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멈’에 빠진 대통령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10.21 07:00 | 최종 수정 2024.10.21 19:42 의견 0
중국 당나라 태종 때의 대신인 위징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 2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차담 형식으로 만난다. 오래 전부터 한 대표가 대통령과의 독대를 신청했었는데, 이제야 만남이 이뤄지게 됐다. 그러나 독대는 아니라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배석시키는 면담이 됐다.

한 대표는 독대 신청의 목적으로 세 가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고, 오늘 면담 자리에서도 그 점을 중점적으로 건의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은 인적 쇄신이다. 지금 세간에 떠돌고 있는 김건희 여사 라인 얘기다. 7상시 명단까지 돌고 있는데, 대통령실은 극구 부인하면서 대통령실에는 대통령 라인만 있다고 우기고 있다.

인적쇄신 관련해서는 의정갈등에 기름을 부은 박민수 보건복지부장관 경질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둘 째는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이다. 이미 여론조사에서까지 김 여사의 대외활동을 국민들이 환영하지 않는다는 점을 건의하는 것이다. 셋 째는 여러가지 의혹에 대한 규명을 위한 절차에 협조해달라는 것이다. 이 세가지 대부분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건의들이다.

이미 여러 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윤 정부 최대의 리스크와 저평가 요소로 김 여사가 지목되고 있다. 그 점을 그동안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있는 대통령과 대통령실을 향해 한 대표가 최대한의 모양을 갖춰 최소한의 강도로 직언을 하겠다는 것인데, 대통령은 그것마저도 독대 형식을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과거 중국을 평정하고 한나라를 세운 한 고조 유방은 부하들의 직언을 잘 듣는 것으로 유명했다.

유방이 진나라를 함락시키고 진나라 수도 함양에서 진나라 황제 자영으로부터 항복을 받아낸 후 궁궐의 아름다운 여인들을 보고는 술과 여자를 즐기려 했다.

그러자 책사인 창양이 나서서 “아직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고 나머지 적을 소탕해야 하며 민심을 안정시키키 위해서는 먼저 검소함을 보이고, 진나라 황제와는 다른 모습을 백성에게 보여야 합니다”고 직언하면서 “좋은 약은 입에는 쓰지만 몸에 이롭고, 충고는 귀에 거슬리지만 행동에는 이롭다고 했습니다”고 말하자 유방이 그 말을 받아들여 말머리를 돌려 진지로 돌아갔다는 말은 유명하다.

유방은 정적 항우와 대비되는 인물로, 인물로나 무공으로 볼 때 항우에 비할 수 없는 약한 인물이었으나, 항우는 본인이 잘난 맛에 독불장군으로 남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반면, 유방은 본인의 부족함을 알고, 남이 하는 말이나 부하가 하는 말을 잘 듣는 것으로 유명했다.

결국 영웅호걸이지만 독불장군인 항우가 약하지만 직언을 잘 따르는 유방에게 패해 천하를 유방의 손에 넘겨준 것이다.

영웅호걸을 기리는 중국인들이 항우와 우희의 사랑이야기를 가지고 만든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연극이 지금까지 내려오는 경극이다.

멈 효과(MUM effect)라는 말이 있다. 영어적 표현으로 ‘침묵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말로서, 윗사람이나 권력이 있는 사람에게 싫어하는 말이나 기분을 거스르는 비판은 절대로 하지 않고 듣기 좋아하는 말만 골라서 얘기하는 현상을 말한다.

권력자가 ‘멈’에 길들여지고 나면, 정작 필요한 기초적인 정보도 접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 가장 경계를 해야 하는 것인데, 이것으로 결국 파멸을 맞이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말이기도 하다.

나라든 기업이든 어느 자리든지 간에 최고의 자리에 가면 항상 ‘멈’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스스로 그 ‘멈’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만이 그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그러한 노력으로 중국 역사에서 가장 번성한 나라로 만든 당 태종의 얘기는 새겨 들을 만 하다. 당 태종에게는 세 개의 거울이 있었는데, 첫번째는 자신의 몸을 비치는 동경, 두번째는 타인이 본인을 평가하는 인경, 세번째는 역사를 통해 오늘을 돌아보는 역경이 있다.

두 번째 거울인 인경은 바로 신하 위징을 일컷는 말이다. 위징은 태종이 하는 일마다 반대를 하고 나서면서 황제를 곤란하게 만들곤 했는데, 태종은 이러한 위징에 대해 어느 누구도 비난의 발언을 하지 못하게 금지시켰다. 바로 본인의 잘못을 지적해주는 인경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한번은 자신의 결정에 공개적으로 반대를 하고 나선 위징에게 태종이 “많은 신하가 있는 자리이니 체면을 생각해서 한번만 넘어가자”고 설득을 하자, 위징은 “듣는 것이 불편하면 잘못된 일을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을 어찌 스스로 잘못된 점을 반성 할 생각은 하지 않고 충언의 장소를 가려 달라하십니까?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단호히 거절했다고 한다.

당 태종은 신하 위징의 충언을 거울로 삼고 실천하여 중국을 통일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고 하는데 훗날 위징이 병으로 죽자 태종이 너무 슬퍼하다가 오래지 않아 태종도 죽었다는 얘기다.

‘멈’은 양약이나 충언이나 인경과는 반대되는 말이다.

대통령이 불통이라는 이미지를 벗을 마지막 기회일 지 모르는 이번 소통에서 부디 ‘멈’을 멈추고 인경인 위징을 마주대하길 바란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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