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질문도 어떻게 물어보느냐에 따라 답변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론조사공정(주)와 데일리안 정기조사에서는 질문 방식에 심각한 여론조작 시도 의혹이 감지됩니다. 세가지 측면에서 근거를 제시합니다.
· 윤석열 탄핵안 국회 통과 이후 바뀐 질문
· 응답 범주에서 심각한 왜곡
· 정치 편향적 질문 순서 설계
윤석열 탄핵안 국회 통과 이후 바뀐 질문
지난 2024년 12월 14일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탄핵안 통과 이전인 2024년 12월 9일 하루 동안 실시된 여론조사공정(주)와 데일리안의 62차 정례조사의 핵심은 아래 질문들입니다.
문4: 윤석열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
문5: 정당 지지도
문6: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의견
그런데 탄핵안 통과 이후인 2024년 12월 23~24일 이틀 동안 실시된 63차 정례조사에서는 핵심 질문이 바뀝니다.
· 문4: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
· 문5: 정당 지지도
국정 수행 평가 -> 지지도 변경 의미
탄핵안 통과 전후로 질문이 ‘국정 수행 평가’에서 ‘대통령 지지도’로 변경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이 변화는 정치적 맥락과 응답자의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략적 변화로 보입니다. 탄핵 통과 후 윤석열의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국정 수행 평가’를 묻는 것이 더이상 의미가 없었을 수 있습니다.
의문은 왜 ‘윤석열 지지도’로 질문이 바뀌었는가입니다.
우선 응답자들이 윤석열을 평가하는 초점이 이동합니다. ‘국정 수행 평가’는 계엄 선포와 같은 구체적인 정책 결정과 행위에 대한 평가를 요구합니다. 반면 ‘지지도’는 이러한 개별 행위보다는 인물 자체에 대한 전반적인 지지 여부를 묻는 것으로, 구체적인 행위에 대한 책임을 흐릴 수 있습니다.
둘째, 응답자의 생각이 객관적 판단에서 감정적 반응으로 이동합니다. ‘국정 수행 평가’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요구하지만, ‘지지도’에는 개인적 선호나 감정적 유대감과 같은 주관적 요소가 더 크게 작용합니다.
셋째, 불법 계엄과 내란에 대한 윤석열의 책임을 희석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불법 계엄 선포와 같은 구체적인 행위에 대한 평가를 직접 묻지 않음으로써, 해당 행위의 위법성이나 부적절성에 대한 판단이 희석되고, 대신 개인에 대한 감정적 지지 여부로 논점이 전환됩니다.
이러한 질문 변경은 정치적으로 매우 계산된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탄핵이라는 민감한 정치적 상황에서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진 점은 조사 설계의 편향성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적 행위에 대한 평가는 설문에서 사라지고, 대신 그에 대한 일반적인 감정적 지지만 남게 됩니다.
답변 범주에서 심각한 왜곡
더욱 심각한 여론조작 의혹은 ‘윤석열 지지도’ 질문에서 응답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답변 범주입니다. 탄핵 전 실시된 국정 수행 평가 질문과 답변은 아래와 같습니다.
문4. 선생님께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하여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①~④정순, ④~①역순 순환)
· 매우 잘하고 있다
· 잘하는 편이다
· 잘못하는 편이다
· 매우 잘못하고 있다
· 잘 모르겠다
매우 긍정 - 약간 긍정 - 약간 부정 - 매우 부정 순으로 응답 범주에 균형이 잡혀 있습니다.
여론조사 답변의 기본 원칙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탄핵안 통과 후 실시된 63차 여론조사에 처음 등장한 윤석열 지지도 질문에서 응답 범주는 상식에서 크게 벗어납니다.
문4. 선생님께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어느 정도 지지하십니까? (①~④정순, ④~①역순 순환)
· 매우 지지한다
· 어느 정도 지지한다
· 거의 지지하지 않는다
· 전혀지지하지 않는다
· 잘 모르겠다
매우 긍정 - 약간 긍정 - 강한 부정 - 극단적 부정 순입니다. 긍정적 답변은 "매우"와 "어느 정도"로 표현되어 상대적으로 온건하게 느껴지는 반면, 부정적 답변은 "거의 지지하지 않는다"와 "전혀 지지하지 않는다"처럼 강한 부정을 암시하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이러한 응답 범주 구성은 응답자의 선택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긍정적 응답("매우", "어느 정도")이 더 자연스럽고 접근하기 쉬운 표현인 반면, 부정적 응답("거의...않는다", "전혀...않는다")은 접근하기 어려운 표현으로 구성되어 있어 긍정적 응답으로 응답자를 유도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극단적인 입장 표명을 꺼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불균형적 응답 범주는 응답자들이 부정적 의견을 가지고 있더라도 긍정적 선택지를 선택하게 하거나, 아예 "잘 모르겠다"를 선택하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는 여론조사 결과를 윤석열에 대한 지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편향시키려는 의도를 강하게 시사합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응답 범주 설계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설계는 단순한 실수나 우연이라기보다는 특정 결과(윤석열 지지도를 높이는 방향)를 유도하기 위한 의도적인 설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62차, 63차 두 여론조사 결과 비교
탄핵 이전 실시된 62차에서는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부정평가 80.1 vs. 긍정평가 17.5%
정당 지지도: 민주당 42.5% vs. 국민의힘 23.6%
윤석열 탄핵: 찬성 73.6% vs. 반대 22.2%



탄핵 이후 실시된 63차에서는
· 윤석열 지지도: 지지하지 않는다 68.2% vs. 지지한다 30.4%
· 정당 지지도: 민주당 44.1% vs. 국민의힘 30.3%


편향적 응답 범주는 전략적 설계
63차 조사 이후 실시된 64차와 65차 조사에서도 윤석열 지지도 질문의 답변 범주는 63차와 동일하게 유지되었습니다. 편파적 응답 범주가 계속 사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63차 조사에서 나타난 응답 범주의 편파성이 일회성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인 설계의 일부였을 가능성을 더욱 강화합니다. 여러 차례의 조사에서 동일한 불균형적 응답 범주를 유지했다는 것은 이것이 체계적인 전략의 일환이었음을 시사합니다.
정치 편향적 질문 순서 설계
이 뿐만이 아닙니다. 질문의 순서도 응답자의 사고 과정과 답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여론조사공정(주)의 설문지에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질문들이 특정 순서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질문 순서의 맥락 효과(context effect)
'맥락 효과'란 설문조사에서 앞선 질문이 뒤에 오는 질문의 답변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어떤 질문을 받았을 때 바로 직전에 생각했던 내용이 다음 질문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답변을 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맥락 효과를 의도적으로 활용하여 특정 정치적 편향성을 조장하기 위해 질문 순서를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여론조사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문제적 관행입니다.
대표적인 관행이 부정적 연상 유도입니다.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한 부정적 사안을 먼저 질문한 후 지지도를 물어보는 방식입니다. "A 정치인의 비리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 다음에 "A 정치인을 지지하십니까?"라고 물으면 지지도가 낮게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론조사공정(주)와 데일리안 조사는 맥락효과를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됩니다.
다음은 63차 조사에서 이슈 관련 질문들의 순서입니다.
· 문6: 준법 시 손해 또는 유익 여부
· 문7: 정치인, 국회의원들의 준법
· 문8: 진영 논리
· 문9: 범죄자의 선출직 출마 금지
· 문10: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질문 순서에서 명확한 맥락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매우 전략적으로 설계된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준법 시 손해 또는 유익 여부"를 물은 후, 바로 "정치인, 국회의원들의 준법" 여부를 묻고 있습니다. 첫 질문이 법 준수에 대한 규범적 가치관을 활성화시킨 상태에서 정치인의 법 준수 여부를 평가하게 함으로써, 응답자가 정치인들의 준법 여부를 더 비판적으로 평가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범죄자의 선출직 출마 금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집니다. 이 순서는 '준법'과 '정치인의 준법 여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한 후 범죄자의 출마 금지라는 민감한 문제로 연결함으로써 특정 정치인, 즉 이재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마지막에 한덕수에 대한 탄핵 질문을 배치함으로써 정파적 대비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범죄자 출마 금지와 같은 질문이 특정 정파(이재명,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형성한 직후, 반대 정파에 속하는 한덕수의 탄핵 문제를 물음으로써 "우리 편은 보호하고 상대편은 공격한다"는 정파적 대비 효과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공정(주)데일리안의 조사는 겉으로는 중립적인 조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응답자의 판단에 체계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것은 여론조사가 여론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도구가 아니라, 여론을 특정 방향으로 형성하는 도구로 변질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독립신문, 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