기대에 부합했다.
또한 연준은 연말 기준금리 중간값을 3.9%로 발표해 연말까지 총 0.5%p 하락하는 것을 가정하면 결국 한번에 0.25%p씩 두번에 걸친 베이스컷을 밟는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미국 증권시장은 환호하는 분위기와 함께 일제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 들어 혼조세 속에 하락흐름을 이어가던 미국 증시의 3대지표 일제히 상승했다.
다우 0.92%, 나스닥 1.41%, S&P500 1.08% 각각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들이 상승장을 주도했다. 엔비디아가 전날 -3.43%에서 상승으로 돌아서 1.81% 올랐고, 지난 이틀간 10% 넘게 빠졌던 테슬라는 4.68% 크게 상승했다. 3월 들어 약세를 이어가면서 10% 넘게 하락한 애플도 1.20% 상승하는 등 전날의 하락세에서 상승 반전했다.
■제롬 파월 및 연준 위원들의 우려
그러나 글로벌 금융시장이 제롬 파월 의장이 뱉은 “관세우려는 일시적인 현상”이란 말에 위안을 받으며 향후 경제불안 요소가 걷힌 것으로 이해하면서 상승장을 연출한 것과는 달리, 실제 연준의 발표 내용은 트럼프 발 관세폭탄으로 인한 경제 불안요소를 충분히 담고 있어서 경계를 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일단 연준이 발표한 경제지표는 앞으로 미국 경제 전망이 어두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번 발표 지표들은 앞으로 트럼프 관세폭탄 시행 시점이 오는 4월이고 현재까지 태풍이 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벌어질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다음 FOMC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연준은 미국의 올해 성장률을 기존 2.1%에서 대폭 내린 1.7%로 발표했다. 실업률도 4.3%에서 4.4%로, PCE(개인소비지출물가) 상승률은 2.5%에서 2.7%로 늘려 잡았다.
즉 고용시장은 악화되는 가운데, 물가는 오르는 일종의 스태그플레이션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경기는 둔화할 것을 우려한 전망치.
관세폭탄에 따른 물가불안으로 연 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비둘기파들이 줄어들고 매파가 다소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연준 위원 19명의 의사가 반영된 점도표를 보면, 연내 기준금리 인하를 3회 이상 해야 한다는 비둘기파가 기존의 5명에서 2명으로 줄었고, 1회 또는 동결해야 한다는 매파가 4명에서 8명으로 두배 늘었다.
2회 인하를 해야한다는 비교적 비둘기파도 10명에서 9명으로 1명 줄어들었다.
앞으로 트럼프 관세폭탄이 본격적으로 투하되는 4월 2일 이후 경제상황 특히 물가변동에 따라 이들 연준 위원들의 생각이 어떻게 변할 지 알 수가 없는 상황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2024년 12월 연준 위원들이 결정을 했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시절이었기 때문에 올 3월의 변화에 의미를 부여할 수 밖에 없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관세폭탄에 대해 으름장만 놨지 본격적인 관세 부과는 오는 4월부터이고, 관세부과에 따른 물가반영은 그 이후이기 때문에 4월 이후 미국의 경제지표는 훨씬 큰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고, 올해 금리인하 계획 역시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금리인상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불확실성과 함께 대두되는 스태그플레이션(S) 우려
이번 연준의 성명서를 잘 살펴봐도 향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짚고 있다. 특히 이전 성명서에 들어가있던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대한 위험이 대체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문구가 사라졌고, 파월 의장은 기자들과의 백브리핑에서 “현재로서는 추가로 명확성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한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한편 파월의 관세 인플레이션에 대한 표현에 대해서도 엇갈린 해석으로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 파월은 “관세로 물가상승이 일어나면서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지연될 수 있다”면서 “다만 관세물가 충격이 일과성(Transitory)으로 그칠 경우 연준은 별도의 통화정책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물가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지표 움직임이 ‘일과성’이냐 ‘일시적’이냐의 해석 차이에 따라 연준의 정책은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다.
즉 파월이 뱉은 단어를 일시적인 시간을 의미한 Temporary로 바라볼 경우에는 관세로 인한 물가상승은 일시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해소돼 변동성이 낮을 수 있지만, Transitory가 가진 의미인 상황이 변할 때까지 두고봐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면, 이는 관세로 인한 여파가 해소될 때까지 시간이 아닌 상황을 두고봐야 한다는 의미로 변동성은 훨씬 더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즉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파월이나 연준 위원들 입장에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트럼프의 관세폭탄을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보면서, 그로인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파월의 더 큰 고민은 미국의 스테그플레이션(S 우려)인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은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연준은 양적 긴축의 속도를 늦추기로 한 것이다. 현재 국채 만기 도래 시 상환한도를 매월 250억달러에서 50억달러로 축소하기로 했다. 모기지 담보부증권(MBS) 상환한도는 350억달러로 유지하기로 했지만, 경기 둔화를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미국 시장을 우려의 시선을 보는 여러 경제전문가들은 지난 밤 연준의 결정에 따른 주식시장의 환호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트레이드스테이션의 데이비드 러셀 글로벌 시장 전략책임자는 "국내총생산(GDP) 성장 전망이 하향 조정된 반면 인플레이션 전망은 상승하는 등 다소 스태그플레이션적인 요소를 보이고 있지만 뚜렷한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RBC캐피털의 마이클 리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있지만 관세로 인해 연말까지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연준이 경제 둔화와 물가 상승 압력 사이에서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