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자제해야할 지방의회 의원들의 동시효빈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12.01 06:00 의견 0
중국 4대 미녀 중 한사람인 서시

우리나라 국회 회의장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면 고성과 막말 외에는 생각나는 것이 없을 정도다. 대부분 국회의원들은 국회에 불려 나오는 관료들을 비롯해서 증인이나 참고인 모두를 죄인 다루듯이 한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유별나게 크고 막말이 많다. 당연히 야당이니까 그렇겠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여당일 때도 그랬던 것 같다. 무슨 청문회만 되면 거의 장날 맞은 각설이 마냥 목소리는 더 커지고 행동도 거칠어진다.

우리나라 국회 역사에서 청문회를 통해 일약 정치권 스타에 오른 인물은 누가 뭐래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1988년 통일민주당 초선의원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5공 청문회에서 노무현 의원은 성의없는 태도의 전 전 대통령을 향해 명패를 집어 던지기까지 했다. 후일 그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아닌 자신의 당인 통일민주당 지도부의 준비안된 청문회 모습에 화가나서 명패를 던졌다고 고백했다.

그는 장세동 전 안기부장이나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회장 청문회에서는 논리적이면서 날카로운 질문으로 원하는 답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발휘했다.

노 전 대통령은 청문회 스타로 대중의 관심을 받으면서 전국구 ‘스타 국회의원’으로 급부상해 그로부터 4년 후인 2002년 겨울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나라 16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노 전 대통령 이후 제2, 제3의 청문회 스타를 꿈꾸는 많은 국회의원들이 국회 청문회장이나 국정감사장에서 시선을 끌기위해 꾸준히 노력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알맹이 없는 막말과 고성일 뿐 날카로운 논리나 진정한 의미의 정치가 빠져있다는 비난을 피해갈 수 없다.

여의도 국회에 이어 전국의 지방의회 모습 역시 판박이다. 좋은 것을 배워야 하는데, 나쁜 것만 배워간 것 같다. 하긴 “뭐든 배울만한 것이 있어야 배우지”란 말이 나올 정도이긴 하다.

요즘 지방의회 역시 고성과 막말이 난무한다. 대부분 지방의회는 12월에 다음 년도 예산심의를 벌이는데 특히 이 과정에서 고성이 많이 나온다. 여의도의 모습을 여기에서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따라 할 것을 따라 해야지 잘못된 것을 따라 하다 보니 국회의원들로부터 피곤을 겪은 국민들은 지방의회의 따라하기 모습에 더욱 지치게 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말기에 월나라 왕 구천이 오나라를 멸망시키기 위해 오나라 왕 부차에게 미인계로 보낸 여인이 바로 서시다.

서시는 중국 4대 미인 중 한명인데, 서시는 마을 서쪽에 사는 시씨라는 의미다. 마을 동쪽에도 시씨가 살고 있었는데 그녀는 동시로 불렸다. 동시가 서시를 따라서 하다가 곤란을 겪게 됐다는 동시효빈(東施效嚬)이라는 고사가 있다.

서시는 절세미인인 반면, 동시는 천하추녀였다. 박색인 동시는 서시의 인기가 부러워 서시가 하는 것이면 뭐든 따라했는데, 서시는 당시 가슴통증이 있어서 가끔 가슴에 손을 얹고 얼굴을 찡그리는 버릇이 있었다.

동시가 볼 때는 그 표정이 너무 예뻐 보여서 자신도 따라하기 시작했는데, 길을 걷다가도 시도때도 없이 가슴에 손을 얹고 얼굴을 찡그리곤 했다. 지나는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보고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이 생긴 줄 착각하고 신이나서 그 횟수를 늘렸는데, 더욱 추한 모습으로 변해 결국 사람들이 상종하지 않게 되면서 완전히 외톨이가 돼 마을을 떠나게 됐다는 얘기다.

동시효빈은 본받을 효(效)자에 찡그릴 빈(嚬)자, 효빈(效嚬)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행동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무작정 따라하는 맹목적인 행동을 나무랄 때 사용하는 말이다. 물론 우리 국회가 서시처럼 아름답다는 얘기는 절대로 아니다.

이 고사는 장자(莊子) 천운편(天運篇)에 나오는 이야기로 남의 모습을 본인의 능력이나 처지는 생각지 않고 무작정 따라 하다가 낭패를 보게 되는 경우를 빗댄 뜻으로, 지금 우리 국회나 지방의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성과 막말 따라하기를 경고하는 의미와 일맥 상통한다.

일단 고성이 오가면 감정적인 대립이 앞서면서 합의에 도달하기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서로 다 피해를 보게 된다.

예산심의 시작하기 전부터 벌써 피로감을 느끼는 시민들이 많은 만큼, 지방의회가 이제는 성숙한 대화와 협의로 시민의 편에서 일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텔레비전만 켜면 매일 쌈박질 하는 여의도 국회의 모습을 동네에서는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하는 말이다. 서쪽의 서시는 서시 나름의, 동쪽의 동시는 동시 나름의 매력이 있다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117년 만의 11월 폭설에 대한 복구는 뒷전인 여의도 의원들과는 달리 그래도 많은 지역의 지방의회 의원들은 지방정부와 한목소리로 복구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인 것, 그것이 바로 협치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여의도 따라하는기 이제는 그만하길 바란다.

이기영,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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