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세계를 불확실성으로 몰고가고 있는 로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가던 길 앞에 지뢰밭이 있다면, 지뢰밭을 피해 다른 길을 택하거나 지뢰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면된다. 여기서 지뢰밭은 위험(Risk)이고 다른 길을 찾는다거나 지뢰제거반을 투입해 지뢰를 제거하는 것을 헷징이라고 할 수 있다.
리스크가 환율이면 환리스크 헷지, 주식이면 투자리스크 헷지 등으로 위험에 대한 대책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길 앞에 뭐가 있는 지 알 수 없는 경우다. 지뢰가 있을 지, 뱀이 있을 지, 산적이 있을 지 전혀 알 수 없는 경우에는 그 리스크에 대한 헷징이 불가능해진다. 이러한 경우를 불확실성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Uncertainty 또는 Unknown으로 쓴다.
경제학에서는 이 불확실성을 가장 어려운 제거 대상으로 본다. 물론 이 Uncertainty는 물리학에서나 심지어 철학에서도 중요한 연구 대상이기도 하다.
경제학에서 불확실성은 미래에 전개될 상황을 전혀 추정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하는데 위험보다도 훨씬 무서운 경제활동의 장애물로 보고 있다. 이 불확실성을 연구한 학파가 1930년대 미국 시카고대학을 중심으로 태동한 시카고학파다. 지금까지 총 30개의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학파로서 불확실성이 경제학에서 얼나마 중요한 변수인 지를 알 수 있다.
이 불확실성이 트럼프의 등장과 함께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내일을 알 수 없는 혼돈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달 18~19일 일정으로 잡혀있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 FOMC(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앞두고 최근 확인된 연준의 베이지북에는 ‘불확실성’이란 단어가 47번 등장했다고 한다. 가장 많은 단어는 49번 등장한 ‘관세’였다. 결과적으로 트럼프의 관세로 인해 미국과 글로벌 경제는 불확실성에 빠졌다고 진단한 것이다.
베이지북은 연준이 1년에 8번 발간하는 보고서로 정책회의를 앞두고 각 연방준비위원장들이 현재 경제상황에 대한 정보를 여러 전문가들을 인터뷰 해 모은 연준의 정책 가이드북을 말한다. 연준은 이 자료를 토대로 통화정책 등 금리를 경정하게 되는데 이번 달 열리는 연준에서 이 베이지북이 금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그것 역시 불확실해졌다.
미 연준 의장인 제롬 파월도 트럼프 정책의 불확실성을 지적하면서 방어적인 통화정책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 7일(현지시간) 파월은 뉴욕에서 열린 통화정책 포럼에서 새 행정부가 무역, 이민, 재정정책, 규제 등 4개의 영역에서 중요한 정책변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에 연준은 서두를 필요가 없으며 새 정부 정책변화의 영향이 명확해질 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 만큼 통화정책이 자리를 잘 잡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 트럼프로 인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통화정책을 방어적으로 가져가면서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근 정책 변화와 그에 따른 잠재적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며 "우리는 새로운 정보를 분석하면서, 전망이 진화함에 따라 신호와 소음(noise)을 구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소음으로 인한 불확실성 제거작업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미국의 영광을 다시한번 재현한다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불확실성으로 트럼프 기대효과는 이미 사라졌다. 미국 언론에서는 MAGA가 아니라 MAMA란 말까지 나돌고 있다. MAMA는 Make America Miserable Again으로 미국을 비참하게 만든다라는 뜻이다.
미국의 주식시장은 트럼프 당선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특히 트럼프 책상에 아들의 코딱지를 붙일 정도의 넘버 2 실세인 머스크의 테슬라 주가는 트럼프 취임 당시인 424달러에서 현재 272달러로 36%가량 하락했다. 글로벌 AI칩의 독점으로 영업이익률 70%를 자랑하는 엔비디아 주가도 트럼프 당선 시 140달러에서 현재 112달로로 20% 하락했다.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 때부터 분위기를 띄웠던 비트코인은 트럼프 당선 당시의 10만달러에서 현재 8만5000달러로 15% 하락했다.
미국 경기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발표한 1월 개인소비지출은 전월 대비 0.2% 감소해 팬데믹 때인 2021년 2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크게 하락했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도 전달 대비 7포인트 하락해 2021년 8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노동시장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7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2월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15만1000명 증가해 다소 늘었지만, 전망치인 17만1000명에 미치지 못했다.
중요한 지표인 2월 실업률은 4.1%로 1월의 4.0%와 전문가 전망치인 4.0%보다 높게 나타나 노동시장이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빈 깡통이 요란하단 말이 있다. 트럼프가 가지고 있는 무기라는 것이 미국의 국력이고 기축통화인 달러의 힘인데, 그보다는 미국의 천문학적인 재정적자가 트럼프에게는 고민거리인 것으로 보인다.
선무당이 사람 잡듯이 트럼프의 섣부른 기업경영 경험이 미국을 수렁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시간이 갈수록 트럼프가 꺼낼 카드가 궁색해질 것이다. 그럴 경우 만만한 먹잇감을 찾아 희생양을 삼으려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대한민국이 그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먹잇감까지는 아니더라도 불쏘시개가 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비록 대통령은 공석이지만 대행을 비롯한 정부관계자들과 기업인들이 침착하고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트럼프를 대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이 그동안 쌓아올린 경쟁력을 믿고 소신있는 자세로 맞서야 할 것이다. 잘못하면 트럼프와 김정은 쇼에 공연료만 지불하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
중국이, 유럽이, 멕시코와 캐나다가 어떻게 대하는 지를 잘 살피고 조급히 서두르지 말고 수성전으로 시간을 최대한 끌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제롬 파월도 기다린다는데 우리가 서두를 필요는 없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