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엔비디아의 젠슨황 CEO 발언으로 양자컴퓨터 기업들 주가가 된서리를 맞은 바 있지만, 그로부터 한 달여 지난 현재 주가가 거의 회복한 상황에서,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게이츠 발언으로 양자컴퓨터 업계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높아지면서 AI(인공지능)에 이어 이 분야에서도 미·중 경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세계 양자컴퓨팅 업계는 지난달 8일 엔비디아의 젠슨황 CEO가 “양자컴퓨팅이 유용한 수준에 도달하려면 20년은 있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양자컴퓨터 관련 주가를 40~50%가량 폭락시킨 바 있고 양자컴 시대가 본격화할 때가지는 아직 여유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빌게이츠의 발언으로 양자 시계가 빨라지게 된 것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야후파이낸스 팟캐스트 오프닝비드에 출연해 “그(젠슨 황 CEO)가 틀렸을 수 있다”고 말한 뒤 “앞으로 3년에서 5년 안에 양자컴퓨터 기술 가운데 하나가 매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만큼 충분한 큐비트를 얻을 수 있다”면서 조기 상용화 가능성에 따라 양자컴 시장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젠슨 황의 발언과 빌 게이츠의 발언은 상용화 시기에 대한 예상이 다를 뿐 모두 양자컴퓨팅 시장이 열리는 것을 전제로 한 발언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양자 시대가 열리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현재까지는 일부 매출이 있기는 하지만 시험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의 투자가 더 들어갈 지 알기 어려운 가운데 세계 AI 패권을 놓고 격돌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역시 이 분야에서도 기술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AI에 이어 양자컴퓨팅 시장에서도 변방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아져 미래 먹거리 준비가 시급한 실정이 됐다.
현재 양자컴퓨팅 시장 규모는 아직까지는 크지 않지만 향후 5년 내에 10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양자기술은 양자컴퓨팅, 양자통신, 양자센서 등 3개의 분야로 나눠지는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양자정보자료’에 따르면, 2023년 양자컴퓨팅 규모는 6조9377억원에서 2030년 70조1171억원으로, 양자통신 규모는 2조 4086억원에서 24조5793억원, 양자센서 규모는 2조1596억원에서 6조5450억원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2030년에 양자시장은 100조원 대 규모로 성장한다는 전망이다.
현재 양자컴퓨터 관련 시장은 미국과 중국이 거의 양분해서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를 선점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완전 초보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빌게이츠의 예상대로 향후 5년 내에 의미 있는 양자컴퓨터 시장이 열린다면 우리로서는 당장 양자 시장의 변방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현재 양자 관련 미국과 중국의 기업이 내놓은 성과를 보면, 미국은 구글의 ‘윌로우’, IBM의 ‘퀀텀헤론’을 비롯해 엔비디아는 구글과 시뮬레이션을 협력하고 있고, 오리진퀀텀은 양자컴 기반 의학연구소를 출범시켰다. 이 외 아이온큐를 비롯한 순수 양자컴퓨팅 기업들이 관련 기술력을 입증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가 주도해 연구 투자를 하고 있는 중국은 중국과학원과 퀀텀시텍 등이 504큐비트 양자컴퓨터를 출시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평가한 주요국이 양자기술 수준을 보면,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미국의 기술 수준을 100이라고 할 때 중국은 35, 한국은 2.3으로 나타났다. 양자통신은 미국이 84.8이고 중국이 82.5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9, 양자센서 분야는 미국 100, 중국 40.9, 한국 2.9 등 기술격차가 심각할 정도로 벌어져있다.
양자컴퓨팅 기술의 선점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술차별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는 수많은 분야에서 양자기술이 이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양자컴퓨터는 여러 경우의 수를 한꺼번에 계산해야 하는 암호학, 약물 설계나 재료과학(분자 구조의 최적 조합 계산) 등에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예를 들어 약물을 설계하기 위해 수백개의 분자로 구성된 물질을 재조합해 새로운 물질을 만들 때 최적값을 찾는 경우의 수 계산을 동시에 해낼 수 있다. 암호를 설계하고 해독하는 것도 경우의 수가 많은 문제의 대표적인 사례여서 양자컴퓨터의 발전으로 비약적 발전을 이룰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특히 AI 시대에는 대규모 데이터를 최적화시키면서 AI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 외에도 자율주행차를 포함한 스마트도시, 교통체계, 인간로봇이라고 하는 휴머노이드을 비롯해서 항공 및 우주 분야 등 수많은 경우의 수를 빠른 시간 내에 계산해 정확한 답을 내야 하는 모든 분야에서 양자컴퓨팅 기술의 지배력은 절대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자컴퓨팅 분야는 상당기간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반드시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고 대기업들의 전폭적인 투자가 필요한 만큼, 정부와 기업 그리고 대학 및 전문 연구기관이 연계된 국가프로젝트로 추진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대두됐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