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야기]21세기는 이야기가 자원...몬드리안과 세잔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10.21 07:00 의견 0


몇 개의 검정 수평선과 수직선. 빨강 파랑 노랑의 세 가지 색으로만 이뤄진 그림.

수평선과 수직선이 만든 격자의 몇군데에만 색을 칠한, 그림이라고 하기엔 매우 애매한 그림. 그게 미술사의 한 획을 그은 몬드리안의 '노랑, 파랑, 빨강의 구성'이다.

모든 화가가 더 세밀하고 복잡한 그림을 그릴 때, 몬드리안은 비례와 균형을 중심으로 회화의 요소를 빨강, 파랑, 노랑의 삼원색과 흰색, 회색, 검정색의 무채색으로 한정했다. 누구나 따라 그릴 수 있지만, 그것이 그려지기 전까지는 누구도 미처 생각할 수 없었던 그림을 그렸다.

몬드리안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많은 명상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고 고백한다. 명상, 즉 생각이 다른 관점을 통해서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그림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물을 다르게 볼 수 있게 한 생각, 몬드리안의 그림이 단순한 미술작품을 넘어 고전이 될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비슷한 사례가 또 있다.

폴 세잔은 현대미술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왜 그럴까? 그의 그림은 고갱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고흐처럼 격정적이지도 않고, 네모난 필치는 서로 아귀가 맞지도 않는다. 마치 초보자 같다.

세잔의 그림은 그의 고향인 프랑스의 남부 프로방스, 엑상 프로방스에서 볼 때 그 진가가 보인다고 한다. 그림에서 남프랑스의 햇빛과 건조한 기후, 환경이 느껴지기 때문이란다.

무딘 필치와 칙칙한 색. 모네의 그림에서 '놀라운 눈'을 발견할 수 있다면 세잔은 스스로를 '인식, 생각, 사고'라고 했다. 모네가 감성이라면 자신은 이성이라고 본 것이다. 눈으로 그린 게 아니라 머리로 그리는 것.

모네가 눈으로 보고 모든 매력을 찾아냈다면, 세잔은 머리를 사용해서 화면에 질서를 부여했다. 세잔은 가볍기만 한 인상주의 그림을 미술관의 그림처럼 견고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미술과의 그림의 견고함이란 꽉 짜인 구도, 빈틈없는 구성, 질서와 위엄 같은 것이다.

"나는 분명히 과거보다는 많이 알고 있다. 그런데 그 표현은 아직도 정말 어려워."

"색채가 충실해질수록 대상이 진실하게 포착된다."

"자연을 구형, 원통형, 원추형으로 축약시킬 수 있다."

세잔의 말

"회화에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눈과 두뇌이다. 두 가지는 서로 도와야 한다. 이 둘의 상호적인 발전을 위해 화가는 노력해야 한다. 눈은 자연에 대한 비전에 따르고, 두뇌는 표현 수단의 기초가 되는 조직된 감각의 이론에 따라야 한다. 양자가 각기 발전한 후 상호 협조가 이뤄져야 한다. 모네는 눈에 불과하다. 굉장하기는 하지만."

세잔에게 그림은 눈과 두뇌의 협력이고, 시각과 이성, 감각과 사유의 종합을 지향한다. 회화 그 차지에 접근한다. 리듬화된 필치, 형식, 절도, 비례, 긴장, 균형, 리듬의 그의 주제가 되었다. 이게 20세기 미술의 핵심인 것을 보면, 세잔은 현대미술의 아버지 같기도 하다.

코라시아, 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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