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현대차 인도법인 상장, 첩첩산중 해결 과제

-지나친 공모가 지적, 본사와의 시너지 보다 수익 쪼개기 등 악재로 보기도
-인도 소액주주의 법적 지위 보장, 지나친 관치금융 등 넘어야 할 걸림돌 다수

김지윤 기자 승인 2024.10.23 10:17 | 최종 수정 2024.10.23 10:34 의견 0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지난 22일 현대차 인도법인을 현지 상장하고 4조5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지만, 향후 많은 해결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 인도법인(HMI, Hyundai Motor India)이 지난 22일 인도 증권시장에 상장했지만, 첫날 IPO 이벤트 효과와는 반대로 7% 이상 하락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IPO는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1421만9000주를 주당 1865~1960루피에 공모해 총 2785억6000만루피(약 33억달러)를 조달하는 인도 역대 최대규모의 IPO로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많은 기대와는 반대로 상장 첫날 주가는 7.2% 하락한 1819루피로 마감해 공모가 최하단인 1865루피 아래로 떨어졌다.

현지 언론 등 일부에서는 첫날 하락 배경에 대해 상장가를 너무 높게 책정했다는 지적과 함께 인도 자동차 시장이 아직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높지 않다는 점, 그리고 한국 본사에 지불하는 로열티 부분에 대한 부담을 거론하는 분위기지만, 향후 인도 자동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 장기적으로는 사업성이 높을 것을 예상하는 분위기다.

크란티 바티니(Kranthi Bathini) 웰스밀스증권(Wealthmills Securities) 주식전략 이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IPO는 청약이 완료됐고 가격도 충분히 반영돼 투자자들에게 남은 것이 별로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현대차 인도법인의 기본적 가치와 평가를 고려할 때 "단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더 나은 투자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일단 IPO를 마치고 상장까지 완료한 현대차 인도법인은 약 4조5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고, 이 자금을 통해 여러가지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면서 현대차 그룹 전체적으로 긍정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단 인도 현지 상황을 볼 때 이번 구주 공모 과정에서 청약경쟁률은 2.34대 1로서 실제 미달을 간신히 벗어난 수준이어서 흥행에 성공했다고 볼 수 없는 점이다. 특히 기관과 개인이 같은 기간에 청약을 진행했는데, 개인에게 배정된 물량은 절반도 소화가 되지 않았고, 막판에 기관이 들어오면서 전체 청약경쟁률을 높인 점이 지적된다.

결과적으로 일반 개인투자자들은 현재의 공모가 수준이나 현대차의 성장성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단면이다.

앞으로 현재차 인도법인(HMI)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점도 넘어야 할 걸림돌로 거론된다.

우선 이번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 4조5000억원으로 어디에 투자를 할 수 있느냐인데, 인도 현지법인 매체들은 현지에 예치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인도의 엄격한 외환관리 시스템 상 외화를 해외로 반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어서, 대부분 현지에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 자금을 현대차 인도법인 이외의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소액주주들이 사사건건 HMI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다. 인도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법으로 엄격하게 보장하고 있는데, 상장사의 의사결정에 소액주주들이 찬반 의사를 명확히 할 수 있도록 돼있다.

예를들어 임직원의 월급을 어느 수준 이상 인상할 경우에도 소액주주 일부만이라도 반대를 하면 실행할 수 없다. 연간 10억루피(한화 약 160억원) 이상 투자시에 소액주주 1%만 반대해도 투자를 할 수가 없는 구조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외이사 대부분이 거수기인 것과는 달리 인도는 소액주주들이 진정한 사외이사 노릇 한다.

세번째는 노동법이 강해서 노동자의 파업으로 인한 진통도 해결과제다. 현재까지는 단순한 현지법인이었지만, 앞으로는 현지 상장법인이기 때문에 노조의 요구사항이 많아질 것이 확실하다. 현재 삼성전자도 인도 노조의 파업으로 상당한 곤란을 겪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

네번째 더 험난한 것은 인도의 관치금융이다. 중동을 비롯해 과거부터 상업으로 먹고 산 나라들은 돈에 관한한 엄격한 원칙을 고수한다. 돈의 흐름을 면밀히 체크하고 일일이 간섭을 한다는 얘기다. HMI가 이번에 확보한 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비롯해 향후 자금 흐름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에 대해 황당한 기준을 적용할 수도 있다. 한 순간에 은행 거래를 중단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리스크들로 인해 이번 HMI의 IPO에 대해 현대차 그룹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많았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심지어 현대차 인도법인에서도 반대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현대차의 장재훈 대표이사 사장의 강력한 주장에 따라 IPO가 추진됐다는 것이 현대차 관련자들의 의견이다.

장 사장은 당초 글로비스의 임원으로 있다가 현대차에는 전무를 달면서 넘어왔고, 현대차에서 고객가치담당, 경영지원본부장, 국내사업본부장, 제네시스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하고 2021년 3월부터 현대차 대표를 맡고있다.

정의선 회장이 회장에 취임한 것이 2021년 10월인데, 정 회장 취임 이후 첫 사장단 인사에서 현대차 사장으로 선임된 인물이 바로 장 사장이다. 장 사장 취임은 2021년 3월 주총이지만, 실제 선임은 2020년 12월이었다.

정 회장의 최측근이란 의미다. 현대차의 지분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정 회장이 현대차 그룹을 이끄는 원동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인데, 바로 이 현대글로비스에서 주요 업무를 담당한 장 사장과 정 회장과의 깊은 연관성이 측근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HMI 상장 배경으로 IPO를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정 회장의 현대차 지분 확보에 사용해 실질적인 후계구도를 완성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인도차 법인에 대한 정 회장이 지분을 높인 다음에, 인도법인이 현대차 본사 지분을 확보하면 결과적으로 정 회장의 현대차 지배력이 높아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한대로, 관치금융이 강하고 소액주주들이 사외이사 역할을 하는 인도의 상황이 정 회장과 장 사장의 의도를 실현시켜 줄 지는 미지수다.

국제 언론에서도 이런 이유로 이번 상장에 대해 호의적이기 보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욕심이 앞섰다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이번 IPO와 관련 “많은 사람들은 이번 IPO에서 기업가치에 대해 190억 달러는 너무 높게 평가한 것으로 지적한다”면서 “현재 주가는 지나치게 과대평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제 인도의 HMI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독립적으로 인도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 과연 현대차 본사의 생각대로 HMI와의 시너지가 날 지 두고 볼 일이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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