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가 지배하는 사회. 우리는 이미 만화영화로부터 시작해서 공상과학 소설이나 SF영화를 통해 미래에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보트가 세상을 지배하는 스토리에 익숙해있다.
그러면서도 과연 그런 세상이 오겠어? 아니면 오더라도 먼 훗날일거야. 이렇게 생각했던 것이 어느새 코앞의 걱정으로 다가왔다.
이제 러닝머신은 인간이 하지 못하는 사람의 신체에 대한 분석과 진단을 내리고, 수 많은 시행착오를 순식간에 해결하고 답을 내놓고 있다. 그러면서 AI 윤리가 화두에 오르고 있다. 즉 AI와 인간이 어떻게 상생할 것인가에 대한 것인데, 바로 AI윤리와 휴머노믹스 개념이다.
휴머노믹스는 AI기술이나 권력의 양극화를 통해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즉 AI의 발전이 인간의 일자리를 뺏는 것을 비롯해 인간에게 위해를 가하면 안된다는 것을 바탕에 깔고 있는 AI시대형 복지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25일 막을 내린 경기도글로벌대전환포럼은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AI와 휴머노믹스(AI and Humanomics)였다. 이틀 간 열린 이번 포럼에는 AI 관련 세계적인 석학들이 참여했고,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직접 좌장으로 나서서 토론을 이끌기도 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마지막날 선언문을 채택했는데, AI의 발전은 사회를 위한 산업기반 조성과 새로운 인자리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AI를 인류평화를 실현하는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각국 지방정부 및 국제기구와 협력할 것도 합의했다.
그동안 경기도가 추진해온 기회경제, 돌봄경제, 기후경제, 평화경제 등 4대 경제정책 방향이 휴머노믹스와 맞닿아 있어서 이번 포럼의 주제가 자연스럽게 그 쪽으로 정해졌겠지만,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했다고 본다.
AI는 이미 이 시대의 대세가 됐다. 그리고 그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수혜자와 피해자 등 양극화도 시작됐다.
올해 노벨 과학상은 모두 AI 관련 연구자들이 가져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2024년 과학기술의 현주소는 단연코 AI다.
노벨화학상을 받은 허사비스와 존 점퍼는 구글의 AI자회사인 딥마인드의 CEO와 연구원이다. 그리고 미국 워싱턴대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는 구글 AI기술을 응용해 단백질 구조를 분석한 공으로 노벨화학상을 공동수상 한 것이다.
물리학상은 역시 AI 관련 인물로, AI 머신러닝 시스템을 구축한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와 논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다.
제프리 힌턴 교수는 전 구글 연구팀장으로, 현재의 AI 시스템을 처음 개발한 AI의 아버지 격이다. 그는 실제 알파고 개발을 주도했던 인물로서 인공지능을 교육시켜 진화시키는 시스템인 머신러닝을 개발한 인물이다.
힌턴은 본인이 개발한 머신러닝이 언젠가 인간을 공격할 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 힌턴이 구글을 떠난 이유를 들어보면 고민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그는 구글을 떠나면서 “그동안 내가 한 AI 연구에 대해 후회한다”면서 “AI가 킬러로봇으로 변할 날이 두렵다”고 충격적인 발언을 내뱉었다.
이제 AI의 개발 못지않게 AI윤리를 고민하고 인간이 피해를 보지 않을 수 있는 휴머노믹스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해야 하는 시점이 된 것 같다. 어쩌면 AI는 이미 생성형 머신러닝 기능이 확대되면서 셀프진화의 단계에 접어들었을 지도 모른다. 인간이 해석하고 대비하는 속도가 더 느릴 수 있다는 얘기다.
AI와 인간성 관련해서는 올 1월 열린 다보스포럼에서도 주요 과제로 다뤄졌다.
AI관련 포럼 세션만 30개에 달할 정도였는데, 이들 세션의 주제는 ‘경제와 사회의 원동력으로서의 인공지능’이었다. 오픈AI의 챗GPT가 세상에 등장한 지 1년 만에 다보스포럼 주제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이었다.
이들 포럼에서도 역시 ‘AI 위험’이 다뤄졌는데, 먼 미래로 예견되는 AI의 인간에 대한 공격보다는 당장 AI로 인한 폐단 중심으로 지적들이 나왔다.
즉 잘못된 정보가 사회를 지배하게 되는 것과 사회적 양극화 등 부작용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향후 2년 동안 글로벌 비즈니스 커뮤니티를 위협할 가장 큰 위험은 전쟁이나 기후위기가 아닌 AI로 인한 허위 정보와 사회적 양극화”라면서 “이러한 위험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큰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제한하기 때문에 심각하게 다가오는데, 특히 세계 인구의 절반이 선거에 투표하게 되는 2024년에 그 우려는 더 커진다”라고 말했다.
다음 주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이기도 한 것이었다. 누가 돼도 승복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고, 지난 대선 때처럼 의사당 난립 사건이 벌어질 가능성도 열려있다는 것이다.
노벨상도, 미국 주식시장도, 기업의 미래에 정치판까지도 모두 AI에 쏠려있다. AI가 인간에게 선물이 될 지 괴물이 될 지 갈림길에 놓여있다. 아직은 활용 가치를 정하고 기준을 정하는 것은 인간 몫이다.
인간이 충분히 조절할 수 있는 지금, 거짓정보를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정치적인 왜곡을 위해 사용하는 등 비윤리적인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앞으로 AI는 윤리와는 반대로 진화해서 힌턴의 경고대로 인간을 공격하는 킬러로봇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진짜 만화영화가 현실이 되는 것이다.
참으로 갑갑한 현실이 전개되고 있다. 미래가 더 걱정인 이유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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