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지난 9일(현지시간) 양자컴퓨터인 윌로우를 개발했다고 발표하면서 양자컴퓨터 산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윌로우는 우주이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에 해당하는 10의 24제곱에 해당하는 기간의 계산을 단 5분 만에 해결하는 것이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속도 보다 오류율로 인해 발표를 미루다 오류율을 크게 줄인 것이다. 본격적인 발표는 내년에 할 예정이다. 사진=구글
사람의 눈 이상의 순간적인 인지와 판단이 필요한 자율주행, 수십년 걸리는 신약개발에 있어 수없이 반복해야 하는 실험과 검증, 더 나아가서 우주의 비밀을 알아내는 복잡한 계산, 이런 것들을 순식간에 해결하는 기술이 나온다면 인류는 어떤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갈까?
지구의 나이는 약 45억년으로 추정되고, 우주의 나이는 약 138억년으로 추정된다. 우주의 나이에 해당하는 138억년 전부터 지금까지 계산해야 답을 얻을 수 있는 계산을 단 5분 만에 계산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 개발이 성큼 다가왔다.
지난 9일(현지시간) 구글은 자체 개발한 양자 칩 윌로우(Willow)가 10 셉틸리언(septillion, 10의 24제곱)년이 걸리는 문제를 약 5분만에 풀어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하면서 1990년대부터 꾸준히 연구를 해온 양자컴퓨터 기술이 퀀텀점프 한 것 아니냐면서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물론 이 계산은 아직 상용화 단계가 아닌 실험을 위한 테스트를 위해 만들어진 알고리즘이 이용돼 상용화 단계까지는 추가적인 기술과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이번 실험을 통해서 오류율을 대폭 줄인 것은 대단한 성과로 평가받는다. 양자컴퓨터는 속도가 빠른 대신 ‘양자 얽힘’ 현상으로 인한 오류 발생 가능성 있어서 그동안 많은 연구는 이 오류 해소에 집중돼왔다.
구글은 이번 실험에서 윌로우가 큐비트를 추가할수록 오류율이 절반씩 감소하도록 개선했다고 밝혔다.
구글은 지난 2019 1만년 걸리는 계산을 단 몇 분만에 할 수 있는 수퍼컴퓨터인 프론티어를 개발한 지 5년 만에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의 양자컴퓨터 개발에 한 발 다가간 것이다.
구글은 기존 컴퓨터가 풀지 못하는 실제 문제를 해결해 그 결과를 내년에 발표하겠다고 밝혀, 상용화 기대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양자컴퓨터 개발 기업들
양자컴퓨터는 구글 외에도 여러 기업들이 연구 성과를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IBM으로 이 회사는 기존 제품보다 50배 빠른 차세대 양자컴퓨터 ‘퀀텀 헤론’을 출시한 바 있고, 시스코는 양자컴퓨터와 양자정보를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아이온큐는 한국인인 김정상 듀크대 교수가 공동창업한 기업으로. 이 회사에 대한 주요 투자자에 구글, 삼성전자, AWS(Amazon Web Service), 아랍에미에이트 국부펀드 등이 있는데, 특히 구글은 2017년에 구글벤처펀드를 통해 지분 20%를 투자했다.
이번 구글의 윌로우 개발에도 아이온큐의 원천기술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이 외에도 미국의 리케티컴퓨팅, 캐나다의 디웨이브시스템 등도 양자컴퓨터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윌로우 등장으로 인해 증권시장 종목간 그리고 가상자산 시장의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이미 증권시장은 이 양자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는 상황으로, 미국 증권시장에서 지난 한달 간 아이온큐는 71%, 리케티컴퓨팅은 206%, 디웨이브퉌텀 300% 상승했다.
이 중 아이온큐는 올 초부터 상승 랠리를 벌이고 있는데, 특히 지난 6개월 간 418.9% 상승해 미국 증권시장에서 양자컴퓨터 대표주가 돼있다.
지난 밤의 주가 흐름을 보면 윌로우를 발표한 구글의 주가는 전날 대비 5.59% 크게 오른 반면, 아이온큐는 3.71% 하락했고, 리케티는 45.19% 폭등했다.
반면 AI 반도체의 선두주자를 달리고 있는 엔비디아는 2.69% 하락했고,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대부분이 크게 떨어졌다.
■양자컴퓨터가 변화시킬 미래
양자컴퓨터가 상용화 될 경우 우선 AI 러닝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의 GPU가 별 소용이 없어질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HBM(고대역 메모리 반도체)를 이용해 속도를 빠르게 하는 대신에 비용이 비싼 엔비디아의 GPU가 더 이상 필요 게 될 수 있다는 예상 때문이다. 양자 칩 하나면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학습이 되면서 정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역시 그동안 수천, 수만개의 컴퓨터에 암호가 나뉘어 그 암호를 푼다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10자 년의 속도로 계산해 낼 경우 비트코인의 암호마저 풀어낼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암호화폐에도 비상이 걸렸다.
역시 윌로우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가격을 큰 폭으로 떨어트리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 AI 중심의 글로벌 산업구조가 빠른 속도로 양자컴퓨터 중심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8억8540만달러(약 1조2600억원)였던 글로벌 양자컴퓨터 시장 규모는 올해 11억6010만달러(약 1조6600억원), 2032년에는 126억2000만달러(약 18조원)로 커질 전망을 내놨다.
2026년 3월 구글의 알파고가 우리나라 바둑 프로인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5번 중 4번을 승리해 AI의 능력을 세계에 과시한 지 8년이 지난 현재 AI 관련 기술이 세계를 흔들고 있다. 그러나 윌로우의 등장은 AI를 엄청난 속도로 교육시키면서 말 그대로 인간의 창의성을 뛰어넘는 로보트 탄생 시기를 단축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의 데미스 허사비스는 본인이 개발한 AI가 미래에 인류를 멸망시키는 로보트로 발전할 것이 두렵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올해 AI 연구개발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AI와 양자컴퓨팅 시대에 맞는 사이버 윤리 정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