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소득, 집값 등 양극화 역대 최고...계층 간 갈등 우려

-상위 10% 부자, 하위 10% 가난한 사람에 비해 연평균 소득 20.66배
-대기업 생산자지수 114.8로 역대 최고, 중소기업 생산자지수 98.1로 역대 최저
-아파트값 전국 상위 20%는 하위 20% 대비 10.93배, 서울도 5.47배로 역대 최대

이주연 기자 승인 2025.01.06 09:44 | 최종 수정 2025.01.06 17:09 의견 0
서울 강남의 고급아파트 단지들 사이로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서울 강남의 알짜아파트 단지는 수십억원을 넘어섰고, 일부 프리미엄급 아파트는 분양가가 1억원을 넘었다. 반면 지방의 하위 아파트값은 오히려 하락하는 등 지난해 전국 아파트값 5분위배율은 10.93배로 역대 최고로 벌어졌다. 사진=수도시민경제

부자와 가난한 사람 간의 격차,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기 차이, 고가아파트와 저가아파트의 가격차이가 역대 최고로 벌어지는 등 양극화 심화로 인한 사회구조 불안이 증폭되는 가운데, 특히 자영업자의 폐업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서민경제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해결방안을 내놓을 상황이 되지 못하면서 앞으로도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소득 10분위배욜 20.66배

6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선 우리나라 연평균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 간의 차이가 역대 처음으로 2억원을 넘기면서 10분위 배율이 20배를 넘어섰다. 10분위배율은 소득 수준을 10개 등급으로 나눠 상위 10% 그룹의 평균 소득을 하위 10% 그룹의 소득으로 나눈 배율을 말하는데, 지난 5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상위 10%의 평균소득은 2억 1051만원인데 반해 하위 10%의 평균소득은 1천19만원으로 10분위배율은 20.66배로 나타났던 것이다.

상위 10%의 소득 증가에 비해 하위 10%의 소득 증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그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된 결과다. 상위 10%인 10분위의 소득은 1년 간 459만원 증가한 데 반해 하위 10%인 1분위 소득은 65만원 늘어났던 것이다.

10분위와 1분위 간의 재산 차이도 더 크게 벌어졌다. 지난해 10분위의 평균 자산은 16억2895만원인 데 반해 1분위 평균 자산은 1억2803만원으로 나타나, 12.62배로 나타났다.

이러한 부자와 가난한 계층 간의 소득 및 재산 격차가 벌어진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에 있어서도 양극화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 생산지수는 역대 최대, 중소기업은 역대 최저

6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의 대기업 제조업 생산지수는 2023년 대비 5.2% 증가한 114.8(2020년 100 기준)로 나타나 2015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에서의 생산이 많이 늘어났는데,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43.9% 늘어 역대 최고인 1419억달러를 기록했다. 자동차도 전체 수출의 10% 이상을 유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소기업 생산지수는 전년보다 0.9% 줄어든 98.1에 그쳤다. 역시 통계가 집계된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중소기업 생산 부진의 가장 큰 요인은 중국 불황에 따른 소비감소가 중소기업 수출부진으로 이어진 결과로 보인다.

중국으로 수출되는 화학제품, 의류 및 신발 등 소비제품의 현지 소비감소가 수출감소로 연결되면서 국내 중소기업 생산에 차질을 불러온 것이다. 여기에 더해 국내 소비 역시 위축되면서 소비재 중심으로 생산하는 중소기업의 상황이 악화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는 올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글로벌 무역전쟁 심화를 비롯해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한 수요감소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에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강달러 정책과 관세정책, 거기에 자국기업 보호정책으로 인해 환율 불안 요소가 상대적으로 환 헤지 등에서 취약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훨씬 크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파트값 전국 5분위배율 10.93배

우리나라 국민 개인 재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 관련 양극화 역시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면서 고가아파트와 저가아파트 간 격차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해 서울 강남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상승하고 지방 아파트는 보합 하락 및 보합 수준을 보이면서 우리나라 아파트 5분위배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5분위배율은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 아파트의 평균 가격을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아파트 평균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 1분위 아파트 평균가격은 1억 1672만원으로 같은해 1월에 비해서 153만원 떨어진 데 반해, 5분위 아파트는 12억7623만원으로 1월 5641만원 상승하면서 격차는 더 벌어졌다. 이에 전국 5분위배율은 10.93으로 나타났다.

서울 내에서도 고가와 저가아파트 간 상승폭 차이로 인해 서울아파트 5분위 배율도 5.4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서울 1분위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4억9061만원을 기록했고, 5분위 평균 매매가는 26억8774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정부가 대출규제를 강화하면서 대출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줄어든 반면, 현금부자들이 주 고객인 고가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폐업 자영업자수 2024년 100만명 이상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 간의 양극화 현상 심화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의 폐업자수 급증으로 이어졌다.

이미 2023년부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자영업자 폐업자 수는 지난해에 더욱 늘어나 100만을 넘긴 것으로 예상된다.

6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폐업자 수는 98만6000명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소매업 27만7000명, 기타 서비스업 21만8000명, 음식업 15만8000명 등 영세 자영업자 순으로 폐업자수가 많았는데 이는 전체 폐업자의 66.2%를 차지했다. 역시 소비위축과 원가상승으로 폐업으로 내몰린 것으로 보인다.

음식료 업종이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아 상호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이들 분야에서의 자영업자들 37.3%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입을 기록하기도 했다.

매출규모가 상대적으로 영세한 간이사업자 폐업률이 13.0%로 일반사업자 8.7%, 법인사업자 5.5%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영세 소상공인의 폐업 추세는 2024년에 더욱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에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폐업으로 인해 지급된 공제금 총액이 1조3019억원으로 2022년 같은 기간 1조1820억원보다 10.1% 늘어나면서 폐업자수는 연간으로 100만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무역전쟁 및 경기불안에 맞물려, 우리나라 탄핵 정국 장기화로 인해 올해 경제상황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향후 상위층과 하위층 간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면서 사회적인 갈등의 골도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양극화에서 오는 사획계층 간 갈등이 사회 전반의 불안으로 이어질 우려가 나오면서 정부 행정의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 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 변동성이 어느 때보다 높고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 불안으로 인해 가장 중요한 정부의 역할인 조정 역할 상실 우려가 가장 큰 리스크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특히 탄핵에 따른 조기대선이 진행될 경우 혼란이 확대될 경우 국내 경제 환경이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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