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중근 회장의 미래를 위한 ‘통큰 제안’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10.22 13:20 | 최종 수정 2024.10.22 13:56 의견 0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21일 대한노인회 회장에 취임하면서, 노인 연령 기준을 현재 65세에서 75세로 10년 높이자고 제안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사진=부영

그동안 직원들에 대해 출생아 1명 당 1억원씩, 고향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친구들에게 1억원씩, 고등학교 친구들에게는 5000만원씩 나눠주는 등 특이한 기부문화와 출산 장려 경영으로 유명세를 탄 부영그룹의 이중근 회장이 지난 21일 대한노인회장에 취임하면서 통큰 제안을 해 노인사회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노인사회 뿐만 아니라 청년층의 어깨도 가볍게 해 준 것으로 보이고, 기업들에게도 어려운 과제를 던져 화재가 되고 있다.

이 회장은 21일 제 19대 대한노인회장 취임식에서 현재 노인 기준 연령을 75세로 늘려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현재 대한노인회 가입 연령 기준은 법정 노령연령인 65세인 점을 감안하면 대한노인회 회원 수가 줄어들어, 노인회장 자신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제안이어서 그 배경에 의문이 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본인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측면에서 살신성인의 심정으로 내놓은 통큰 제안이란 생각이 든다.

2024년 현재 노인으로 분류되는 65세 이상 인구는 998만8000명이다. 국내 총 인구가 5126만6777명이니까 전체 인구 중 노인 비중은 19.48%다.

70세 이상은 642만9000명이고 75세 이상은 410만6000명이다. 각각 12.5%와 7.9%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앞으로 70대 이상의 인구 수는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70세 이상 인구는 2033년에 1035만8000명으로 1000만을 넘기고, 75세 이상은 2044년에 1016만1000명으로 역시 1000만을 넘긴다.

우리나라 총 인구는 2033년 4949만6348명, 2040년에는 4755만2540명으로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그야말로 지금 추세로는 호적상 나이 기준으로 노인공화국이 된다.

이 회장의 제안은 이러한 심한 역삼각형 인구구조가 가져오는 폐단을 방지하기 위한 대안이 될 것으로 보여 귀담아 들을 만 하다.

이 회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현재 노인 인구는 1천만명이지만 2050년에는 2천만명으로, 나머지 인구 3천만명 중 20세 이하 1천만명 외 남은 중추 인구 2천만명이 2천만 노인 복지에 치중해 생산인구가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노인 인구 관리를 위해 현재 65세인 노인 연령을 연간 1년씩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 75세 정도로 높여 노인 숫자를 적정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노인 연령 변경에 따른 65~75세 10년 간의 소외기간에 대한 해결 방안도 내놨다 "국가에서 정년 연장 제도를 도입한다면, 정년 연장 첫해(65세)에는 정년 피크임금의 40%를 받고, 10년 후인 75세에도 20% 정도를 받도록 해 생산 잔류기간을 10년 연장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한 것이다.

이에 더해 이 회장은 노인이 살던 집에서 생을 마무리 할 수 있는 '재가(在家) 임종제도'도 추진할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고령화 사회 전반에 대한 대수술이면서 기형적 인구구조의 해법을 제시했다는 생각이 든다. 인구 증가율이 이미 2021년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합계출산율은 0.7% 대에서 움직이는 마당에 출산율을 높이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상황에서 현재 인구 구조를 재편해 생산인구 연령대를 늘리면서, 청년세대의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청년 같은 체력을 유지한 6070세대에게 일할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크게 환영할 만하다.

마침 같은 날 행정안전부는 지난 14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행안부 공무직 등에 관한 운영 규정’을 통해 공무직에 대해 정년을 65세로 연장했다고 밝혔다. 현재 공무직은 기관에 직접 고용된 정규직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정부청사에서 환경미화와 시설관리를 담당하는데 이들 인원은 현재 2300여 명이라는 것이다.

이미 사회적으로 정년 61세 개념은 점차 구시대 유물이 돼가는 분위기다. 여기에 정년 65세 얘기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번 이 회장의 노인인구 기준 변경 제안은 사회 전체의 구조를 개혁시킬 수 있는 모멘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정부나 기업의 절대적인 호응이 필요한 대목이다. 정부는 서둘러 규정을 만들어 보완해야 하고 기업은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임직원 운영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대부분 기업에서 전문부장제도를 운영한다. 임원 되기를 포기한 전문가들의 경우 70세까지 기업 내에서 코칭 역할을 하는데 현재는 이 70세 한도도 허물어지고 있다.

체력과 역할만 있으면 70세를 넘어서 얼마든지 일을 할 수 있는 사회구조로 개편됐다.

이번 이 회장의 통 큰 제안이 우리나라 사회에 좋은 나비효과로 확산되길 바란다. 1941년 생 83세의 이 회장이 베푼 그동안의 통큰 기부에 이어 이번에 내놓은 통큰 제안이 참으로 신선하다.

이런 것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는가 보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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