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시야는 경제적 시야보다 훨씬 짧다. 미국에서 이제야 인정하는 대표적인 실책 중 하나가 1971년 닉슨 행정부가 미국 역사상 최초로 실시한 평화시 임금 통제 및 가격통제 정책이다.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무엇인가 해야만 한다”는 대중과 언론의 압력에 무릎을 꿇고 만 것인데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그들이 내린 위대한 결정에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
경제적 결과는 기대와 전혀 달랐다. 목장 주인들은 소를 시장에 내다 팔지 않았고 농부들은 키우던 닭을 익사시켰으며 슈퍼마켓의 진열대는 텅텅 비어 있었다. 인위적으로 낮은 가격은 공급량과 감소로 이어졌고 소비자의 수요는 증가했다. 예컨대 대부분의 미국산 소고기는 가격이 통제된 미국 시장 대신 대부분 캐나다로 수출되었다. 임금과 가격통제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확산되기 전에 닉슨 대통령은 압승을 거두고 재선되었다.
정치적 의사 결정자에게 현재의 결정이 미칠 장기적 효과에 대해 고려하도록 강요하는 ‘현재 가치적 요소’란 존재하지 않는다. 단기적 효과만을 노린 정책 때문에 방치된 핵심 분야 중 하나가 교육이다. 인도의 한 작가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너무나 오래 걸리므로 어느 누구도 교육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교육 개혁은 많은 노력과 오랜 시간을 거쳐야 비로소 더 잘 교육받은 시민을 길러낼 수 있다. 따라서 임기가 정해진 선출된 정치인들은 기껏해야 학교 몇 개를 더 짓고 더욱 무능한 교육기관을 양성하는데 국민의 세금을 더 쓰겠다고 약속함으로써 교육 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게 훨씬 정치적으로 편리하다. (한국 좌파의 극성과 득세는 결국 80년대 운동권, 90년대 전교조 교육의 효과 때문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몰락한 좌파 세력이 이렇게까지 득세한 경우는 거의 한국밖에 없지 않은가?)
1년새 ‘보수화’ 연령도 늦어져… 56세 → 60세로
86세대 재사회화 연령효과 늦춰... 35세이하 보수화 흐름도 약해져
연령 증가에 따라 보수가 진보를 연속해 앞서기 시작하는 분기점이 지난해 60세(1964년생)로 나타났다. 2023년 보수〉진보 분기점이 56세(1967년생)였던 것과 비교하면 한 해 사이 4세나 높아졌다. 2021년부터 지속된 35세 이하 연령대의 보수화 흐름도 지난해 끊긴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갤럽의 2024년 ‘주관적 정치 성향’ 1세별 연간 집계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 경향을 보이는 현상인 연령 효과로 인해 진보에서 보수로 역전되는 나이는 60세로 그 전년도에 비해 4세 높아졌다. 보수〉진보 분기점은 2020년 57세, 2021년과 2022년은 각 55세였다.
연령 효과가 지난해 더 늦게 나타난 것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실망감 탓에 전반적으로 진보 성향이 짙어진 데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86세대(1960년대 출생, 1980년대 학번)가 보수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979년 ‘서울의 봄’을 경험한 세대에게 비상계엄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공포로 다가왔을 것”이라며 “당시 비상계엄을 최전선에서 경험한 86세대가 이번 비상계엄 사태 이후 재사회화하며 연령 효과가 더뎌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86세대는 지난해 기준 55∼63세다.
2021년부터 나타난 35세 이하의 보수화 경향도 옅어졌다. 2020년까지 18∼35세 이하는 ‘진보의 아성’이었으나 2021년 처음으로 보수화가 나타나 총 18개 연령(18∼35세) 중 4개 연령에서 보수가 진보보다 더 많았다. 진보 우위 연령은 14개였다. 2022년에는 ‘보수 강풍’이 불며 진보 우위 연령이 6개로 크게 줄었고 2023년에도 5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9∼23세 등 총 9개 연령에서 진보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돼 진보가 세를 키웠다. 전체 연령(2020∼2021년 18∼80세 이상, 2022년 이후 18∼90세 이상) 중 진보가 보수보다 더 많은 연령 비중도 지난해 다시 늘었다. 진보가 보수를 앞선 연령의 비중은 2020년 61.9%에서 2021년 52.4%, 2022년 34.2%, 2023년 31.5%로 점점 낮아졌지만 2024년은 41.1%로 증가했다.
다만 연령별 이념 지형과 지지 정당은 직결되지 않았다. 18세, 24세, 28∼29세, 31세, 34세, 36∼37세는 보수가 많지만 국민의힘보다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높았다. 대통령 지지율도 이념 지형과 차이를 보였다. 연령 효과가 시작되는 나이는 60세인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으로 완연히 전환되는 연령은 72세였다.
코라시아, 필명
**오피니언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수도시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