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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관세폭탄을 통해 달러를 확보해 달러패권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관세폭탄의 부작용 등으로 인해 달러 위상이 오히려 손상될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 매집에 집중적으로 나서면서 달러의 위상이 흔들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특별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관세폭탄 정책을 상당기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연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 으름장으로 세계 경제가 경기를 일으키는 가운데, 관세 자체보다도 향후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안감이 더욱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가 달러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관세폭탄을 계속 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여 자칫 관세발 글로벌 경제위기가 우려된다.
트럼프는 이번 4년 임기로 대통령을 마치기 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다는 생각에 취임 하자마자 정책들을 서둘러서 집행하고 있는 것이고, 세계 모든 나라들은 미처 대비할 시간이 없어 더욱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이어 반도체, 자동차, 제약바이오까지 관세부과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아마 미국 무역적자의 주력 품목들에 대해서 차례로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660억 달러 무역흑자를 본 우리나라 역시 거의 다 토해내야 하는 것까지 각오해야 할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미국은 연간 무역적자 1조달러가 훨씬 넘는 달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있는 듯 보인다. 우리나라 무역흑자 순위가 9위인데, 1위부터 9위까지 나라들의 대미 무역흑자 합계가 1조 달러를 훌쩍 넘는다.
트럼프가 자국 내 물가불안 요소가 될 수 있는 관세부과에 목을 매는 이유는 달러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엄청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국채발행으로 인해 기축통화의 핵심인 달러의 위상이 점차 줄어들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이 소비강국의 강력한 힘을 무기화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기축통화 전쟁에 있어서도 결국 중국과 부딪히면서 미중 패권전쟁은 금 패권으로까지 옮겨 붙었다. 브릭스를 중심으로 중국이 달러 이외의 무역거래 움직임을 보이자 트럼프는 지난 1월 말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브릭스가 국제무역 또는 다른 영역에서 미국 달러를 대체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만일 이를 시도하는 모든 국가들은 100%의 관세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현재 국제 무역거래에서 기축통화 중 달러 거래의 비중은 점차 줄어드는데 반해 유로화나 파운드화에 이어 위안화의 비중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 무역거래에서 달러 비중은 2000년 70%에서 2023년에는 58%로 대폭 줄어들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지난 2024년 12월 한달 간 기준으로 볼 때 달러 거래 비중은 국제 무역거래에서 5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거래 49%, 유로화 21.74%, 파운드화 6.94%, 위안화 3.75% 등으로 달러 거래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반대로 위안화 거래는 꾸준히 늘면서 일본 엔화를 5위로 밀어내고 4위에 올라있다.
중국이 기축통화로서의 위안화 가치를 높이기 위한 대안은 바로 금 모으기다. 중국은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독점적 위치를 갖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금을 보유해야 하는데, 미국의 현재 금 보유량으로는 달러의 가치를 보장받기에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금본위제를 바탕으로 하는 미국 달러 중심체제는 1944년 브레튼우즈협정에 따른 것이었는데, 당시 미국은 전 세계 금의 3분의 2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2024년 말 기준 미국의 금 보유량은 세계 금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8133톤을 보유하고 있다. 1971년 닉슨선언으로 금과의 고정환율이 무너져 변동환율이 적용되면서 달러가 기축통화력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금 보유량에 따라 통화의 가치는 인정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은 그동안 꾸준히 금을 사모아 세계 6위의 금 보유국으로 지난해 상반기 기준 2262톤을 넘어섰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대대적으로 금 매입에 나섰다. 중국은 미국 국채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인데, 중국이 미국 국채를 팔아서 이 돈으로 금을 사 모으는 바람에 미 국채 금리가 고공행진을 하게 됐다.
미국으로서는 재정적자가 심한 상황에서 당장 금을 사 모으기도 어렵고, 국채를 발행해도 중국이 사기는커녕 오히려 있는 국채도 팔아버리니 국채 금리만 올라가면서 자금확보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이런 이유로 금값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1944년 브레튼우즈협정 당시 1온스 당 35달러로 정했던 금 고정환율은 현재 100배 정도 되는 3000달러를 넘보는 수준에 이르렀다.
실제 중국을 비롯한 세계 중앙은행들은 글로벌 고금리·고물가가 시작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1000톤 이상의 금을 매입했고, 특히 트럼프 당선 이후인 지난해 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54% 급증한 333톤을 사들였다. 트럼프 당선을 불안요소로 보고 대표적인 안전자산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이다.
급기야 트럼프는 모든 광물자원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할 생각을 하면서 금에 대한 관세도 대폭부과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미 유럽 중앙은행은 보유하고 있는 금의 대부분을 미국으로 미리 옮겨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통해 달러 파워를 유지하려는 트럼프의 속셈과는 달리, 관세 부과에 따른 물가상승 우려는 금리인하 속도를 늦추면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코인의 인기를 떨어트려 코인의 전략자산화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달러인덱스의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달러의 불안요소가 자꾸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즉 트럼프가 USDT와 같은 달러기반 스테이블 코인을 달러가치 저장수단으로 고려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이 가상자산을 위험자산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일 경우 그런 구상은 물거품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라면 ‘디지털 금’이라고 하는 비트코인의 전략자산화도 어려울 수 있다. 비트코인을 전략자산화 해 보유를 늘렸는데 코인이 폭락하면 자칫 미국은 파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금을 기초로 위안화의 가치를 올리려는 시진핑과 코인을 기반으로 달러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트럼프 간의 쩐의 전쟁이 계속 되는 가운데, 관세폭탄은 럭비공 튀듯 방향 구분 없이 터지게 생겼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