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우성향으로 궤도 수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야당의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 대표와 각을 세우며 민주당 이념의 정통성 강조를 들고나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 지사는 최근 이 대표가 52시간 근무의 탄력적 차원에서 운용할 수 있다는 실용주의 입장에 대해 이 대표가 가지고 있는 이념의 주체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민주당 정통성을 강조하고 나선데 이어 6일에는 경기도 내에 52시간보다 훨씬 적은 주 30시간 근무 방식을 가지고도 비약적인 기업을 방문해 이 지사에게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지사는 경기도 경제정책의 한 축으로 기회경제를 주장하고 있는데, 기회경제의 핵심 중 하나는 주 5일 근무에서 탈피해 주 4.5일 근무로 다양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을 통해 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7일 경기도에 따르면, 김 지사는 이날 ‘브레인벤쳐스’라는 성남시 판교창업존에 입주한 기업을 방문해 기업 대표와 기업 관계자 등과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효과와 관련 실태를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레인벤쳐스’는 AI스타트업으로서 직원들이 하루 6시간씩 주 30시간 노동제를 시행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측에 따르면 주 30시간 근무에도 불구하고 연봉은 업계 평균보다 높다.
2020년 설립 이후 기업 매출이 꾸준히 오르는 등 성장하고 있는데, 2024년은 전년 대비 매출이 25% 늘어날 정도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이 회사는 하루 6시간 근무에도 불구하고 그 중 화요일과 금요일 이틀은 재택근무를 한다고 한다.
이 회사 김원회 대표는 김대표를 만나 “기업초기부터 현재의 정책(주30시간, 재택근무, 유연출근제 등)을 시행했는데, 좋은 성과가 나오고 있다. 늦게까지 남아 있는 게 (회사에 대한)신뢰의 지표가 아니다. 오전 10시~오후 2시의 ‘코어타임’에 같이 모여서 일하면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직원들도 간담회에서 “(현재의 제도로)출퇴근 피로도가 줄어들면서 인재유치에도 상당히 좋다”거나 “직원대상 조사결과, 제도의 만족도가 높았고, 결과적으로 우리회사는 퇴직율이 낮다”고 맞장구를 쳤다.
나아가 “다른 회사에 있을 땐 상상할 수 없던 제도인데, 지금 회사를 다니면서 결혼도 하게 됐다.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김동연 지사는 공감을 표하면서 “과거 노동집약적으로 근로시간을 길게 해 생산성을 높이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시대변화를 잘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연 지사는 “생산요소라고 하면 노동, 자본, 땅을 말하는데 이제는 노동에서 양보다는 질이 중요해졌다”면서 “노동의 질은, 애사심, 충성심, 통제가 아닌 동기부여 등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경기도는 주4.5일제와 유연근무제 등을 통해 일과 삶의 양립(워라밸)이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기업의 생산성 뿐 아니라 저출산 문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김 지사가 기회경제를 강조하면서 주 4.5일 근무를 주장하는 등 근무시간 단축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연장선상에서 최근 이 지사의 52시간 근무 수용의사에 대해 행동으로 반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보인다.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은 “노동시간 단축은 김 지사가 어느날 갑자기 꺼내든 것이 아니라 지난해 8월 ‘후반기 중점과제’ 중의 핵심으로 제시한 것이다”면서 “김 지사는 당시 경력단절 없는 ‘0.5&0.75잡’ 프로젝트와 주 4.5일제를 도의 신규 사업으로 공식화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 대표의 지지도가 지지부진하자 야당 잠룡들이 본격적으로 발톱을 드러내고 이 대표와의 차별화를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