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부터 거래량이 급속하게 감소하면서 매물 적체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 간 매물이 가장 많이 쌓인 듯 합니다. 가격을 내린 매물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특히 매수 문의가 실종됐어요. 아파트 매매시장이 갑자기 식어버렸어요”
서울 은평구의 한 중개업체 대표의 말이다.
“근래 분양하는 아파트들에 청약자가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어서 일부 할인분양 움직임도 생기고, 심지어 조직분양에 깜깜이 분양까지 생겨나고 있어요. 분양 지역이 조금이라도 외지거나 분양가가 주변보다 조금이라도 높으면 영락없이 미분양이 발생하고 그러한 미분양 분위기가 주변으로 확산하는 양상입니다”
경기도 용인시의 한 중개업체 대표의 말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발언들로서, 지난 8월 이후 9월부터 무겁게 움직이던 부동산 시장이 서울과 경기도에서 뚜렷하게 침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변화의 모습은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2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9월부터 급감하고 있는데, 9월 아파트 거래량 집계가 끝나기까지 10일도 채 남지 않은 10월 22일 현재 2774가구로 8월 거래량 6289가구에 비해 한달 만에 44%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달 말 집계가 끝나도 전달 대비 50% 선에서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한달 사이에 거래량이 반토막이 되는 셈이다.
10월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신고기간이 40일 남아있지만 22일 현재 894가구 거래돼, 최종적으로 자칫 2000가구 대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2000가구 대 거래량은 올해 1~2월 수준이다. 올해 1, 2월 거래량은 각각 2673가구, 2월 2676가구였다.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7월 8991가구로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8월 6289가구로 하락 반전한 후 9월부터 급감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6개월 전의 분위기로 회귀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 감소 분위기는 경기도로도 이어졌다. 7월 1만6890건에서 8월 1만4618건으로 한 달 만에 13.5% 감소하면서 거래량 둔화 흐름이 경기도로까지 전이되고 있다.
이에 매물도 역대급으로 쌓이고 있다. 거래가 얼어붙으면서 매물은 늘어난 것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 수는 총 8만6619건으로 지난 11일 8만5019건으로 기준금리 인하 이후 1.8%가 증가했다.
이는 서울 아파트 역대 매물 최대치인 8만5000건 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지난 2022년 부동산 침체로 인해 거래가 끊겼던 시기보다도 쌓이는 속도가 빠르다.
경기도는 15만9832건으로 한달 전 14만6682건과 비교해 8.96%, 인천은 3만7365건으로 12%가 증가했다. 지방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매물이 이전보다 크게 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모습이다.
9월 이후 거래량이 감소하고 매물적체가 심해지다가 지난 11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0.25% 인하했지만 이후 아파트 거래시장은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
전세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아실 집계 결과,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건은 총 4만9099건으로, 불과 보름 전 4만3842건에 비해 11.9% 늘어난 것으로 전국에서 매물 증가 폭이 가장 컸다.
2022년 전세사기가 확산되던 때의 역전세난이 다시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까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러면서 아파트 분양시장도 지방에 이어 수도권에서도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근래 용인에서 분양에 들어간 대우건설의 용인푸지오원클러스터는 심각한 미계약에 결국에는 조직분양에 들어갔고, HL디앤아이한라가 분양한 용인둔전역에피트, 이천부발역에피트 역시 심각한 미분양 상황에 빠졌다.
심지어 지방인 인제라포레지아파트는 120가구 분양에 청약자가 한명도 나오지 않은 경우도 발생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관망세를 넘어 침체 모습을 보이는 가장 큰 원인은 가계부채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선 금융당국이 시중은행 돈줄 죄기에 나선 것 때문으로 본다”면서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되며 대출 한도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시중은행이 1주택자 이상 보유자에 대한 대출을 제한하면서 돈 빌리기가 어려워지면서 주택 수요심리가 둔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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