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7대 대통령에 취임한 지 딱 보름이 됐다. 지난 두 주간 트럼프가 한 일은 관세외교 말고는 생각나는 것이 없다. 트럼프는 미국이 가지고 있는 바잉파워(미국은 GDP의 70%가 소비)를 내세운 무역제재를 무기로 사용하고 있지만 시작부터 삐끗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인접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에 대해서는 두 나라가 국경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해 불법이민자와 마약 루트를 차단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관세부과 시점을 한 달 유예했지만, 10% 추가관세를 받은 중국은 보복관세 자세를 보이면서 세계의 눈은 트럼프와 시진핑의 향후 행보에 모아지게 됐다.
통상적으로 관세전쟁이라고 하면 미국이 일괄적인 추가관세 10%를 부과한 것에 대해 중국이 그보다 더 높은 관세를 전 품목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모습이 나와야 하는데, 마치 약속대련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증권시장은 중국의 보복관세 발표에도 오히려 전체적으로 상승했고, 나스닥은 1% 넘게 올랐다. 트럼프와 시진핑이 결코 관세전쟁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과연 앞으로 트럼프와 시진핑 간의 미중 무역전쟁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그리고 누가 이길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까지는 시진핑이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일단 트럼프의 트릭에 말리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트럼프의 칼날을 무디게 만든 모습이다. 트럼프는 캐나다나 멕시코처럼 관세폭탄을 예고하고는 트뤼도 총리와 셰인바움 대통령과 통화를 통해 미국이 요구하는 불법이민과 마약 단속 조치 약속을 받아냈지만, 시진핑은 트럼프의 전화를 받지 않은 채 보복관세를 발표했다.
실제 관세폭탄이 적용될 경우 발생할 미국의 물가상승을 두려워하는 트럼프 입장에서는 타협점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시진핑으로부터 많은 것을 받아내려는 속셈이었겠지만 이제는 모양만 갖추는 식으로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관세폭탄의 법적 근거인 IEEPA(국제비상경제권한법)에 해당할 수 있는 마약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현재 펜타닐 원료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캐나다와 멕시코로의 펜타닐 수출을 자제한다는 정도의 약속을 받아내는 정도 아닐까 예상된다.
트럼프는 미국민에게 치명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마약인 펜타닐을 막기 위해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고, 이 펜타닐은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만들어져 미국으로 들어오는데, 이들 나라에 공급하는 펜타닐 원료 대부분이 중국으로부터 수입된다. 엄밀히 말하면 마약을 직접 제조하지 않는 중국은 마약과의 전쟁에 자신들이 포함된 것이 억울할 수도 있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트럼프 재임기간인 4년 간의 싸움은 어떻게 전개될까? 많은 변수들이 영향을 미치겠지만 G2를 조정하고 있는 트럼프와 시진핑에게 붙여진 별명을 기초로 한 성향을 통해 전쟁의 향방을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우선 트럼프에 대해 중국인들이 붙여준 별명은 여러 개 있다. 2020년 11월 7일자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 네티즌들이 트럼프에 대해 7가지 별명을 붙였다고 한다.
그 별명들의 공통 키워드는 왕자병, 변덕, 권위, 탐욕, 투정 등으로 모아진다. 트럼프에게 비호감을 갖는 중국인들의 표현이지만 실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키워드들이라고 생각된다.
동왕(懂王). 당시 코로나19 시절에 트럼프가 코로나에 감염된 후 코로나에 대해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말한 것을 빗대 표현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 외에도 여러 분야에 자신이 가장 전문가란 말을 수없이 하면서 붙여진 왕자병 같은 별명이다.
터메이푸(特没谱). 트럼프 대통령의 정식 중국이름 ‘터랑푸(特朗普)’에서 가운데 글자만 ‘없다’란 부정어인 ‘没’라 바꿨는데 이 별명은 매우 변덕스럽다는 뜻이다.
촨지엔궈(川建国). 나라를 건국했다는 의미인데, 트럼프가 2018년 일으킨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이 개혁을 하게된 계기가 됐는데, 이를 계기로 중국의 발전이 급속화됐다는 의미다. 트럼프가 중국이 은인이 됐다는 식의 비꼬는 표현이다.
촨황(川皇). 트럼프를 황제라고 부르는 것으로 역시 권위주의적인 의미가 담긴 별명이며 중국인들의 미국식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다
촨종(川总). 사장이란 뜻이다. 이 별명은 그가 미국이란 나라를 탐욕스러운 사업가가 회사를 운영하는 것처럼 이끌고 있다는 의미다. 모든 국가의 결정이 정치적 올바름을 무시하고 이익이나 사적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된다는 비판을 담고 있다.
이상의 별명을 보면, 트럼프는 변덕이 심해 비위를 맞추기 어려운 어린애다운 모습이지만, 잘만 달래면 비즈니스 상대로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대상이 될 수 있다.
시진핑 역시 많은 별명을 가지고 있지만 대표적인 것이 곰돌이 푸다. 푸는 영국의 작가 A. A. 밀른이 집필한 동화를 바탕으로 1977년에 제작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곰의 이름이다.
우선 생김새가 비슷해 붙여진 별명이지만, 캐릭터 역시 닮은 점이 많다는 것 때문에 시진핑 자신도 매우 싫어하는 별명이라고 한다.
동화 속 푸는 매우 철학적인 성격을 가진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상당히 철이 든 모습을 보여주지만, 경직되어 있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유머러스하게 전달한다. 꿀이라면 사족을 못쓴다.
중국 역사상 가장 장기 집권하고 있는 시진핑의 모습과 상당히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트럼프를 폄하시키고 시진핑을 미화시킬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두 사람의 캐릭터를 감안해 앞으로 벌어질 세계 무역전쟁에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가 상당부분 가시화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돈을, 시진핑은 꿀을 좆는다고 할 수 있다. 둘 다 물질이지만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돈으로는 뭐든 살 수 있지만, 꿀로는 뭐든 살 수가 없다. 돈에는 자존심이나 명분이 없지만 꿀에는 이런 것들이 있을 수 있다. 우리가 할 일은 돈과 꿀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