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공식 발표한 삼성전자의 실적은 지난 8일 잠정실적 발표치와 비슷하게 나왔다. 전년 같은기간 대비로는 큰 폭의 실적개선이 있었지만, 전분기 대비로 매출은 다소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하락해 역시 예상대로 ‘어닝쇼크’의 모습을 보였다.
특히 삼성전자 실적 중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예상치를 훨씬 밑돌면서 모건스탠리의 ‘반도체 겨울’ 보고서의 경고가 더 빨리 현실화 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31일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79조1000억원, 영업이익은 9조1800억원, 순이익은 10조1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전년 3분기에 비해 매출은 17.35%, 영업이익은 277.37%, 순이익은 72.84% 늘어났지만,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줄어들었고, 특히 삼성전자를 지탱하고 있는 반도체 부문에서 실적이 크게 나빠져 지난 9월 모건스탠리의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 됐다.
반도체 부문인 DS부문은 매출 29조2700억 원, 영업이익 3조8600억 원을 냈다. 매출은 예상치인 23조원보다 크게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최소 5조원은 될 것으로 전망했는데 그보다도 크게 낮은 3조8600억원으로 그야말로 심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일주일 전인 지난 24일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와 크게 대조되면서 삼성전자의 위기론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올 3분기 SK하이닉스의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7조300억원, 매출액은 17조5800억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40%에 달했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과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매출에서는 SK하이닉스에 비해 12조 가량 앞섰지만, 영업이익은 SK하이닉스가 두 배 높게 나왔다. 영업이익률에서는 SK하이닉스 39.99% 대 삼성전자 13.18%로 비교 자체가 의미를 상실할 정도로 나왔다.
한마디로 삼성전자는 ‘어닝쇼크’ 인데 반해 SK히이닉스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이다.
현재까지 흐름을 보면 모건스탠리의 ‘반도체 겨울’ 전망은 삼성전자에는 왔고, SK하이닉스에게는 비켜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SK하이닉스 역시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3분기 SK하이닉스가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가장 큰 원인은 AI(인공지능)반도체 칩에 들어가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인데,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올해 3분기 실적을 보면 대부분 AI 관련 클라우드 분야에서 예상과는 달리 어닝서프라이즈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그 여파는 향후 SK하이닉스로까지 밀려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30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는 매출은 655억9000만달러로 전 분기 대비 16% 늘어났고, 일반 클라우드 매출도 389억달러로 예상치 381억달러를 넘어서고 전년 동기 대비 30% 늘어났지만, AI기능이 들어간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부문은 240억9000만달러 매출을 올려 시장 전망치 260억8000만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이런 이유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장 마감 이후인 현재 주가는 3.73% 빠졌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메타는 당일 1.48%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으나 장 마감 후 3.11% 추가로 하락해 실적 발표가 악재로 작용했다. 메타는 매출이 19% 상승하는 등 외형적으로는 호실적을 보였지만, 일일활성이용자 수가 시장예상치인 33억1000만명보다 낮은 32억9000만명으로 AI 기능 탑재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오늘 밤 발표하는 애플과 클라우드 최대 기업인 아마존의 실적을 보면 전체 AI 관련 시장성의 윤곽이 잡히겠지만, 시장에서는 AI에 대한 수익성이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결국 모건스탠리가 전망한 메모리는 가격 하락으로 이미 추락하고 있고, AI 관련해서도 공급과잉에 따른 수익성 저하로 인해 올해 3분기 정점을 찍은 후 내년 1분기부터 반도체 전체에 겨울이 시작돼 2026년까지 긴 겨울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있다.
현재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을 AI 측면에서 살펴보면, 모건스탠리의 경고가 맞아들어가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이미 3분기에 예상보다 빨리 쇼크가 온 것이고,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등 AI 관련 기업들은 이번 3분기 또는 다음 4분기에 정점을 찍은 후 내년부터 하락 반전할 가능성이 짙어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엔비디아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인 AMD는 3분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이날 주가는 10.62% 큰 폭으로 하락했다. AI 관련 매출에 대한 부정적인 4분기 전망 때문에 주가가 급락한 것이다.
AMD의 4분기 매출 전망치는 75억달러로 월가의 예상치 75억5000만달러에 미치지 못한 것이 시장의 신뢰를 잃은 이유였다.
이날 이러한 우려로 인해 AI 관련 주가가 대부분 떨어졌다. 엔비디아는 1.51%, TSMC는 1.49%, 브로드컴은 1.08% 각각 하락했다.
31일 현재 SK하이닉스 주가 역시 전날 대비 4.46%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모건스탠리의 ‘반도체 겨울’ 경고에 본격적으로 대비를 해야 할 시점에 도달한 증거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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