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복심으로 알려진 김남수 전 경기도 정책수석. 현재 김 지사의 대권행보에 막후 실세 역할을 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경기도
헌법재판소가 심리 중인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인용될 경우 빠르면 5월 조기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일찍부터 같은 당 이재명 대표 공격에 나서면서 대권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경기도 인사파행으로 내홍에 휩싸이는 등 외화내빈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 인사파행의 중심에 김동연 지사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남수 전 경기도 정책수석과 김현곤 전 경기도 경제부지사가 있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에 따르면 임기 10개월을 남긴 김세용 GH 사장이 지난 4일 오후 돌연 경기도에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동연 지사를 둘러싼 인사파행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GH에서는 배경에 말을 아끼고 있지만, 경기도 안팎의 정치권에서는 김동연 지사의 조기 대선행보에 따라 정치적 배경을 가진 인물들 중심으로 비선조직이 힘을 얻으면서 정상적인 행정업무가 차질을 빚는 상황이 벌어지자 주요 보직자들이 경기도를 떠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김세용 사장은 지난 2022년 12월 취임해 임기는 올해 말까지여서 아직 10여 개월 임기가 남아있지만, 급작스럽게 사퇴를 하면서 많은 의혹을 낳게 하고 있다.
김 사장은 GH 사장으로 영입될 당시 공모를 통해 영입됐는데, 두 번의 공모를 거치면서도 김동연 지사의 눈높이에 맞는 인물이 없자 세 번째 공모 만에 선정된 공공주택정책 전문가다.
GH 사장 이전에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서 기존 임기를 넘겨서까지 대표를 맡아 서울시 주택정책을 이끌어온 인물이었다.
김 사장은 과거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서 주택·도시정책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기 때문에 학계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이와는 별도로 이날 경기도 행정2부지사인 오후석 부지사도 명예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져 김 지사를 둘러싼 자리싸움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의혹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오 부지사는 아직 정년이 2년여 남아있는 상황인데 지난 주 명예퇴직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부지사는 1994년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도 경제실장과 용인시 제1부시장, 행정안전부 생활안전정책관 등을 지냈고 2022년 12월부터 경기도 행정2부지사를 담당해온 행정전문가다.
표면적으로는 경기도가 추진해온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추진이 정부의 반대로 사실상 좌초되자 그동안 관련 TF를 이끌어왔던 오 부지사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라는 말이 있지만, 경기도의 주요 관계자는 권력싸움에서 밀려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이와는 반대로 이미 4개월 전에 사임한 김현곤 전 경제부지사가 갑자기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원장 후보자로 추천이 되면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김 지사 사람들 중심의 인사가 본격화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현곤 전 경기도 경제부지사는 2024년 1월 경제부지사에 임명된 후 10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건강상 이유로 사임한 바 있지만, 사퇴 4개월 만에 행정 일선에 다시 복귀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경기도의회는 김 지사의 회전문인사를 지적하면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청문회 결과를 들어 자진사퇴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선임을 둘러싼 잡음은 확산될 우려가 있다.
김현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적합과 부적합 판정이 각각 30표씩 나오면서 도민들의 반대 여론이 높게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일련의 인사파행과 관련 정치권에서는 김동연 지사의 대권행보 속 막후실세인 김남수 전 경기도 수석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동연 지사의 복심인 김남수 전 정책수석 중심으로 이미 대선캠프가 꾸려져,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건물에 사무실을 차리고 30여 명이 대선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수 전 수석은 지난 2022년 김동연 지사 당선과 함께 정책수석을 맡았다가, 1년 후인 2023년 비서실장으로 옮기는 파격인사로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정책기획은 2급이고 비서실장은 4급인데 직급을 두 단계나 낮춰서 자리를 옮기는 이례적인 이동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경기도에 정통한 인사는 “김동연 지사가 가장 신임하는 김남수 수석을 모든 동선에 참여시키는 비서실장 자리에 앉히는 거꾸로 파격인사를 김 수석이 받아들인 것은 두 사람 간의 넘사벽 관계임을 보여주는 증거다”고 말했다.
김남수 전 수석은 현재 64세로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사회조정 비서관을 담당한 바 있고,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충청남도 안희정 지사 밑에서 노동특보를 지냈고, 이 후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케이에스드림 대표이사를 지냈고, 2022년 김동연 경기도지사 취임과 함께 경기도 정책수석으로 옮겼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동연 지사가 조기 대선 준비를 서두르면서 일부 측근들의 의견 중심으로 행정을 하다 보니 대선행보와 경기도 행정이 섞여 혼선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김 지사의 대권행보를 위한다면 측근이라고 하는 인물들이 목소리를 낮추고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자세가 필요한데, 오히려 전문가들이 떠나는 분위기를 만들면 김 지사가 게도 놓치고 구럭도 망가트리는 결과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