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신도시 삽질 할 수 있을까…분담금 폭탄에 비상계엄까지

-선도지구 총 3만6000가구 발표했지만, 사업성 높은 분당도 분담금 12억원 예상
-尹의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정국 등 조기대선 가능성…관련 법안 휴지조각 가능성

이주연 기자 승인 2024.12.07 11:25 의견 0
정부가 1기신도시 선도지구 지정을 지난 11월 27일 발표했지만, 조합원들이 물어야 할 분담금의 규모가 상상 이상으로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비상계엄 선포로 정국이 혼란에 빠지면서 사업추진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수도시민경제

경기도 내 다섯 개 1기신도시 재건축 관련 선도지구를 지난 11월 27일 지정했지만, 지정 열흘도 안돼서 추진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이유로는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하는 분담금 규모가 생각보다 커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11월 27일 국토교통부는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1기신도시 선도지구로 3만6000가구를 선정했다고 발표하면서 입주 30년 이상 된 1기신도시 재건축에 시동을 걸었다.

신도시 별로 분당은 샛별마을 동성을 비롯한 총 1만1000가구, 일산은 백송마을 1단지 등 총 8900가구, 평촌은 꿈마을 금호 등 5500가구, 산본은 자이백합 등 4600가구, 중동은 삼익 등 4600가구다.

그러나 선도지구 지정 이후 불과 열흘도 되지 않아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분담금 규모에 대한 조합원들의 걱정이 커지면서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지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향후 한국부동산원을 통해 분담금 산출업무를 지원하고, 맞춤형 금융지원을 위해 12조원 규모의 미래도시펀드를 조성해 자금부담을 덜어준다고 하지만 실제 분담금 수준에 따라 사업성 여부가 정해지기 때문에 첫 삽을 뜰 때까지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1기신도시 가운데 그나마 가장 사업성이 있다고 할 수 있는 분당의 경우에서도 분담금 부담으로 인한 사업 추진 중단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현재 분당 서현마을 84㎡ 아파트 가격은 15~16억원 선인데, 이 아파트 재건축 이후 분양 예상가를 20억원으로 가정했을 때, 분담금은 최소 12억원 들어간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 가격 16억원으로 할 경우 12억원의 분담금을 부담할 경우 입주시점에서 아파트값이 최소 28억원 이상이 돼야 본전이라는 예기다.

분담금이 이토록 높은 배경으로는 공공기여 부담을 비롯해서 공사원가 부담, 단지 조성비 부담, 신탁사 관련 비용 부담, 이주 관련 비용 부담, 사업비 부담 등 기본적인 부담에 더해 각종 비용 인상요인들이 수반된다.

추가로 고려해야 하는 비용 중 향후 눈덩이처럼 불어날 변동성이 큰 비용들을 감안해야 한다. 상가 재건축에 따른 비용, 초고층으로 할 경우의 추가 공사비, 학교 철거 및 신축 비용, 상하수도 및 전기인프라에 더해 제로에너지 적용에 따른 부담, 정원수 및 공원 조성에 대한 추가비용, 공사기간 중 발생하는 자재비 인상분, 인건비 상승분, 신탁사 운영자금에 대한 이자비용 등등 추가로 계산해야 하는 부담금이 수없이 많다.

이주 관련해서도 전세수요가 일시에 몰리면서 전세비가 늘어나게 될 경우 추가로 비용이 발생한다. 7억원에 전세를 얻어 최소 5년 간 연리 4.5%를 적용할 경우 약 1억5000만원 이상 이자비용이 발생하는데, 전세물량 부담으로 전세가가 9억원으로 올라간다고 가정할 경우에는 수천만원의 추가 이자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사업기간이 늘수록 이자부담 역시 늘어나게 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 역시 큰 부담이다. 현재 재초환 폐지 관련 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데, 재초환이 적용될 경우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 이상 물어야 한다.

마지막에 취득세도 1억원 이상도 물어야 한다.

분양가를 20억원대에 분양해 가장 사업성이 좋다고 하는 분당의 경우에도 12억원 이상의 분담금이 예상되는데, 분양가가 낮아 사업성이 적은 나머지 신도시들의 분담금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비상정국이 전개되면서 정부나 국회가 처리해야 할 노후계획도시 재건축 관련 조치나 법 개정이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1기신도시의 재건축은 윤 정부의 대표적인 공약이었던 만큼, 내각 총사퇴 및 국회 정상운영 마비라는 비상시국 속에 선도지구 재건축 사업이 추진동력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일 탄핵 정국 속에서 윤 대통령이 퇴진이라도 하게 되면, 조기 대선국면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신도시 재건축은 대선후보들의 대선공약과 맞물려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1기신도시 재건축을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몇몇 법안들이 해결돼야 하는데 조기대선 국면에 들어선다면 이들 법안들은 모두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대표적인 1기신도시 관련 법안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 폐지 법안’ 외에도 정비사업 3년 단축 방안이 담긴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과 정비사업 절차 간소화 및 용적률·층고제한 완화 관련 법, 그리고 재건축 사업의 공공기여를 줄여주는 내용을 담은 도시정비법 개정안 등이다.

뒤늦게 1기신도시 선도지구 지정을 발표했지만, 그동안의 공사비·인건비 등 건축 관견 비용 폭등에 이어 비상계엄이라는 돌발 악재로 인해 사업추진에 큰 장애물이 생긴 셈이다.

한 대형건설사의 임원은 “현재의 상황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건설시장의 불확실성이 너무 커졌다”면서 “건설경기가 전반적으로 불안해지면서 1기신도시 재건축도 추진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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