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각) 백악관 가상자산 정상회의(크립토 정상회담)에서 백악관 AI 및 암호화폐 책임자인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AI·가상자산 차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가 비트코인을 비롯해 가상화폐를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겠다고 대선 과정에서부터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코인시장을 요동치게 했지만, 취임 이후의 무책임한 행보로 인해 가상화폐 시장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현재 최고가 대비 25% 이상 빠졌다.
그동안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통해 수차례에 걸쳐 비트코인을 비롯한 몇몇 가상화폐를 전략자산으로 비축할 뜻을 강하게 밝히면서 해당 코인들의 가격을 크게 끌어올렸지만,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코인들이 널뛰기를 하면서 트럼프 당선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현재 미국 법에 따르면, 코인 등 가상화폐의 경우 범죄에 연루돼 압수된 코인에 대해서는 즉시 매도하도록 돼있고, 정부의 돈으로 코인을 매입해 전략자산으로 비축하는 것은 금지돼있어서, 트럼프의 의도대로 코인을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법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일부 주에서는 압류된 비트코인에 대해 즉시 매도를 하지않고 비축하기도 하지만, 예산을 동원해 코인을 매입하는 곳은 없고 그런식으로 보유하는 코인의 규모는 크지 않은 수준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백악관에 새로 설치한 인공지능(AI)•암호화폐 차르의 역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주 백악관에서 트럼프 취임 후 처음 열린 가상화폐 관련 최고위 회의인 ‘디지털 자산 서밋’은 코인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면서 코인가격을 크게 떨어트리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미국 1위 암호화폐 거래소) CEO(최고책임경영자), 잭 위트코프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트럼프가 설립한 가상화폐 기업) 공동창업자 등 가상화폐 관련 최고경영자들을 불러 주재한 첫 암호화폐 관련 회의인 크립토 정상회담이 알맹이 없는 회의였다는 결과가 알려지면서 비트코인은 8만2000달러 대로 크게 후퇴했다.
비트코인 외에도 그동안 트럼프가 전략자산으로 거론했던 이더리움, 솔라나, 리플, 카르다노 등 코인들 가격도 크게 떨어졌다.
이번 크립토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실망은 크게 두가지였다. 우선 트럼프가 전략자산으로 가상화폐를 보유하겠다는 의미에 대한 정확한 내용이 나온 것인데, 정부 예산을 동원해 코인을 매입하는 것이 아니고, 압류된 가상화체를 보유하겠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또 하나는 전략자산으로 보유하겠다는 5가지 코인은 시가총액 순서대로 5위까지를 언급한 것일 뿐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관련 5개의 코인 값이 급락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러한 입장 선회는 이미 예상이 돼있던 것으로 결국 가상화폐 시장이 트럼프의 말장난에 놀아난 꼴이 됐다.
트럼프가 코인을 전략자산으로 비축할 수 없는 것은 현재 미국은 35조달러 이상의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어서 코인을 매입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고, 여기에 트럼프 일가가 코인 장사로 거액의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비난여론이 크게 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는 취임 사흘을 앞두고 오피셜트럼프라는 밈코인을 발행해 발행 당일 1만8000% 급등해 한때 가상화폐 시가총액 16조5000억원으로 18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코인은 최고가인 3만 6000원대에서 현재 1만6000원대로 역대 최저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트럼프의 아들들 역시 코인과 엮여있다. 트럼프의 장•차남 모두 암호화폐 플랫폼 업체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에 소속돼 있으며, 차남인 에릭 트럼프는 트럼프 취임 전후로 이더리움, 체인링크, 트론, 에이브, 에테나 등을 집중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가 띄워준 리플의 창업자 갈링 하우스는 트럼프에게 가장 많은 정치 후원금을 낸 인물이어서 이해충돌에 해당된다.
여기에 트럼프가 거론한 전략자산 5개 중 하나인 솔라나의 아나톨리 야코벤코 CEO는 트럼프의 솔라나 전략자산화 발언에 대해 가상화폐의 탈 중앙화에 대한 역행이라고 비난하면서 반대의견을 명확히 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이유로 트럼프의 가상화폐에 대한 정책은 많은 국민들의 비난을 받고 있고, 코인을 전략자산화 시키는 데 한계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크립토 정상회담에서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논의가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미국 달러가 계속해서 세계의 지배적인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이 주축이 돼 탈 달러패권을 부르짖는 상황에서 달러의 기축통화 위상이 흔들리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시장에서는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법정통화인 달러와 가치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해서는 은행에 제공하는 담보로 미국 국채를 인수해 담보로 맡기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트럼프의 계산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시 그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미 국채를 매입할 경우 미국은 부채에 대한 부담을 덜고, 달러의 안정성을 회복해 달러패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은 트럼프의 제안으로 현재 만들어지고 있고, 상반기 내에 연방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들이 코인 발행규모에 맞게 미 국채를 매입할 가능성이 낮아 트럼프의 코인 인프라를 통한 달러 영향력 확보 역시 의도대로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