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수출 전진기지인 울산항 부두 모습. 트럼프의 관세폭탄 시작으로 우리나라 무역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대미 무역규모가 큰 자동차를 비롯해 반도체 등 품목에서의 수출감소와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우리나라에 대한 관세적용은 2월 중순으로 예고돼있어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사진=현대차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동안 주장해온 관세정책에 시동을 걸면서 세계는 관세전쟁 국면에 접어들었다. 처음 주장해왔던 보편관세에서 궤도를 수정해 선별관세를 적용한 것인데, 국가별·품목별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대외 교섭에서의 주도권을 잡는 수단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선 첫번째로 오는 4일(현지시간)부터 인접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현행 20%에 더해 10%를 추가시키기로 했다.

이들 3개국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미국 총 무역규모 4조8817억달러 중 2조 80억 달러의 비중으로 전체의 41.13%를 차지하고, 미국 무역적자 총 1조835억달러 중 4824억달러로 무역적자의 44.52%를 이들이 차지하고 있다. 결국 트럼프는 미국 무역적자 규모의 약 45% 정도 대상국을 상대로 관세폭탄을 때린 것이다.

3개국 모두 반발하고 나섰다. 캐나다와 멕시코 역시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동일한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산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고, 중국은 WTO에 제소하기로 했다.

미국의 경우 관세 부과 기준을 바꾸는 것은 의회의 의결사항이지만, 트럼프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를 근거로 해서 행정명령을 내린 것이다. 1977년 미국과 이란 간의 충돌을 계기로 만들어진 법안인 IEEPA는 미국 대통령이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초법적인 경제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으로 트럼프는 이번에 이것을 사용한 것이다.

트럼프가 판단한 미국의 국가 비상사태는 바로 펜타닐이라는 마약이고 이 펜타닐의 원료 대부분을 생산하는 나라가 중국이고 미국 유입경로가 캐나다와 멕시코라는 것이 이유다. 지난 한 해 미국민 11만 여 명이 펜타닐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3개국에 이어 이달 중순쯤에는 한국을 비롯한 대만과 유럽 등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있는데, 이들 나라에 대한 IEEPA 발동의 근거는 미국의 천문학적인 국가부채 해결과, 미국의 안보를 기초로 하는 전략자산 보호를 이유로 들 것으로 보인다.

이 와중에 중국이 저비용 고성능 AI(인공지능)인 ‘딥시크’를 개발했으니, 트럼프는 AI원천기술 도용 등을 이유로 들어 반도체 및 인공지능 관련 품목들에 대한 교역을 엄격히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을 상대로 무역흑자 규모가 큰 10여개국에 대한 규제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한 해 대미 무역흑자 557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 1월에도 34억달러가 넘는 대미 흑자를 낸 한국이야말로 당장 2월 중순 관세부과 대상국에 들어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지난 1월 한국의 미국에 대한 수출은 중국 92억달러를 넘어선 93억달러로 최대 수출국이 됐고,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은 59억달러로 총 34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봤다.

우리나라 1월 총 수출은 491억달러에 수입은 510억달러로 19억달로 무역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15개월 만의 무역적자를 기록했음에도 미국에 대한 흑자규모는 1월 기준 역대급이다.

어쩌면 미국 교역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가장 큰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미 무역흑자국 7~8위에 올라있다.

그러나 수출과 수입을 합한 총 무역규모 순위는 6위까지 올라간다. 우회적으로 캐나다의 현지공장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가는 이차전지 제품과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가는 자동차와 전자제품 규모까지 합하면 그 규모는 훨씬 더 늘어난다. 이런 상황 속에 한국을 대상으로 직접적인 관세를 부과할 경우 캐나다 및 멕시코 관세폭탄과 합해져 한국 경제는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을까? 미국에 어떤 대가를 제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당장 미국을 향해 제시할 대안이 없다면, 힘들겠지만 당분간 어려움을 각오하고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단 트럼프의 무리한 관세정책이 몇 달 안에 큰 폭으로 수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내에서도 관세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만큼 연방정부에 대한 위헌소송을 비롯해 의회의 반대에도 직면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관세로 인한 가수요 증가로 미국 물가가 상승할 경우 오히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성이 생길 경우 트럼프도 어쩔 수 없이 관세정책을 후퇴하게 될 것이라는 것도 한편에서 예상하고 있다.

당분간 트럼프가 요구하는 미국 내 투자에 대해 최소한의 성의인 MOU(양해각서) 등을 맺는 등 시간벌기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정책에 휘둘리는 허약한 우리나라의 경제구조와 기술경쟁력을 가지고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되지 못하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남북관계, 한중관계, 한러관계에 더해 한미관계마저 복잡해질 경우 우리나라 리스크는 몇배로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