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용 여론조사 그래프 자료

뉴스에서 접하는 모든 여론조사가 동등한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닙니다. 동일한 주제에 대한 상반된 여론조사 결과를 마주했을 때, 어떤 것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웠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비밀은 결과가 아닌 '방법론'에 있습니다.

모든 여론조사가 평등하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여론조사 결과를 무작정 신뢰하는 것은 마치 포장만 보고 음식의 맛을 판단하는 것과 같습니다. 겉보기에는 비슷해도, 재료와 조리법에 따라 품질이 크게 달라지죠. 특히 선거철에는 수많은 여론조사가 쏟아지는데, 어떤 조사는 다른 것보다 훨씬 더 믿을 만합니다. 그 차이를 만드는 핵심은 바로 '조사방법'과 '응답률'입니다.

전문가의 첫 번째 조언: RDD + ARS 방식은 의심하세요!

2023년 10월부터 한국조사협회는 ARS 방식 자체를 폐지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전문가들은 이미 이 방식이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음은 여론조사 방법론의 4가지 유형과 신뢰도를 비교한 것입니다.

①가상번호 + 면접조사(CATI): ★★★★★ 최고 신뢰도

· 작동 원리: 통신사 제공 050 안심번호를 활용해 인구 특성에 맞게 무작위 선정

· 조사 방식: 훈련된 면접원이 직접 통화하며 컴퓨터 시스템으로 응답 기록

· 권장 응답률: 최소 10% 이상

· 장점: 높은 응답률, 면접원과 응답자 간 상호작용 가능, 명확한 질문 이해 보장

②RDD + 면접조사(CATI): ★★★★☆ 양호한 신뢰도

· 작동 원리: 전화번호를 임의로 생성해 전화 연결

· 조사 방식: 훈련된 면접원이 직접 질문하고 응답 수집

· 권장 응답률: 최소 7% 이상

· 장점: 직접 소통을 통한 명확한 응답 확보

③가상번호 + ARS: ★★☆☆☆ 제한적 신뢰도

· 작동 원리: 가상번호 사용하나 면접원 대신 자동응답시스템 활용

· 조사 방식: 녹음된 음성이나 기계음으로 질문, 전화 버튼으로 응답

· 평균 응답률: 2-5% 수준

· 특징: 비용이 전화면접조사의 1/3 수준(400-500만원)으로 저렴

④RDD + ARS: ★☆☆☆☆ 최저 신뢰도

· 작동 원리: 임의 생성 전화번호와 자동응답시스템 결합

· 조사 방식: 기계적 질문에 버튼 응답

· 평균 응답률: 2% 이하로 매우 낮음

· 특징: 비용은 가장 저렴하지만 정확성 크게 떨어짐

여론조사의 숨겨진 함정: 무응답 편향

여론조사의 정확도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무응답 편향(Non-response Bias)'입니다. 쉽게 말해, 조사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 체계적인 차이가 있을 때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무응답 편향이 위험한 이유

무응답 편향은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해치는 핵심 요인입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일부 여론조사는 실제 결과와 큰 차이를 보였는데, 분석 결과 20대의 응답률이 60대에 비해 현저히 낮았던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었습니다.

여러분이 길에서 만난 100명 중 5명만 설문에 응답했다고 상상해보세요. 이 5명이 나머지 95명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아마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정치적 주제에서는, 강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응답할 확률이 더 높아 결과가 왜곡될 수 있습니다.

60대 응답률이 40%인데 20대 응답률이 15%라면? 세대 간 의견 차이가 큰 주제에서는 결과가 크게 왜곡될 수 있습니다.

- 접근 불가능: 설문 대상자가 설문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

- 응답 거부: 바쁘거나, 관심이 없거나, 개인정보 제공을 꺼리는 경우

- 연락 불가: 전화번호가 변경되었거나, 이사를 간 경우

- 특정 그룹의 낮은 참여율: 젊은 층, 맞벌이 부부 등

- 특정 그룹의 높은 참여율: 정치적 관심도가 높은 사람들

응답률을 제대로 읽는 법

응답률 계산 공식(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기준)

응답률 = 완료 / (완료 + 중도이탈 + 거절 + 부적격) × 100

접촉 세부 분류

· 완료: 조사가 완전히 끝난 경우

· 중도이탈: 조사 도중 그만두거나 일부 문항만 응답한 경우

· 거절: 조사 자체를 거부, 바쁘다고 거절, 참여 의사 없음

· 부적격: 할당 초과, 연령 미달, 조사지역 아님

계산에서 제외되는 경우

· 전화연결 안됨

· 결번(존재하지 않는 번호)

· 팩스/회사 번호

· 부재중(응답 없음)

한국조사협회의 새로운 여론조사 기준(2024년 1월)

한국갤럽, 한국리서치 등 34개 회원사에 적용되는 이 기준은 여론조사의 질적 향상을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리얼미터 등 ARS 조사 중심 업체들은 이 협회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①응답률 기준 강화

· 가상번호 조사: 최소 응답률 10% 이상 필요

· RDD 조사: 최소 응답률 7% 이상 필요

②전화면접조사 의무화

· ARS 방식 전면 폐지

· 녹음된 목소리나 기계음을 통한 ARS는 과학적 조사방법이 아니라고 판단

· 전화면접조사와 ARS의 혼용도 불허

③품질 향상 조치

· 응답자에게 사례비 지급으로 응답률 제고

· 조사 기간을 2일 이상으로 설정

④재접촉 의무화

· 부재중이거나 통화 중인 대상자에게 최소 3회 이상 재접촉 시도

· 최초 조사대상자의 응답을 받기 위한 노력 의무화

일부 기관의 반박, "비용 문제 고려해야"

반면, ARS 방식을 주로 사용하는 일부 조사기관들은 비용 문제를 지적합니다. ARS 방식은 전화면접조사의 1/3 수준인 400-500만원으로 진행할 수 있어 비용 효율성이 높다는 주장입니다.

"면접조사는 비용이 높아 지방자치단체나 소규모 언론사가 감당하기 어렵다", "가중치 보정을 통해 응답률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중치 보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반박합니다. 특정 연령대나 성향의 응답자가 극히 적다면, 그들에게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더라도 대표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여론조사 보도를 볼 때 체크리스트

다음 선거 관련 여론조사 뉴스를 접할 때, 아래 체크리스트로 신뢰도를 평가해보세요

☐ 조사 방법이 가상번호+CATI 또는 RDD+CATI인가?

☐ 응답률이 7% 이상인가?

☐ 조사 기간이 2일 이상인가?

☐ 주요 인구통계학적 그룹(20대, 30대 등)의 응답률 차이가 크지 않은가?

☐ 조사기관이 한국조사협회 회원사인가?

3개 이상 체크되었다면 비교적 신뢰할 수 있는 여론조사로 볼 수 있을 겁니다.

더 똑똑한 여론조사 독자가 되기 위한 팁

· 항상 여론조사 결과 하단의 작은 글씨로 된 '조사방법'을 확인하세요.

· 한 가지 여론조사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조사 결과를 비교해보세요.

· 시간대별 추이를 살펴보고, 갑작스러운 변화가 있다면 의심해보세요.

· 조사 질문의 정확한 워딩(문장 표현)을 확인하세요. 질문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론조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그러나 비용 효율성만을 추구한 방법론은 정확한 여론 파악을 어렵게 만들고, 때로는 오히려 왜곡된 정보를 제공할 위험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언론사와 정당, 그리고 시민 모두가 여론조사의 방법론적 질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특히 선거와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여론조사는 과학적 방법론에 기반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될 필요가 있습니다.

정확한 여론 파악은 올바른 정책 결정과 건강한 민주주의의 토대가 됩니다. 비용보다는 정확성을, 신속함보다는 신뢰성을 우선시하는 여론조사 문화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뉴스에서 접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이 기준으로 평가해보시고, 여러분의 경험을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독립신문, 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