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애물단지 된 밸류업 지수…종목 선정이 오히려 주가에 악재

-밸류업 지수 발표 후 3주간 코스피 2.1%, 코스닥 2.74% 하락…미국 최고치 갱신과 반대
-삼성전자 -7.78%, 현대차 -7.86%, 포스코인터내셔널 -12.31%, 현대해상 -10.04% 하락

이주연 기자 승인 2024.10.21 07:00 의견 0
한국거래소의 밸류업 지수 관련 설명회 장면. 사진=한국거래소

대한민국 프리미엄을 위해 정부가 지난 9월 30일 발표한 밸류업 지수 종목을 선정한 지 3주가 지난 현재, 선정된 종목들이 기대와는 달리 밸류업과는 별로 관계 없는 결과로 흐르고 있어 당초 종목 선정이 잘못됐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대표적인 종목들의 주가가 밸류업 지수 선정된 후 지난 3주간동안 시장 평균 주가하락 폭보다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밸류업 지수를 발표한 9월 30일의 전날과 10월 18일의 주가를 비교한 결과, 코스피는 2.1% 하락했고, 코스닥은 2.74% 떨어져, 대한민국이 밸류업 지수를 발표한 이후 주가는 전반적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미국이 매일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는 모습과는 반대로 갔다.

밸류업에 포함된 주요 종목들의 주가 변동상황을 보면 뒷걸음 폭이 더 컸다.

가장 대표적인 종목인 삼성전자는 9월 27일 6만4200원에서 10월 18일 5만9200원으로 7.78% 떨어졌다. 5만전자가 굳어지는 분위기다.

포스코DX 3만1650원에서 2만7350원으로 -13.58%, 한미반도체 11만3000원에서 10만4200원으로 -7.78%, HMM 1만8860원에서 1만7180원으로 -8.59%, 포스코인터내셔널 5만8500원에서 5만1300원으로 -12.31%, 셀트리온 19만4800원에서 18만8400원으로 -3.29%, 현대차 25만4500원에서 23만4500원으로 -7,86% 떨어져 주가지수 평균하락 폭보다 훨씬 크게 떨어졌다.

대표적인 자산주인 금융주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신한지주가 5만6200원에서 5만6500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손해보험 주가 하락이 눈에 띈다. 삼성화재는 35만원 대를 유지했지만, 업계 2위인 DB손보는 11만4600원에서 10만9500원으로 4.45% 하락했고, 현대해상화재는 3만3650원에서 3만400원으로 10.04% 큰 폭으로 떨어졌다.

횡령과 부당대출 오명을 쓰고 임종룡 회장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까지 출두하고 검찰 수사까지 받고있는 우리금융지주는 1만5860원에서 1만6410원으로 3.47% 상승했지만, 지난 밸류업에서 제외되면서 배경에 의혹이 제기됐던 KB금융과 하나금융은 큰 폭으로 상승해 눈길을 끌었다.

KB금융은 8만3800원에서 9만4400원으로 12.65%, 하나금융은 6만700원에서 6만5600원으로 8.07% 상승했다. 밸류업 지수에서 배제된 것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코리아 프리미엄을 위해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밸류업 지수가 먹을 것 없는 소문만 요란한 잔치가 된 꼴이 됐다.

이미 밸류업 지수 종목을 발표한 첫날부터 증권시장은 파랗게 물들여 처음부터 밸류업 아닌 밸류 다운이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지수 발표 당시 코스피는 전날 대비 1.34% 떨어졌고 코스닥은 1.05% 떨어졌다. 코스피 시장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1.58%, 현대차 0.59%. 셀트리온 2.68%, 신한지주 5.14% 떨어지는 등 전체 시장은 퍼렇게 멍들었었다.

밸류업 지수 종목에 대한 불신으로 외국인들은 한국 증권시장에서 자금을 빼기 시작했다. 지난 두 달 동안 외국인 투자자는 9조8700억원어치 한국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번달에도 16일 기준 1조5500억원 순매도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증권업계 여러 전문가들은 섣불리 밸류업 지수를 발표한 것이 오히려 화근이 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당초부터 기존 코스피200과 별 차별점이 없는 종목들을 선정해 발표를 하니 누가 관심을 갖겠냐는 것이었다.

당시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25일 기관 고객 대상으로 공개한 투자 노트에서 “(거래소가 발표한) 종목 100개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며 “밸류업 지수가 작동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거래소가 빨리 깨닫길 바란다. 밸류업 벤치마크를 뛰어넘는 것은 한국 기관 투자자들에게 큰 골칫거리가 될 것”

홍콩계 투자은행 CLSA도 ‘밸류 다운?(Value-down?)’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구성 종목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투자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구성 종목을 바꾸지 않는다면 (밸류업) ETF로 자금 유입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가장 배당 안하기로 유명한 삼성전자를 시가총액이 높다는 이유로 지수에 포함시키면서 종목 선정의 신선함이 훼손됐고, 역시 그동안 주주환원에 소극적이었던 엔씨소프트, 에스엠, JYPEnt 등, 물적분할 등으로 소액주주와 분쟁을 벌인 DB하이텍, 두산밥캣 등, PBR 고평가주인 한미반도체, 포스코DX 등이 지수에 포함되면서 국내외 전문가들의 손가락질을 받게 된 것이다.

반면, 그동안 고배당을 해온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제외되고, 직원 횡령 국내 은행 중 1위이면서, 전직 회장에 대한 부정당대출로 금감원 조사와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주주를 우롱한 우리금융지주는 포함시킨 것도 신뢰를 잃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증권계 관계자는 “이번에 선정한 밸류업 지수가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큰데. 가장 큰 이유는 기업의 미래가치에 대한 평가와 주주가치 환원에 대한 가점, 편법적인 지분 이동 등에 대한 감점 및 고객에 대한 도덕성 상실 등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무시된 채 종목선정이 됐기 때문에 신선함을 상실한 것이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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