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오는 2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앞두고 동결과 인하의 갈림길에서 이 총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에 무게가 실리지만 미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려햐 할 처지에 놓였다. 사진=한국은행

다음주 25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전망되는 가운데, 가계부채를 비롯한 기업부채와 정부부채 등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빚더미가 저금리를 만날 경우 빚이 빛의 속도로 불어날까 우려가 되고 있다.

■GDP 세 배에 달하는 국가 총 부채

지난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가계신용 통계를 보면, 가계부채라고 할 수 있는 가계신용 잔액은 1927조3000억원으로 1년 만에 41조8000억원 늘어났다. 17조9000억원 늘어난 전년에 비해 상승폭이 두 배 이상 커졌다.

지난해 늘어난 가계부채는 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따른 것으로 1년 간 주택담보대출은 59조6000억원 늘어났다. 지난해 스트레스DSR 2단계가 시행되는 9월 이전인 2분기와 3분기에 집중적으로 늘어나 두 개 분기에만 35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 기간에 주택담보대출 증가와 함께 주택거래량도 크게 늘어났는데, ‘영끌’해서 집을 매수한 결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의 GDP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명목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기준연도를 2015년에서 2020년으로 바꾸면서 100%대에서 90%대로 내려오긴 했지만, 여전히 세계 1위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는 93.5%로 기준연도 2015년 기준의 100.4%보다 낮아졌지만, 2위인 홍콩의 93.3%와 태국 91.6%보다 높고, 선진국 중에서 높은 편인 영국 78.5%, 미국 72.8%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가계부채에 더해 기업부채와 정부부채까지 합하면 우리나라의 총 부채는 약 6000조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기업부채는 약 2800조원이고 정부부채는 약 1200조원으로 가계부채 1927조원과 합산할 경우 총 6000조에 다다른다.

대한민국 부채 총 합이 GDP 대비 3배에 이르는 수준으로 부채에 치일 상황이 됐다.

■한은이 고민…경기부양이냐 외환관리냐

25일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조정해야 하는 한국은행이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현재 상황으로는 기준금리를 기존 3.0%에서 0.25%p 내리는 베이비컷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지만,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금융시장 부실화와 물가상승 우려로 인해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여기에 미국 FOMC가 올해 기준금리 인하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질 가능성도 높아 자칫 외환유출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4.5%로 한국과 2.5%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미국이 기준금리 동결을 유지한 채 한국만 내릴 경우 격차가 더 벌어져 외환 순유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일본 중앙은행이 지난해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데 이어 이어 올해 지난 1월 0.25%에서 0.50%로 기준금리를 두 배 올리면서 엔화 자금이 일본으로 빨려들어가는 엔케리트레이드 우려가 높아진 것도 한은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경기둔화가 장기화 되는 가운데, 트럼프 발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자칫 본격적으로 경기침체로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리인하 필요성 역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 결국 트럼프는 철강에 이어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부과 행정명령에 사인하면서 우리나라 자동차와 관련 산업에 직격탄이 떨어졌다.

앞으로 트럼프 관세는 반도체, 제약바이오, 석유화학 등 대미 무역흑자품목들에게 상호관세라는 명목으로 부과될 것으로 보이면서 국내 산업 전반에 비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660억달러로 트럼프가 이들 무역흑자 품목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대미 수출은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연쇄적으로 국내 경기 전반이 위축되고 수요감소로 이어져 경제 전반이 침체를 겪는 경제위기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한은 입장에서는 기준금리라도 낮춰 시장에 유동성을 풀어 경기를 부양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할 수 있다. 이런 정부의 심정은 지난 14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최근 우리 경제동향’ 2월호에 담겨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건설 투자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취약부문 중심 고용 애로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소매 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3.3% 줄었고 건설투자 역시 전년 동월비로는 8.3% 감소했다. 1월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만5000명 증가했으나, 건설업 취업자는 16만9000명 감소해 2013년 산업분류 개편 이후 가장 많이 줄었다. 제조업 취업자 역시 7개월째 줄었고, 청년층 취업자도 21만8000명 감소하는 등 내수와 고용시장 모두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내려야 하지만, 가계부채 폭탄, 영끌족 재등장으로 인한 집값 불안, 미국과의 금리차이로 인한 외환유출, 환율 불안 등등 산적한 불안요소로 인해 이번 한은의 금리정책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