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한파 덮친 평택, 용인, 이천…미분양 쌓이고 집값 떨어져

-2024년 전국 아파트값 0.83%, 경기도 0.20% 상승에 반해 이들 지역 일제히 하락
-경기도 미분양 물량 9771가구 중 4744가구인 48.6%가 평택, 용인, 이천에서 발생

이주연 기자 승인 2024.12.18 09:38 | 최종 수정 2024.12.18 09:39 의견 0
지난 9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를 마케팅 포인트로 분양에 나선 '용인푸르지오원클러스터' 분양 견본주택 내부. 이 단지는 청약결과 1259가구 모집에 1552명 만이 신청해 1.23대 1의 저조한 청약경쟁률 속에 초기계약률이 나오지 않아 바로 조직분양에 들어갔다. 사진=수도시민경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반도체클러스터 등의 후광효과를 기대한 경기도 평택, 용인, 이천 지역의 부동산시장도 동반 침체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용인과 평택 등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을 기대했던 주변 부동산시장은 반도체 업황 부진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에 지으려던 P4 공장 등의 완공 시점을 늦췄다. P4 공장 일부 시설의 경우 빠르면 올해 10월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수급 조절에 나선 삼성전자가 완공 시점을 내년 이후로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완공 시점이 늦춰지고 공사 인력 등도 빠져나가면서 인근 부동산 시장은 찬바람이 불면서 매매시장과 분양시장 모두 한파가 몰아쳤다.

■평택·용인·이천 아파트값, 경기도에서 나홀로 하락

올해 이들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는 수도권이 전반적으로 상승추세를 이어간 데 반해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올해 11월 말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0.83% 올랐고, 경기도는 0.20% 오른 데 반해 평택은 -2.72%, 이천은 -3.46%로 하락해 경기도 내에서도 아파트값이 크게 떨어진 곳으로 분류된다.

3년 만에 반토막이 난 아파트도 속출했다. 평택 우미린레이파크 전용 84㎡ 가격은 고점 대비 50% 가까이 하락했다. 2021년 6억 2000만 원 고점을 찍었지만 11월 3억 2000만 원에도 거래됐다. 평택지제역동문굿모닝힐맘시티 전용 84㎡도 2021년 6억 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3억 6000만 원으로 급락했다. 용인도 상황은 비슷하다. 용인 기흥구의 아파트 가격 역시 -0.29%를 기록했다.

문제는 평택, 용인, 이천 등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 주민과 환경 단체의 반발, 지방자치단체 소송 등으로 공장 가동을 위해 필요한 전력 송전선로 건설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부지 선정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내년 1월 트럼프 취임과 동시에 반도체에 대한 보조금이 폐지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의 반도체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에 투자한 공장도 가동이 불투명한 상황이고, 한국에서 생산한 반도체는 관세부과 대상이 되면서 국내 반도체 공장 가동 차질도 예상된다.

반도체 투자를 기대하고 형성된 이들 3곳의 부동산 시장은 이런 이유로 내년에도 침체 국면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평택·용인·이천 미분양의 무덤...경기도 미분양의 48.6% 차지

반도체 불황이 불러온 이들 지역의 부동산 시장 한파로 인해 용인, 평택, 이천은 이미 미분양의 무덤이 됐다. 10월 말 기준 통계청 미분양 주택 현황에 따르면, 경기도 미분양 주택은 총 9771가구인데, 이 중 평택시가 가장 많은 2609가구이고 이천이 다음으로 1612가구로 나타났다. 용인 미분양 물량도 523가구로 높게 나타났다.

이들 3개 도시의 미분양 물량은 총 4744가구로 경기도 미분양 전체의 48.6%를 차지했다. 경기도 미분양 물량 두 가구 중 하나는 이들 3개 도시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미 이들 지역의 아파트 분양성적 역시 처참한 미분양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9월 대우건설이 용인에서 분양한 ‘용인푸르지오원클러스터’는 1259가구 모집에 1552명 만이 청약 신청해 1.23대 1의 저조한 청약경쟁률 속에 초기계약률이 나오지 않아 바로 조직분양에 들어갔다. 조직분양에 들어갈 경우는 손실을 감수하고 일부 할인까지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기존 계약자와의 갈등으로 소송에까지 들어갈 가능성도 높아진다.

HL 디앤아이한라(구 한라건설)이 경기도에서 분양한 단지 두 곳 모두 처참한 청약결과를 얻었다. 용인에서 분양에 나선 ‘용인둔전역에피트’는 1009가구 모집에 1637명이 청약해 1.62대 1을, 이천에서 분양한 ‘이천부발역에피트’는 530가구 모집에 467명이 신청해 0.74대 1의 평균청약경쟁률로 참패했다.

또한 지난 11월 청약에 나선 ‘이천 중리지구 A-2블록 신안인스빌퍼스티지’의 경우도 451가구 모집에 203명만이 신청해 0.4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평택지역 역시 청약성적이 형편없이 나타났다. 17일 1순위를 진행한 ‘평택브레인시티수자인’은 864가구 모집에 70명 만이 신청해 0.0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11월 분양한 ‘평택브레인시티한신더휴’는 887가구 모집에 440명이 신청해 0.49대 1의 저조한 청약경쟁률을 나타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 평택을 비롯해서 용인 등에서 많은 분양이 진행됐는데, 분양가가 낮고 위치가 좋은 일부 단지를 제외하고는 상당수 단지에서 미분양이 속출했다”면서 “수도권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는데 평택, 용인, 이천 등 반도체 산업단지와 관련이 있는 이들 지역에서의 성적이 특히 나빴고 이런 분위기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저작권자 ⓒ 수도시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