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혐의에 대한 항소심이 지난 28일 열리면서 법정공방 2라운드가 시작됐다. 두 회사 합병안이 임시주총에서 가결된 것이 2015년 7월 17일이었으니까, 10년이 다 되도록 이슈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이 양 사 합병 관련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로 특별감리를 시작한 것은 2017년이고 검찰이 이재용 당시 부회장을 처음 소환한 것이 2020년이니까 이 회장에 대한 수사도 4년을 넘겼다.
이 회장에 대한 1심 선고는 올해 2월 5일이었는데 당시 재판부는 19개 혐의 모두를 무죄라고 선고해, 검찰이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 회장에 대한 재판의 핵심 쟁점은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이 경영상 필요에 따른 합리적인 결정인지 아니면 이 회장이 삼성 경영권을 물려받기 위해 본인이 대주주인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고 삼성물산의 가치를 낮춰 교환비율을 유리하게 한 다음 합병 이후 삼성물산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합병 절차였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대주주이기 때문에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은 자연스럽게 그룹의 주력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으로 이어진다는 면에서 그룹 승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금감원과 검찰은 이 회장이 삼성물산 지분 확보를 위해 제일모직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 주주들이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면서 수사와 재판이 시작된 것이다.
이 회장은 두 회사 합병의 여파로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본잠식 위기에 처하자 회계처리방식을 ‘지분법’으로 바꿔 기업의 자산가치를 부풀린 것 아니냐는 분식회계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이 주장하는 과대 계상규모는 4조5436억원이다.
1심 판결이 지난 2월에 있었으니까 검찰이 항소 한 지 8개월 이상 걸려 2심이 시작된 걸로 봐서 2심 판결은 내년 상반기쯤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최종 대법원 판결까지 나오려면 내년 말이나 되지 않을 까 생각한다,
합병을 결의한 지 꼬박 10년 이상 걸리게 되는 셈이다.
삼성그룹은 지금 삼성전자 발 위기에 빠졌다. 지난 3분기 수치상의 어닝쇼크만 가지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기술의 삼성 관리의 삼성’이 근본적인 혼란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주력인 메모리 시장은 한겨울로 들어가고 있는데다, 엔비디아향 HBM 개발 심사를 통과 못하는 상황이고, 3나노 반도체는 먼저 개발을 해놓고는 TSMC에게 시장을 뺏겼고, 파운드리는 적자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사느냐 죽느냐, 그에 따라 대한민국의 산업지도가 위기를 맞느냐의 순간에 그룹의 수장인 이 회장은 법정 다툼이 내년까지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의 입장을 살리기 위해 법이 양보하라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10년 전에 잘못 뿌린 씨가 두고두고 말목을 잡는 현실을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당시에는 상속세를 절감하기 위한 선택이었고, 대주주의 이익을 조금이라도 확보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대책이었을 수 있지만 이제 사회 구조가 만만한 시대가 아닌 것을 간과한 벌이라고 생각한다.
그룹의 오너나 최고 경영자들은 지금 내린 결론이 향후 어떤 리스크로 돌아올 지를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이 회장이 10년 전에 순리대로 일을 처리했다면, 경영에만 집중할 여건이 마련돼 삼성전자가 지금과 같은 리스크에 빠지지 않았을 수도 있고, 설사 위기에 빠졌다 해도 이 회장이 수습에 모든 힘을 쏟을 수 있었을 것이다.
두산그룹도 지금 하는 것으로 보면 머지않아 삼성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우려된다. 많은 국민들과 시민단체 경제단체 등등 그리고 소액주주들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두산밥캣을 에너빌리티에서 떼내 대주주들의 지배력이 강한 로보틱스에 붙이려고 하는 두산그룹의 결정도 앞으로 어떤 부메랑으로 돌아올 지를 두고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유독 이런 사례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어서 많은 재벌기업들이 이런 방식으로 경영권을 유지하고, 오너 이익을 챙겨가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연결되는 가장 큰 이유라는 점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유 없는 무덤은 없다는 말이 있다.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는데, 그 이유가 정당하고 공정하고 양심에 벗어나지 않아야 인정을 받는다.
오늘은 내일의 거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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