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인텔은 CEO 퇴임, 삼성전자는 회전문 인사...위기에 대한 다른 대처

-인텔, 팻 겔싱어 CEO 전격 사임…후임 없이 당분간 CFO와 전문경영인 체제
-삼성전자, 3명의 부회장단은 오히려 권한이 세져...책임지는 사람 없는 비상체제

이주연 기자 승인 2024.12.03 17:03 의견 0
지난 2일(현지시간) 위기에 빠진 미국의 인텔이 CEO인 팻 겔싱어를 전격 해임하고 대행경영체제로 돌입했다. 비슷한 위기에 빠진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사장단 인사에서 책임을 져야 할 기존 부회장 3인방이 건재한 모습을 보이면서 같은 위기에 다른 인사의 모습을 보이면서 대비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과연 이 위기를 잘 넘길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수도시민경제

■위기에 빠진 인텔, CEO인 팻 겔싱어 전격 해임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로 세계 PC시장을 호령했던 미국 인텔의 위기가 본격화 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인텔은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퇴임했다고 발표했는데,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발표여서 시장은 퇴임이 아닌 해고로 이해할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새로운 CEO가 정해기기 전까지는 데이비스 진스너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미셸 존스턴 홀트하우스 클라이언트컴퓨팅 그룹 사장이 공동으로 대행한다고 하지만, 상당기간 CEO 공백기가 예상되면서 인텔호가 난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역시 위기 속에 지난달 27일 사장단 인사를 한 지 일주일 여 만에 인텔의 수장이 자리에서 물러나, 과거 반도체 시장을 호령한 두 회사가 비슷한 위기에 빠진 모습을 보이는 듯 하다.

인텔이 무너지게 된 배경은 세계 1위 자리에 만족한 관료주의에 빠진 결과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과 반도체 시장 1위라 자만심으로 관료주의에 빠진 삼성전자가 위기를 맞은 이유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인텔의 첫번째 위기의 시작점은 17년 전인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PC의 CPU(중앙처리장치) 세계 시장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인텔은 새로운 시도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정도의 위치에 있었다.

당시 스마트폰을 시작하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인텔을 찾아가 스마트폰용 반도체 칩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당시 인텔의 폴 오텔리니 CEO가 거절한 것이 첫번째다.

이 후 3년 만인 2010년 스마트폰 생산량은 연간 수억개에 달하며 PC 판매량을 앞서게 되면서 시장에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이후 PC 수요는 점차 줄어들고 스마트폰 수요는 급격히 늘면서 스마트폰이 반도체칩 시장의 주력이 되면서 인텔은 서서히 밀려나기 시작한 것이다.

다음으로는 현재 전 세계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AI(인공지능) 경쟁력에서 밀린 것을 들 수 있다. 인텔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CPU를 통해 AI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계산했지만, 실제 AI 시장은 엔비디아의 GPU(컴퓨터 그래픽 처리장치)가 지배하게 되면서 인텔은 명함도 내놓지 못하게 됐다.

오히려 2021년 엔비디아가 AI칩을 개발하면서 AI칩용 반도체 제작을 인텔에게 맡기려 했지만, 인텔이 자체적으로 CPU를 통해 AI칩 개발을 장담하면서 이를 거부하자, 결국 엔비디아가 AI칩 제작을 대만의 TSMC에게 맡기면서 인텔은 돌아올 수 없는 길에 나서게 된 것이다. 2021년은 팻 겔싱어의 CEO 임기가 시작된 해다.

애플의 경우는 굴러온 복을 걷어찬 결과고, 두번째 AI에서 밀린 것은 오만의 결과였다.

이번에 물러난 팻 겔싱어는 2021년 구원투수로 투입된 인물이니까 애플 관련은 관계가 없고 AI 관련해서는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다.

결국 대규모 투자에도 성과를 내지 못한 파운드리 사업의 부진까지 겹치면서 회사는 나락으로 떨어져, 미국의 보조금에도 불구하고 회생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CEO 교체라는 극약 처방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근래에는 인텔의 주력인 PC용 CPU도 '만년 2위' 업체였던 AMD에 추격을 당했다. 실적은 당연히 나빠졌고 주가는 곤두박질 쳤다.

올 2분기에 매출은 현상을 유지했지만, 영업적자가 28억달러(약 3조7391억원)의 손실이 났고 순손실도 16억1100만달러(약 2조1513억원)를 기록했다.

3분기는 더욱 심각해졌다. 지난 11월 1일 발표한 인텔의 3분기 실적은 169억달러(약 23조2459억원)의 영업적자에 166억달러(약 22조836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3분기 매출이 169억달러(약 18조2981억원)이니까 손실규모에도 훨씬 못미치는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주가 역시 연초 대비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다. 올해 1월 2일 주가는 47.80달러였는데 지난 12월 2일(현지시간) 주가는 21.48달러로 55% 떨어졌다. 특히 2분기 실적을 발표한 8월 2일에는 하루만에 26.06%가 떨어졌다.

지난 2일 팻 겔싱어 CEO가 사임했다는 소식이 나오자 인텔 주가는 순간 크게 올랐지만, 장 막판 인텔 자체의 경쟁력 불신으로 약보합으로 끝났다. 시장에서는 겔싱어의 사퇴를 호재로 본 것이다.

■위기의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 부회장단 3인방 건재

지난 11월 27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삼성전자와는 좀 다른 시장의 반응이다. 삼성전자의 사장단 인사는 ‘올드보이의 회전문인사’란 비난 속에 사장단 인사를 발표한 날 삼성전자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한 바 있다.

27일 삼성전자 주가는 사장단 발표 후 3.43% 떨어져 5만6300원으로 내려앉았다. 전날 91만 여주를 매수했던 외국인이 이 날은 499만 여주를 매도해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그 다음날인 28일 역시 1% 이상 하락하는 등 하락세를 이어갔고, 12월 2일 현재 5만3600원으로 다시 4만전자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엔비디아 향 HBM(고대역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하면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자리를 내준 것이 위기를 맞은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결국 메모리 시장 세계 1위라는 자만심이 불러온 관료주의가 변신을 거부하면서 만들어진 위기라고 할 수 있다.

모건스탠리의 겨울이라는 경고도 무시한 이번 사장단 인사는 결국 엄청난 파도를 맞이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8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PC용 D램 가격은 지난 11월 1.35달러로 전월 1.7달러 대비 20.59% 급락했다. 안그래도 파운드리 등 적자구조 사업이 즐비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에 초비상이 걸린 것이다.

엔비디아 향 AI칩 용 반도체인 HBM의 기술 결함, 3나노의 수율 문제, 파운드리 사업의 부진, 스마트폰인 갤럭시 AP(스마트폰용 반도체 CPU)의 불량 등등 산적한 문제로 인해 비상사태가 발생한 삼성전자가 지난 인사에서 쇄신 대신 수구(守舊)를 택하면서 이재용 회장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비상사태가 벌어진 인텔이 오너 겸 CEO인 팻 겔싱어를 내보낸 만큼, 못지않은 비상상황이 벌어진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이 물러나기 어렵다면, 최소한 부회장 3인방은 교체를 했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도체 시장을 호령했던 두개의 글로벌 기둥이 함께 흔들리고 있다. 그래도 인텔은 미국의 상징적인 기업으로 미국 정부가 엄청난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기업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미국 트럼프 시대를 맞아 HBM 중국 수출길도 막힐 수 있는 상황에까지 놓여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현재의 난관을 벗어나려면 과거의 영광과 1위라는 자만심을 버리고 모든 것을 미래 경쟁력 중심 체제로 재편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과연 삼성전자가 이 위기를 어떤 방법으로 타개할 지에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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